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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단’과 ‘제3여단’을 붕괴시켜라
Life ● 월드컵 앞두고 ‘마약과의 전쟁’ 벌이는 브라질
[47호] 2014년 03월 01일 (토) 토마스 피셔만 economyinsight@hani.co.kr
   
▲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을 앞두고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 저격수가 마약조직의 본거지인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REUTERS

경찰 소탕작전 풍선효과 초래…
빈민가 대신 도심 거래 늘고 생계막힌 젊은이들은 강·절도


브라질 경찰은 수년 전부터 마약조직을 근절하기 위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벌여왔다. 특히 가장 오래된 마약조직의 뿌리가 있는 리우데자네이루가 타깃이었다. 범죄 대상이 관광객과 부자로 확대된 이유도 있지만,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여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빈민촌에서 마약범죄단을 축출하자 여기에 생계를 걸고 있던 주민들이 장소와 방법을 달리해 도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차이트> 브라질 특파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위험한 거리로 가려면 통행량이 많은 공항행 고속도로 ‘아베니다 브라질’을 거쳐야 한다. 쇠로 만든 육교를 건너면 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Favela·브라질의 도심 빈민가) 가운데 하나인 마레 지역에 곧장 들어서게 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안에만 이런 파벨라가 500곳이 넘는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길 양쪽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육교 다리 기둥에 기대 있었다. 나머지는 그늘막 하나 없이 이글거리는 한낮의 햇빛 아래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이들은 모두 코카인 중독자다. 방금 전 코카인 가루를 들이마시고 막 잠을 청하던 참이다.

하이힐을 신은 한 여인이 다가오더니 “마약? 여자? 아니면 사내?”라고 물었다. 원하는 게 뭐냐는 질문이다. 바로 옆에는 창녀로 보이는 나이 어린 소녀들이 길가에 앉아 있었다. 12∼13살쯤 된 소녀들은 뭐가 즐거운지 자기들끼리 킥킥거리며 분주했다.

몇걸음 더 갔더니 건장해 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길을 막아섰다. 그들의 눈이 신경질적으로 깜박거렸다. 그중 한 사내가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더 들어갈 수 없다”며 두 팔을 크게 흔들어댔다. “반디오들이 있는 곳이야. 강도들 말이야. 알아들었어?” 사내는 우리가 그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듯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하며 공중에 대고 ‘빵!’ 소리를 외쳤다. ‘노바 홀란다’라고 부르는 이 구역은 대규모 빈민가다. 이곳엔 임시로 담을 얼기설기 쌓아올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끔 커튼과 화분, 담쟁이 같은 식물로 정성스럽게 장식한 집들도 보였다. ‘우울한 매춘’을 목격했던 마을 초입과 딴판으로 마을 안쪽은 바깥 세계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로는 통행자들로 붐볐고 한쪽엔 시장도 들어서 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유니폼을 입은 우체부가 우편물을 배달하고, 맥주와 가스를 가득 실은 소형 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좁은 골목길을 내달렸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이 평범한 일상의 모습은 사실 거짓이다. 홀란다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오래되고 잔인한 마약조직의 본거지다. 이곳 말로 ‘코만두 베르멜류’(Comando Vermelho), 즉 ‘붉은 여단’이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서 몇백m만 걸어가면 주민들이 ‘루아 이바닐도 알베’라고 부르는 경계선이 있다. 경계선 너머는 리우데자네이루를 양분하는, 그래서 붉은 여단이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테사이로 코만두’(제3여단)가 장악한 지역이다. 지난 몇년 동안 이 경계선 인근 주택가에선 한밤중에도 잔혹한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전투에는 권총과 자동소총은 물론이고 수류탄과 박격포까지 동원됐다. 양쪽이 가진 무기는 결코 바닥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최근 마레 빈민가엔 다시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마약조직 간의 전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학교들은 강제 휴교 상태에 들어갔다. 적십자사는 아이들에게 빗발치는 총알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창문 가까이 가지 말라는 내용이 전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나머지 지역 역시 마약조직 간의 전쟁이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월드컵과 여름올림픽 개막을 앞둔 마당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주요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

월드컵 앞두고 영토전쟁 재개 조짐

리우데자네이루 처지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미스러운 일을 막아야 할 상황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도시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폭력적인 마약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경찰 수천명을 동원해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500곳 중 36곳을 장악했다. 갱단 두목들을 추방한 뒤 24시간 내내 경찰과 순찰 차량을 주둔시켰다. 경찰이 특히 신경 쓰는 곳은 관광객이 붐비는 해변과 도심, 그리고 마라카낭 축구경기장 가까이에 있는 빈민가다.

