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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성장과 복지의 균형 잃었나
Focus ● 폭동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스웨덴식 복지 모델
[40호] 2013년 08월 01일 (목) 보이테크 칼리노프스키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5월2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경찰관이 폭도들을 진압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지난 5월 복지 차별과 인종 차별에 불만을 품은 이민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REUTERS

잇단 경제위기로 기존 복지 모델 흔들리면서 빈부 격차 확대되고 빈곤율 상승

복지국가 스웨덴이 소요에 휩싸였다. 지난 5월 60대 외국인 노인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복지 차별과 인종 차별에 불만을 품은 이민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스웨덴식 복지 모델의 해체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절망감을 줬기 때문에 이번 폭동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스웨덴식 복지 모델은 완전고용을 전제로 발전해왔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복지 모델을 지탱하는 완전고용 시스템이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보이테크 칼리노프스키 Wojtek Kalinowski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객원 칼럼니스트

스웨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5월 말 스톡홀름의 교외 지역을 비롯한 일부 스웨덴 도시에서 폭동이 발생하자 전세계 언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이번 스웨덴 폭동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다지 규모가 큰 사건은 아니었다. 가령 2005년 프랑스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는 무려 1만대의 차량이 불에 탔지만 이번 스웨덴의 피해 차량은 기껏해야 100여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웨덴 모델이 유럽에서 가장 관대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사회 통합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사태는 전세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그렇다면 스웨덴 복지 모델이 어떤 문제점을 떠안고 있는 것일까?

사실 스웨덴에서 이런 종류의 소요 사태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쇠데르텔리에, 2006년 예테보리, 2008년 말뫼, 2009년 웁살라 등 교외 지역에서는 규모는 좀 작아도 비슷한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스웨덴 사회에 계층 분열과 빈민층 소외 문제가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최근 몇년 동안 줄줄이 발표되면서 스웨덴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웨덴의 빈부 격차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작지만 격차가 확대되는 속도는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스웨덴 통계청(SCB)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지니계수(인구분포와 소득분포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은 완전평등, 1은 완전불평등한 상태며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이 심함을 의미한다. -편집자)가 1990~2011년 0.22에서 0.33으로 증가했다.

상대적 빈곤율 6.5%에서 14%로 껑충

부유층의 소득은 전후 대대적인 조세개혁을 진행하기 전의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반대로 하위 20% 빈곤층의 가처분소득(국민소득 중 가계가 임의로 처분이 가능한 소득. 가계소득에서 세금과 이자 등을 제외하고 연금 같은 이전소득을 보탠 것. -편집자)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스웨덴의 상대적 빈곤율은 순식간에 프랑스 수준을 따라잡았다. 가령 1995년 전체 인구의 6.5%에 불과하던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 14%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런 현실은 결국 최근 후스비 지역의 폭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후스비는 도시취약지구의 전형적인 문제점을 골고루 갖춘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도시취약지구에서는 실업자 비중이 높고, 계급·인종 간 분리 현상이 두드러지며, 경찰과 주민 사이에 불신이 팽배하고, 갱 문화가 발달한다. 최근 스웨덴 대도시 외곽 지역에서도 계층 간 거주 분리 현상이 심화되면서 비슷한 문제점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스웨덴 복지 모델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그동안 스웨덴 복지 모델은 사회복지 투자가 경제성장의 원동력 구실을 한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관대하면서도 보편적인 복지제도는 개인의 구매력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우수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 정책은 계층 간 이동을 활성화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고급 인력의 노동비용이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스웨덴에서는 모든 사회·직업 계층 간 형평성을 중시하는 노사협력 문화가 발달했다. 또한 일자리 유지보다 안정적 경력 개발에 역점을 둔 고용정책을 펴면서 수익성이 낮은 분야의 퇴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실업자 재교육은 철저히 이뤄졌다.

