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펴냄 | 1만5천원

김희정 번역자

<채식의 배신>은 그다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비옥한 초생달' 지역이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사막의 모래가 흩날리는 현재 이라크의 모습으로 바꾼 장본인이 다름 아닌 농업이라고 주장할 때는 물론이고, 콜레스테롤은 불포화지방산이 혈관에 낸 흠집을 수리하는 '고마운 영양소'라는 설명을 접하고 나면 적군과 아군의 구분이 안 되는 혼란에 빠져 더 이상 행복한 책 읽기는 불가능해지고 만다. 더 나쁜 소식은 채식을 실천하고 있거나 '언젠가는 나도 채식!'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뿐 아니라 제목만 보고 '역시 고기가 최고라니까'라고 생각하기 쉬운 잡식주의자까지도 어떤 채소, 어떤 고기가 윤리적·영양학적으로 올바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지식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직접 채소를 기르며 동물 분뇨를 퍼 나르고 결국 동물의 사체와 피를 땅에 묻는 작업을 해야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식물도 먹어야 자란다', 그리고 '그 먹이는 육식성이다'라는 사실을 참을성 있게 설득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나를 위해 생명을 희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소만을 먹기로 결정하는 것은 생명 과정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생물에만 감정을 이입하며 모든 먹이사슬 위에 인간을 놓는 인간 중심 사상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반추동물에게 곡물을 먹이는 극도로 비자연적이며 비효율적인 공장형 축산업을 정당화하거나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공장형 축산의 배후에 거대 곡물 기업의 탐욕이 숨어 있음을 밝히고 그 과정에서 동물의 존엄성과 건강이 비참하게 파괴되는 사실과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 영양학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설명한다. 이런 축산업 관행이야말로 저자가 최우선으로 타파하고 싶은 대상인 것이다.

20년 비건(유제품·달걀류 등 동물성 지방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생활에 몸을 망친 저자는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를 논하면서 지방과 콩에 얽힌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는다. 또한 필수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한 철저한 비건 식사가 어떤 신경학적 재앙을 초래하는지 상세히 짚는다. 저자는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방대한 연구 결과와 참고 서적을 토대로 인간이 왜 채식으로만 살 수 없는지를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 이 부분이 과학적 논쟁이 가장 활발한 곳일 것이다. 독자도 이 지점에서 "저자가 잘못된 채식을 해서 그렇다"라거나 "과학적으로 근거가 빈약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130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해 조목조목 설명한 것을 반박하려면 "나는 채식해보니 몸이 더 가볍던데"류의 경험담이나 동서양의 식사 습관 차이를 지적하는 것보다 좀더 성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급진적 사회운동가이자 여성해방론자인 저자는 자동차를 타지 말고 보행 가능한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기른 음식만을 먹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개인적 행동의 변화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문화와 권력 제도의 근간부터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이다. '10가지 행동 지침' 같은 세련된 결론 대신 저자는 과감하게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지구와 그 위의 모든 생명을 정직하게 사랑하고 생명의 순환 고리 안에 겸허하게 자신을 맡기기로 결정한 저자가 하는 말을 한번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고 소화해보자. 그다음에 마음껏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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