그 결과 처음 1년 동안 빈민가는 물론 부유층이 살고 있는 주택가에서도 살인·강도 사건 발생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이후 신고된 강도 사건 수가 전년과 견줘 46%나 늘어난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민들 역시 이런 통계치를 피부로 느낄 정도다.

해변의 빈민가에선 밤마다 총소리가 다시 들리고, 세계적 휴양지 코파카바나에선 얼마 전 주검이 발견되기도 했다. 유흥가인 라파 지역에선 19살 청년이 길거리에서 칼에 찔려 숨졌다. 대낮에 관광객이 카메라와 보석을 탈취당하는가 하면, 갱단이 버스 관광객과 도보 여행객,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해수욕장 손님이 가득 찬 해변 전 지역을 상대로 절도를 일삼고 있다.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모습(왼쪽).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이곳은 마약조직의 본거지다. 경찰이 이곳 빈민가의 좁은 골목길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마약조직 조직원들도 집 안에 숨어 무장한 채 경찰을 감시한다. REUTERS

경찰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경찰은 허겁지겁 순찰 인력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범죄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줘 범죄발생률을 줄여보겠다는 전술이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런 전술이 통하리라고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 범죄가 재발하는 건 출동하는 경찰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범죄가 조직화되고 흉포화되는 제반 환경은 다소 특별하다.

예수스 알비라는 오늘밤 두번째로 마약거래를 했다. 그는 산타테레사 유흥가에 인접한 가파른 언덕을 내려와 슬럼가를 찾았다. 빈민가는 이 언덕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차량 진입로 옆의 작은 술집 앞에 남성 3명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지나치는 사람들을 건성으로 쳐다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행인들을 꼼꼼히 감시하는 중이다. 그들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거리에 다다르자 알비라는 그제야 “저 사람들은 모두 무장을 했다”며 씨익 웃는다. 알비라는 송곳니가 하나도 없다. 입고 있는 옷은 언제 빨았는지 기억도 없다. 그는 경찰이 아직까지 한번도 들어온 적 없는 이곳 빈민가에서 나고 자랐다. 알비라처럼 전통적 방식으로 소규모 마약을 운반하는 사람을 이곳에선 ‘포르미기냐’(Formiguinha·작은 개미)라고 부른다. 불쌍한 악마다.

알비라는 진짜 이름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주말이면 늘 그래왔듯, 오늘도 이 빈민가 중심에 있는 ‘보카 데 푸무’(Boca de Fumo·‘연기의 입’이란 뜻)라는 마약거래소에서 코카인 몇봉지를 사들였다. 코카인 봉지 하나의 가격은 10헤알(약 4500원)이다. 그는 이걸 들고 지금부터 이 지역의 코카인 전용 술집과 음식점을 하나하나 방문할 것이다. 사겠다는 손님이 있으면 한봉지당 20∼30헤알을 주고 판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안에서 관습화된 마약거래 규칙을 지켜가며 장사한다. 규칙은 파벨라의 중심부, 즉 갱단의 관할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을 낮춰서 팔도록 정해져 있다. 브라질 중산층이라면 결코 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보카 데 푸무’를 찾는 고객들은 이방인의 눈에 다소 생소해 보이는 시스템에 따라 마약을 구입한다. 마약 가격은 단순히 양에 비례해 정해지지 않는다. 마약 한봉지 가격은 처음부터 50헤알, 30헤알, 20헤알, 10헤알 그리고 5헤알로 고정돼 있다. 이 가격은 절대 흥정할 수 없다. 가격이 비싼 마약은 양뿐만 아니라 질도 뛰어나다. 모두가 탐내는 건 ‘피시 스케일’(Fish Scale·생선 비늘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한 고급 코카인 가루)이다. 얼음같이 차갑고 맑은 이 마약은 황홀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부작용이 적어 인기가 많다.

마약은 빈민가 주민들의 생계 수단

반대로 부자들이 사는 주택단지로 갈수록 코카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른다. 리우데자네이루 남쪽에 있는 경비가 삼엄한 콘도미니엄에 들어가면 가격은 10배까지 뛴다. 이는 마약조직과 마약거래상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모두가 먹고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분배 시스템이다.

