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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가만으로 삶 영위할 수 있어야…”
Issue ● 최저임금 인상 둘러싼 미국 내 논란
[48호] 2014년 04월 01일 (화) 하이케 부흐터 economyinsight@hani.co.kr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인상하려 하지만 공화당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 시민이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오바마,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인상 추진…
공화당 ‘일자리 감소 역효과’ 이유로 반대


미국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약 40% 올리는 방안을 내놓고 의회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하이케 부흐터 Heike Buchter <차이트> 뉴욕 특파원

나퀘시아 르그랑은 던킨도너츠에서 파는 캐러멜맛 코코아를 마셔보리라 벼르고 있다. 코코아는 한잔에 2.4달러다.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르그랑에겐 사치다. 르그랑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한다. 2년 전부터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켄터키프라이드치킨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검은 레게 머리를 한 22살의 이 아가씨는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보다 약간의 돈을 더 받는다. 벌이가 좋을 때는 한달에 1300달러를 벌기도 했지만 뉴욕에서 이 돈으로 살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은 주당 15시간밖에 근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정은 더 나빠졌다. 지난주에는 9달러로 버텨야 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녀의 사정은 나아질까?

미국이 최저인금 논쟁으로 들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10.1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그의 노력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이를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 해소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조사기관에 따르면, 국민의 16% 이상이 빈곤에 처해 있다. 아이 5명 중 1명이 빈곤 상태에서 자란다. 직업을 가졌음에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지난 40년 동안 가장 많다.

반면 부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더욱 늘었다. 1970년 미국 인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3분의 1이 상위 10%에게 돌아갔다. 현재는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득의 50%를 가져간다. 그리고 미국 전체 소득의 5분의 1을 상위 1%가 챙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부를 만들어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이를 분배하는 데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역사상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뉴욕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들 만큼 최고의 부자와 극빈자가 공존하는 도시다. 르그랑은 ‘카나르시에’라는 구역에 산다. 그곳엔 2달러 피자집, 전당포, 99센트짜리 싸구려 가게가 즐비하다. 반면 반대편 끝 5번가에는 화려한 상점이 밀집해 있고 신발 한켤레 가격이 1천달러를 호가한다.

르그랑이 뉴욕에 온 것은 2009년이었다. 그녀는 처음에 공항의 한 대형 식당 주방에서 일했다. 그녀의 다음 일터가 지금의 켄터키프라이드치킨 매장이다. 처음 그녀는 시간당 최저임금 7.25달러를 받으며 한주에 27시간을 일했다. 그것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다른 매장에서도 18시간을 일했고, 그곳에선 시급 7.5달러를 받았다. 그녀의 직장 동료 대부분은 두세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현재 르그랑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녀가 일하던 매장 중 한곳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르그랑의 처지는 공화당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때 사례로 꼽는 대표적인 경우다. 그녀는 젊고 경력도 없고 전문 직업교육도 받지 못했다. 노동시장에선 가장 약자에 속한다. 만일 그녀의 임금을 올린다면 그녀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란 게 보수 진영의 논리다. 이에 더해 보수 진영은 르그랑이 조만간 임금을 올려받을 기회를 얻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경력이 쌓이면서 임금도 점차 올라갈 거라는 얘기다.

현실은 다르다. 르그랑은 자신이 일했던 두 매장에서 직원관리직으로 승진하기 위한 교육을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녀는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승진을 하려면 위생교육 과정을 밟아야 하고, 여기엔 114달러의 비용이 든다. 르그랑은 이 금액을 스스로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많은 동료들은 오래전부터 패스트푸드점 일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최저임금 수령자의 대부분이 10대라고 주장한다. 세차장에서 몇시간 일해 용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자유주의 좌파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88%가 20대 이상이고 40대 이상도 3분의 1이나 된다.

   
▲ 미국 시애틀의 샤마 시완트 시의원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실제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앞으로 이 금액을 받게 된다. REUTERS

르그랑은 장차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동료들을 보면 암울한 미래만 그려진다. 그녀 역시 잠시였지만 정부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식품 구입용 쿠폰인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야 했다. 직장 동료 대부분은 가족을 먹이기 위해 푸드 스탬프를 사용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시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을 받는다. 새로 만든 노조인 ‘패스트푸드 포워드’(Fast Food Forward)는 이를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간접보조금으로 간주한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납세자들에게 해마다 70조달러를 부과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임금 정책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2014년 가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기존의 과반 의석을 굳히고 상원에서 민주당의 과반 의석을 뺏어갈까 두려워한다.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노조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이슈로 삼고 있다. 몇년 전부터 제조업 분야 노조 조합원들이 격감하면서 지금은 민간부문 노동자의 7%만이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노동조합들은 서비스 분야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새로 조합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그랑도 동료를 통해 ‘패스트푸드 포워드’ 노조를 알게 됐고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노조가 내 눈을 뜨게 해줬다”고 말했다. 처음 시위를 할 때는 많이 두려웠지만 점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르그랑은 다른 패스트푸드점, 슈퍼마켓, 세차장 직원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 싸우고 있다.

몇몇 주들은 이미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지방정부는 연방정부가 정한 금액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택하는 게 가능하다. 예컨대 뉴욕주는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8달러로 올렸다. 시애틀 인근 시택 지역 서비스 종사자 노조도 지난해 11월 초 개가를 올렸다.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주민들에게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인상된다. 노조의 목표는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을 미국 전 지역에서 관철하는 것이다.

일부 지방정부,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

기업 대표와 보수 진영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보수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경제정책 전문가 캐리 셰필드는 “아예 시간당 최저임금을 100달러로 하지 그러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오마바가 추진하는 인상 수준도 저임금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보다 휠씬 더 높다”며 “이런 임금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오바마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구매력이 증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인상 반대자들이 주장하듯 “최저임금 인상이 자동화, 아웃소싱, 일자리 격감 등을 야기한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론의 여지 없이 현재 미국의 최저임금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임금의 36%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지난 60년 동안 최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노동 전문가 데이비드 노이마크는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을 물리치는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난한 이들보다 부유한 집 출신의 대학생들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혜를 받는 계층의 20%만이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노이마크는 “빈곤을 근절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세금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근로장려세제(일정 금액 이하의 근로자 가구에 근로소득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해 근로 유인을 높이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로 미국은 1975년에 도입했다 -편집자)가 훨씬 더 낫다고 주장한다.

이런 방식은 지난 몇십년 동안 잘 구축돼왔고 그 덕에 최저임금이 낮음에도 저임금층 가구가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임금수준 저하는 세계화의 결과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런 경향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르그랑은 좀더 나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의 대가만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Die Zeit 2014년 8호 Zehn Dollar pro Stunde?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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