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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범으로 몰린 홀로코스트 피해자들
Focus ● 나치 피해 유대인의 스위스 비밀계좌 둘러싼 논란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랄프 푀너 외 economyinsight@hani.co.kr

스위스 은행 계좌 공개로 법정에 서는 유대인들…
“특수한 역사적 상황 감안해야” 목소리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상당수 유대인들은 나치 탄압을 피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예금을 맡겼다. 이들은 지금도 최후의 비상금으로 이 돈을 숨겨두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조세회피를 처벌할 목적으로 스위스 은행들을 압박하면서 나치 피해자들이 탈세범으로 내몰리게 됐다. 미국 법원은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고 있지만 탈세자 처벌에 예외를 두지는 않았다.


랄프 푀너 Ralph Pohner 프리랜서 기자
페어 토이브젠 Peer Teuwsen <차이트> 스위스 편집국장

과거 나치의 표현대로 ‘반유대인’(Half-Jew)이던 자크 바이스펠너(84)는 젊은 시절 나치에 의해 집단수용소로 보내질 위험에 처하자 독일 함부르크에서 잠적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몇달간 “밤이면 항상 베개 밑에 권총을 놓고 잤다”고 회상했다. 나치에 붙잡히는 게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다. 이후 미국 동부 해안 지역으로 이주한 그는 부동산과 광고 사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처음부터 탈세할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미국·스위스 등 전세계 어느 정부도 알 수 없는 곳에 내 재산을 숨겨야 했다.”

2013년 그는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섰다. 하지만 그는 여느 탈세범들과 다르다. 그에게는 탈세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모든 것은 그가 나치의 피해자라는 데서 시작됐다. 바이스펠너 말고도 탈세범 중에 나치 피해자가 많다. 독일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취리히에 사무실을 둔 세법학자 얀 올라프 라이스너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탈세자들 가운데 나치 피해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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