주요 마약 갱단은 호화 주택지에 상점을 낸다. 반면 혼자 힘으로 장사하면서 적은 돈이라도 벌어보려는 파벨라 거주자들은 두곳의 갱단 가운데 한곳에서 마약을 산 뒤 술집이나 체육관, 학교 등지에 퍼뜨린다. 그리고 상인, 택시 운전사, 피자 배달원 등도 마약 판매를 부업으로 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둘 중 한곳의 마약조직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각 밀매단의 표식이나 관습, 계명과 금지 사항 같은 것을 훤히 꿰뚫는다. 물론 자기들이 구입한 마약을 판매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도 잘 알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안 책임자인 호세 마리아노 벨트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 도시의 특수한 상황이다. 이곳은 3개 조직이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시내 중심부는 물론 판잣집 구역, 빈민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싸운다. 많은 무기가 필요한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경찰에 대항해 싸우는 것보다 자기들끼리의 전쟁이 더 중요하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벨트람은 올해 56살의 브라질 남자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진 그는 자신의 적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붉은 여단, 제3여단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 이 모두는 끝나지 않는 전쟁에 연루돼 있다. 벨트람이 취임한 2007년 마약거래 지역은 경찰도 통제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당시에도 마약조직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벨트람은 창밖을 가리키며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종종 저 위쪽부터 총소리가 들렸다”고 회고했다. 그의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는 기차역사 건물에서 밖을 내다보면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파벨라 ‘프로비덴시아’가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언덕 위로 일반 주택과 판잣집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2010년 4월 벨트람이 군대를 이끌고 진입하기 전까지 그 산은 붉은 여단의 손아귀에 장악돼 있었다.

당시 벨트람의 목표는 세가지였다. 마약조직의 우두머리를 추방하고 경찰을 상주시켜 갱단의 잔당들을 위협하는 한편, 경찰 병력이 현지 주민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관광구역 가까이에 있는 ‘도나마르타’나 ‘바빌로니아’ 같은 몇몇 시범 파벨라 지역은 현재 주민 1천명당 60~80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돼 있다. 그 지역에선 경찰들이 청소년들과 축구를 하거나 기부받은 헌 옷을 분배하는 일과 같은 사회사업을 벌인다. 지방정부는 새 도로를 깔고 하천을 정비하거나 학교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파벨라에선 사정이 다르다. 경찰 인력은 주민 1천명당 15명에 불과하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 경찰관은 2~3명으로 줄어든다. 절도범 단속 같은 최소한의 치안만 담당하는 수준이다.

벨트람이 블랙베리 휴대전화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엔 그의 병력이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경찰 1개 대대가 버스터미널에서 대규모 일제 단속을 벌여 코카인 26kg을 운반하던 미성년자 8명을 체포했다. 한 빈민가를 단속했을 땐 총격전 끝에 7명의 마약사범을 잡아들였다.

언론에는 경찰이 마약밀매단 체포를 위해 과잉 진압을 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폭력을 막기 위해 폭력을 쓰는 ‘이에는 이’ 전략이 필요하다. 이 소탕 작전은 한동안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약갱단 두목을 쫓아내자 ‘경제적 진공’ 상황이 벌어졌다. 리우데자네이루 마약밀매단의 사업 모델에는 수십년 전부터 마약거래 활동의 안전 보장 외에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이 포함돼 있었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갱단 두목들은 이웃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최소한 경찰에 밀고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지자 마약조직 조직원들은 도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경찰은 관광객과 부자들이 밀집한 지역과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경찰 뒤쪽으로 마라카낭 축구장이 보인다. REUTERS

마약조직 수족이 된 아이들

스페인의 인류학자 달리아 마르틴 마조는 이곳 마약조직의 ‘사회봉사’ 활동을 조사해 목록으로 작성했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여러 파벨라에서 여러 해 동안 직접 살면서 연구했다. 그의 자료를 보면, 마약조직은 운동장 건설, 유아시설 운영, 의약품 제공은 물론 어린이와 노인의 여가활동을 위한 축제나 댄스파티 등도 열었다. 마약밀매상이 거래하다 목숨을 잃으면 몇몇 두목들이 돈을 모아 일종의 유족연금을 주기도 했다. 부상자가 생기면 갱단이 즉각 무기를 들고 작은 개인병원을 점거해 의사들에게 수술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마약조직은 한편에선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공공연히 묵인되는 ‘공포 체제’인 것이다. 일부 파벨라 주민들은 이곳에 거주하는 것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는 마약조직의 압력이나 위협 때문에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니다. 마약조직이 통제하는 한 파벨라에서는 밤에 현관문을 열어놓고도 살 수 있다.

