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

한국이 세월호 참사에 경황이 없는 동안 국제 질서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동아시아가 특히 그렇다.

중국은 지난 5월3일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남중국해의 시사군도(파라셀군도)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천명한 아시아·태평양 중시 정책인 ‘피봇 투 아시아’에 내장된 최대 뇌관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마지노선이자, 중국이 미국의 봉쇄를 돌파하려는 최전선이다.

미국은 2010년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규칙 제정 등을 주장하며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에게 “규칙을 지키라”며 단호하게 윽박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