1930년대 이후 실시된 이같은 정책은 스웨덴 사회를 급격히 변화시켰다. 당시 실시한 정책은 오늘날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다. 가령 스웨덴은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계층 이동이 훨씬 자유롭다. 그럼에도 스웨덴 복지 모델은 1990년대에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1991~93년 발생한 심각한 경제위기가 스웨덴 복지 모델을 개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독일의 베를린장벽 붕괴 직후 동구권은 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그리고 동구권의 경제난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대형 은행 위기를 발생시켰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스웨덴 복지 모델의 '사망'을 선고할 정도였다. 다행히 스웨덴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대신 포용적인 사회를 유지해주는 토대였던 사회복지제도가 점진적으로 해체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민간부문의 활동은 1994년 이후 다시 활기를 띠었다. 산업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자체 혁신과 세계시장 정복에 나섰다. 전통적 주력 산업인 통신·자동차·제지·전기설비·강철·목재 등에 이어, '녹색' 기술과 서비스 분야가 새롭게 가세했다. 스웨덴처럼 대외 개방적인 작은 경제에서는 무엇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산시설을 자국에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지난 6월8일 스웨덴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의 막내딸 마들렌 공주의 결혼식이 열린 스톡홀름 왕궁 예배당 앞에서 한 어린이가 스웨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최근 발생한 폭동으로 스웨덴의 복지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REUTERS

이를 위해 스웨덴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특화하는 데 전력했다. 정부는 2012년 연구·개발(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4% 수준으로 확대했다. 그 가운데 3분의 2 이상은 민간부문이 차지했다. 이에 비해 독일과 프랑스의 수치는 각각 2.8%와 2.2%에 그쳤다. 더욱이 스웨덴은 2010년 유럽특허청(EPO)에 출원한 인구 100만명당 특허 등록 건수가 308건에 이르렀다. 덕분에 267건을 기록한 독일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정부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스웨덴은 1980년 이후 줄곧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1992년과 2009년 크로나(스웨덴 화폐 단위)의 대대적인 평가절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4년 전부터는 유로화 대비 크로나 가치가 상승했는데도 여전히 스웨덴의 흑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스웨덴은 요즘도 꾸준히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국가 채무 수준도 상당히 감축했다. 1995년 GDP 대비 80%였던 국채 규모는 2012년 32%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복지 예산을 감축하거나 사회보험의 소득대체율을 크게 축소하지 않았다. 물론 스웨덴의 공공 일자리 비중은 1993년 45%에서 2011년 34%로 줄어들었지만 이는 여전히 프랑스 등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사실 공공 일자리 감소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민간부문에 개방한 데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했다. 오늘날 스웨덴의 의료·보건·교육 등의 분야를 살펴보면, 공공부문과 더불어 비영리기업·시민단체·학부모협동조합·재단 등이 공존하고 있다.

고용률 저하가 시스템 균열 불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점진적이기는 하나 양극화 심화로 인해 분명 사회 전반에 많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규직 노동계약이 표준화됐음에도 임시직 노동계약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이다. 또한 건강보험에서도 좀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의료 혜택을 받기 바라는 부유층이나 대기업이 국민건강보험을 외면한 채 민영보험을 선호하는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의 사회보장 시스템이 점차 프랑스식으로 변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입자의 구매력이나 어떤 사업장에 고용돼 있느냐에 따라 보장 수준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이다. 노동계에도 노조가입률이 하락하면서(그럼에도 아직은 70%를 유지하고 있음) 노동자의 교섭력이 약화되는 한편, 생산지 이전과 개인별 임금 교섭 등으로 인해 같은 직종의 노동자끼리 연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스웨덴 복지 모델이 이같은 문제점을 떠안게 된 것은 이 모델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률을 전제로 한 연대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 경제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됐는데도 결코 기존의 높은 고용률을 회복하지 못했다. 1994~2006년 집권한 사민당은 고질적인 실업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실업자를 대거 산업재해자나 조기퇴직자로 분류해버렸다. 덕분에 빈곤율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복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기고 말았다.

2006년 집권한 우파는 세수 마련을 위해 '노동의 가치'를 복원하는 데 힘썼다. 가령 2008년 실업수당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사회부담금을 경감해주는 한편 재택노동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완전고용은 실현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보다 상황은 조금 나았지만 어쨌든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인한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완전고용이 실현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스웨덴 복지 모델의 급격한 해체는 사회적 절망감을 심화시키며 5월 폭동 사태를 부추기고 말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3년 7·8월 합본호(제326호)

Le modéle suédois é l'épreuve des émeut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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