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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
[Cover StoryⅡ]금융 변종플루 습격
[1호] 2010년 05월 03일 (월) 데니 끌레르(이코노미스트) economyinsight@hani.co.kr

   
 
지금은 이제부터는 공공부채를 줄일 노력을 해야할 때다. 여러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지만 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은 동일하지 않다.
2008년 3·4분기말에서 2009년 4·4분기말 사이 1년 동안,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4%포인트 뛰었다. 액수로는 1700억유로가 증가했다. 2003년 말 1조원이었던 총부채는 2010년 말경에는 1조5천억원을 상회하게 될 것이다. 공공부채 증가 속도가 이렇게 빠른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유로존 전체에서 공공부채는 이 정도의 속도로 증가하였다. 
민간소비가 위축되면 공공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기 당시 각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 상황을 단호히 차단하고 파산직전에 있는 은행제도를 재건해야만 했다.
각 나라들은 어려울수록 공공적자를 더욱 활용해 1년 만에 공공부채 증가율이 스페인은 32%, 아일랜드는 45%, 덴마크는 58%에 달하게 됐다. 심지어 라트비아는 공공부채 증가율이 151%에 육박했다. 그러나 증세, 지출축소 또는 인플레 정책을 통해서 언젠가는 이 빚을 갚아야 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부채가 줄어들면서 부채 상환이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정책도 사용할 수 있다.

위기 이전부터 공공부채 활용

2009년 프랑스의 정부 수입 규모는 정부지출 규모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지출액은 3640억 유로, 수입액은 2340억유로로 부족한 3분의 1은 빌려와야 했다. 여기에다 사회보장 부문에 대한 재정 적자액 270억유로를 더해야 했다. 한편으로 보면 이런 상황자체가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법인세가 2008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정부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부채가 늘어났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기도 전에 이미 프랑스 정부는 대대적으로 부채를 사용하기 시작했었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던 세금과 사회보장 갹출금이 감소함으로써 공공재원이 부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4~5년 뒤 경기회복이 시작됨과 동시에 공공지출을 대폭 축소하게 되면 정부지출과 수입 간의 큰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믿는 것은 이성에 바탕한 것이라기보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다. 물론 프랑스 정부는 아직 운신의 폭이 있기는 하다. 따라서 큰 어려움 없이 계속 빚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가 연리 3.5%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준은 독일보다 겨우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독일은 현재 공공부채가 GDP의 72%로 프랑스의 75.8%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에서 가장 견고한 경제 체제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스 등 국가부도사태에 대한 우려로 3%의 초과이자를 물어야만 국제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가들(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과는 전혀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가팔라졌던 프랑스 공공부채 증가세를,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면 계속 유지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니콜라 사르코지의 ‘거대 국채’는 그렇게 좋은 생각이 아니다. 이미 제2의 정부 지출이 된 부채 비용은 현재 약 500억유로에 달하는데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더욱 급속하게 증가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금리는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유럽중앙은행과 위험 부담없는 투자처를 물색하는 민간부문의 높은 저축율로 역사상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플레 정책으로 부채를 턴다?