‘모로 도어 알레마오’(독일인 거주지)에 사는 한 여성은 최근 “며칠 전부터 이 지역에 성폭행범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파벨라 가운데 하나로 2012년부터 벨트람의 경찰부대가 치안을 맡고 있다. “경찰은 여전히 그 범죄자를 찾고 있다. 마약조직이었다면 일찌감치 잡았을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전직 교도소장이자 마약 퇴치 전문가인 율리타 렘그루버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뿌리가 뽑힌 리우데자네이루의 마약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왜 자신에게 묻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감옥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장악하지 않은) 다른 파벨라로 가서 새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아무런 대책이 없는 사람들은 새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거주 구역으로 내려가서 (마약거래가 아닌) 강도짓을 한다든가….”

그건 사실이다. 마약조직 두목들을 축출한 결과, 파벨라에는 할 일 없이 빈둥대는 젊은이들만 남게 됐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마약과 폭력 외에 달리 아는 것도 없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대부분의 마약조직은 핵심 조직원이 한곳당 30~5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산 위에 있는 그들의 영토에는 엄청난 수의 조직원이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이른바 ‘새’ 역할을 부여받는다. 어린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의심받지 않고 자질구레한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파벨라의 지붕 위에서 보초를 서는 임무인 ‘매’다. 거기서 지켜보고 있다가 경찰이 다가오는 게 보이면 경고 표시로 자그마한 인형에 불을 붙여 길에 던진다.

이제 막 13∼14살이 된 어린 청소년들은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시한다. 이들은 무전기를 사용해 ‘군인’들에게 감시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이때의 군인은 권총을 든 조직원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게 집 안에 몸을 숨기고 있다. 여기서 인정을 받아야 중화기로 무장하고 코카인과 해시시(인도 대마로 만든 마약), 크랙(값싼 농축 코카인)을 팔고 살 수 있는 자리에 오른다. 이런 조직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종의 ‘사람 장사’다. 흥미롭게도 조직에서는 인건비와 사회봉사비, 무기 구입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무기 확충과 조직 간 전쟁이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몇몇 연구기관이 마약조직의 실태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경영성적이 형편없다. 브라질 재정부는 “마약조직이 이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수준”이라는 한 문장으로 상황을 요약하고 있다. 이는 마약거래 조직이 더 이상 마약만 팔아서는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마약조직은 그들의 영토지배권을 활용해 점차 다른 수익원을 창출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 가스통, 케이블 TV, 전기, 인터넷 등의 공급권을 독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부가 수익사업 없이 마약거래만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경찰 진압 뒤 마약거래 방식 지능화

경찰이 이 지역의 새로운 지배자로 입성한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리우데자네이루의 마약거래상들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두가지의 상이한 전략을 구사한다. 물론 둘 다 폭력을 수반한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마약거래상들은 자신의 영토를 탈환하거나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 근처나 해안가에 자리한 파벨라에선 이미 이런 방식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새로운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무리도 생겨났다. 시류가 변한 것을 기회로 포착한 길거리 마약상이 그 부류다. 경찰 보고에 따르면, 그 가운데는 고객에게 마약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구사한다. 이들은 미니버스나 택시에 탄 채로 고객에게 물건을 넘긴다. 따라서 한곳에 머무는 시간은 줄고 대신 늘 이동 중이다. 여기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활용된다.

도심 한쪽 고객 근처에 임시 판매대를 즉석으로 설치하는 마약거래상도 나타났다. 이들 사이에서 ‘팝업 보카스’(Pop-up Bocas)로 통하는 임시 마약판매대는 주로 유흥가 지역에 설치된다. 일행 중 한두 명이 구석이나 지붕에서 망을 보는 사이 재빨리 흥정이 이뤄진다. 거래가 끝나면 그들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다.

이 현대판 마약거래상들은 기존 마약상들이 사용했던 비싼 노동력, 즉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혀 찾지 못한 젊은 조수들을 끌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자리가 없어진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범죄를 저질러야 할지 스스로 알아봐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마약밀매 조직을 파벨라에서 추방한 결과 이제 그들이 시내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른 저녁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다. 어둠이 깃들자 해수욕장 손님들이 전부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몸을 숨겼다. 오늘 저녁 해변에 앉아 있는 건 위험하다는 표시다. 해변에서 의자를 빌려주는 장사꾼들이 의자들을 다시 묶고 있다. 칵테일 상인들도 노점을 닫는다. 해변의 북쪽 끝 어디선가 폭약 같은 게 ‘꽝’ 하고 터지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 Die Zeit 2013년 50호
Rio de Janeiro. Krieg mitten in der Stadt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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