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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보다 더 취약한 사회복지사들
Issue 프랑스 사회복지사들에게 닥친 위기
[37호] 2013년 05월 01일 (수) 아녜스 투브노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2년 6월 파리의 한 요양원을 방문해 사회복지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경제위기로 복지 수요 느는데 재정난으로 예산은 태부족… 실적주의가 복지 체계 더 악화시켜

프랑스 사회복지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경제위기 이후 복지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 업무에도 경제논리와 실적주의가 적용되면서 사회복지사들 역시 차츰 통제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사회복지사들은 실적에 내몰려 재활 가능성 있는 대상만 선별해 돌보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녜스 투브노 Agnés Thouveno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2월 아침 아르데슈(프랑스 중남부 도시) 도의회 소속 사회복지사 로랑스 투레는 프랑스전력회사(EDF)와 족히 30분은 전화로 실랑이를 벌였을 것이다. 자신이 몇달 전 맡게 된 한 가정에 전기 공급을 중단하지 말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처럼 투레도 아무 생각 없이 우연하게 이 직업에 발을 담근 것은 아니다. 그녀는 성품이 이타적인데다 타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일에 큰 기쁨을 느꼈다. 또 어려운 이들을 곁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자립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오늘날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 사회복지사들 사이에 저항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겠지만 사회복지사들을 짓누르는 고통의 큰 원인은 바로 재원 부족이다. 가령 도의회에 고용된 사회복지사는 현재 인력난으로 인해 1인당 150가구, 심지어 200가구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다. 센마리팀 지역에서는 올해 청소년 소외 예방을 담당하는 직원이 150명 가운데 80명이나 감원됐다. 또한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은 종종 모순된 현실에 직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숙자 주거 문제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들이다. 리옹 지역에서 노숙자 보호 및 사회 재편입을 담당하는 바티스트 멘쟁이 "주거권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지만 정작 노숙자 구호센터는 유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적 따른 예산 배정이 상황 악화시켜

재정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실정이다. 실업자, 과다 채무자, 노숙자는 물론 너무 높은 집세, 정신적 문제, 각종 중독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날마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사회문제로 고통받는 현실을 지켜보지만 정작 그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고 프랑스지역사회복지센터연합(UNCCAS)에서 일하는 장폴 루가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도적 혜택을 통해 취약계층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점차 드물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 초 사회복지에 관한 민관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사회복지사업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 토론회를 여는 취지다. 지난 10여년간 복지 종사자들의 입지가 상당히 약화된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야심찬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엘사 믈롱 프랑스사회복지사연맹 대표는 "복지 종사자들은 그동안 '나랏돈 축내는 자들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돼왔다"고 말했다. 자크 라드수 사회복지고등협의회 부의장은 "사람들은 늘 취약 가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들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무조건 본인 탓이라 인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날 모든 일에 경영논리가 적용되면서 사회복지 업무도 점차 통제와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이제 사회복지 분야 가운데 양적 평가에서 자유로운 곳은 하나도 없다. 실적에 따라 정부 예산이 할당되기 때문이다. 가령 자활기업(EI·기초생활수급자, 장기실업자, 취약계층 등을 채용해 그들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게 하면서 취업 능력을 키우게 한 뒤 일반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기업)은 자활노동자의 60%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거나 높은 직무 능력을 획득하는 등 긍정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또한 노숙자 구호시설은 이용자의 25%가 새 보금자리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활작업장(CI·국가 지원을 받으며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고 직업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활조직)은 노동계약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하고 있으며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센마리팀 지역에서 특수교사(장애인·비행청소년·사회부적응자 등을 돕는 교사)로 일하는 파비앵 카롱은 "때때로 우리가 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양적 평가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실적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오늘날 일부 사회복지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 승인이 취소되거나 지원금을 못 받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아무리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이라도 사회 재편입의 가능성이 낮은 경우 최우선적으로 복지사의 관심 대상이 되기 힘든 게 오늘의 현실이다.

사회복지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데는 관료화도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 업무의 '테일러화'를 꼬집기도 한다. 복지 부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총체적인 복지 관리가 힘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아르데슈 도의회 소속 사회복지사 로랑스 투레는 이렇게 지적했다. "수급자가 분개할 만하다. 매번 수많은 담당자를 차례로 상대해야 하니 말이다. 수급자에게 반복적으로 사정 설명을 하는 것은 복지사와 수급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효율적인 복지 관리도 저해한다."

   
프랑스에서는 노숙인 주거 문제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한 사회복지사가 노숙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사회복지사들은 현장 활동이 줄어들면서 능력에 걸맞지 않은 업무를 한다는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오베르뉴 지역 사회복지교육센터에서 복지사 양성교육을 하는 릴리앙 그라비에르는 "사실상 서류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사회복지 업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급자와의 교류보다 더 중시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오늘날 복지 종사자들은 고용주가 특별히 금지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수급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일이 드물다. 가정 방문에 드는 무형의 시간이 정부 당국의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 역시 사회복지사의 사기나 업무 진행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마리나 사건이다. 2009년 마리나는 장기간에 걸친 부모의 학대 끝에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문제는 아동이 사망하기 전 주변에서 아동복지센터에 몇차례 신고를 했지만 단 한번도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지센터는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신고된 사건을 모두 검토할 의무가 있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장조사를 나가면 무고한 신고라며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복지기관의 고용주 역시 자신이 고용한 사회복지사들이 지나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사회복지 부문 종사자들의 건강과 관련한 통계 자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종사자가 직접 신고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단일노조연맹(FSU) 소속 노조원 에르베 외르트비즈는 "사회복지사들이 파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쉽사리 업무를 중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앞에 정부는 미래 사회복지 사업을 발굴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을 격무에서 해방시켜줄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절한 제도적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사회복지사에게 3년제 대학 과정의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엘사 믈롱은 "사회복지사들은 3년을 공부하고도 2년 대학 과정만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복지사 양성 제도를 개편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은 2가지다. 첫째, 지역 단위의 자율적인 사회복지고등교육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둘째, 대학 내에 사회복지 수업을 개설하는 것이다.

파업도 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사들

마지막으로 변화의 키는 사회복지사들도 함께 쥐고 있다. 요컨대 앞으로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관행을 어느 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령 사회학자인 베르트랑 라봉과 자크 이옹은 사회복지사들에게 3가지 변화를 제안한다. 첫째, 예전처럼 사회복지사들이 공동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오늘날 사회복지사들은 일대일 논리에만 매몰된 나머지 더 이상 동료나 수급자들과 함께하는 공동 작업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둘째, 아무리 업무 일정이 빡빡해도 사회복지사가 혁신이나 실험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사가 사업별이 아닌 개인별로 총체적 복지 관리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보다 더 큰 문제를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사회복지 정책을 개혁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복지지원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사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학자 브누아 에로도 네번째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복지를 개인에 대한 시혜가 아닌 '시민에 대한 고려'라는 차원에서 새롭게 인식하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취약계층에게 단순히 복지 지원으로만 환원되지 않는 다양한 권리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가령 취약계층의 자립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3년 4월호(제323호) Les travailleurs sociaux ont le blues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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