부채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인플레로 부채를 해소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아파트 매입을 위해 빚을 지게 된 가구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수입도 동반 상승해 가계예산에 미치는 부채 상환 부담이 점차 줄어들었던 것이다. 정부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세계 제2차대전 발발 이전에 발행한 국채를 1950년대에 이러한 방식으로 상환했다. 덕분에 프랑스는 국가 재건 비용과 식민지전쟁 비용을 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비밀스런 유통을 제외하곤 자본의 국제이동이 없었다. 유럽중앙은행도 존재하지 않았고 강제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문가 수천 명의 감시 속에 인플레 조짐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 억제 정책을 시행하는 오늘날의 고도화된 금융시장 수준과는 형편이 달랐다.
여하튼 앞날에 대한 우려와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대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투입한 수십억유로가 실제 사용되는 날에는 전세계적으로 물가인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원자재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라는 무기를 이용해 인플레의 악순환을 사전에 차단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인플레 덕분에 초저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실제 비용이 경감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 채무국들에 있어서는 미래의 재원조달 수요를 크게 줄이기 위해 오늘날 과중한 부채를 지는 것이 그다지 어리석은 계산법은 아닌 것이다. 케인스가 요구한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는 빚을 줄이기 위해 검토 가능한 방책이다. 그러나 이는 오랫동안 사용될 수 없을 뿐더러 미래에 부채를 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방편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부채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측이 대부분 외국인 투자가(프랑스 공공부채의 3분의 2는 비거주자에게 진 것)인 현실에서, 금융시장은 현재 금리 인상을 통한 부채총액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  
공공지출은 그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 공공지출이 미덕이 되는 경우는 딱 두가지 상황밖에는 없다. 첫번째는 공공지출을 통해 민간부문 지출 감소분을 대체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공공지출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공공서비스와 공공재가 창출되는 경우다.
따라서 이 과정은 최소의 비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공공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구매로 살아가는 기업들과 행정기관들의 특혜를 제거함으로써 공공지출을 줄이는 정책은 그다지 부당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러나 모두가 수용하는 효율성 지표가 없기 때문에, 역효과 방지에 주의하며 미세한 조정을 시행하기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공공지출에 관해 “최소가 미덕이다 ”란 확신은 “많을수록 좋다 ”란 명제보다 이론의 여지가 더 많다.
 
공공지출을 축소하게 되면

게다가 유럽집행위의 바람대로 2013년부터 공공적자를 3%로 낮추기 위해 공공지출 규모를 수백억유로 삭감하는 것은 당치않을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허약한 거시경제균형이 아예 파괴될 위험이 있으며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고 그 결과 축소하려던 적자를 다시 부풀려야 되는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사회보장제도와 공공서비스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재정지출 축소는 사회보장·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일자리를 삭감할 때만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는 사회보장제도와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톡톡히 완충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사회통합에 얼마나 많이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성장에만 급급하지 말고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모순된 길을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공공지출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경기 회복을 방해하고 복지도 그만큼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모순을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재정수입의  증가뿐이다. 엘리제궁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증세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증세 때문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아니다 ”라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말한다. 그는 2007년 과세율을 4%포인트 삭감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회보장세를 제외한 모든 과세율은 2000년 GDP대비 21.8% 에서 2008년 19.1%로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세율 인하 추세는 직업세 폐지, 레스토랑 업계 부가세 인하, 조세상한선 도입, 추가 근무소득에 대한 감세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용해 소비가 증가하기보다는 오히려 저축이 추가로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최고 부유층의 과세율을 높이는 것은 일괄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디플레이션 효과가 덜하다. 사실 소득세나 일반사회보장기여금이 인상되어야 공정한 사회가 구현된다. 단 서민층은 이 인상조치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실업, 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이미 금융위기의 여파에 크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간 평등 구현도 마찬가지 논리다.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금융이익 추구에 급급한 현세대인데도, 세금을 올리지 않는 것은 부채상환의 부담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 Alternative Economiques
번역 전지연


부채 ‘눈덩이 효과’ 피하려면

공공부채 변화추이의 시나리오는 성장과 금리에 대한 가설에 극도로 민감하다. 성장이 부채를 가볍게 한다면 금리는 부채비용을 늘어나게 한다.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으면 부채비용은 GDP보다 빨리 증가한다. 이를 ‘눈덩이 효과 (snowball effect)’라고 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먼저 재정흑자를 실현해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낮고 부채비율이 높은 경우는 더욱 절실하다. 파리 국립고등정치학교(Sciences Po Paris) 산하 프랑스 경제정세연구원(OFCE)에서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연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의 차이 (1.3%와 1,8%)만 나도  부채상황은 현격히 달라지게 된다고 한다. 성장률이 1.3%인 경우, 부채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급증해 2020년엔 115%로 치솟게 된다. 반면 성장률이 1.8%면 2015년에 부채 상황이 안정된다. 단, 정부가 최근 마련한 다개년 공공재정 프로그램에 의거해 공공재정 통제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성장률과 금리는 외부 변수로 간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예산 정책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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