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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가라앉는 일본열도 구할까
[Trend] 경기부양에 사활 건 일본, 어디로 가나
[35호] 2013년 03월 01일 (금) 장환위 economyinsight@hani.co.kr

   
펄럭이는 일장기 너머로 일본 도쿄항 컨테이너 부두가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일본 디플레 탈출 위해 무차별 양적완화… 악재 많아 성공 여부 미지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무차별적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아베노믹스'다.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엔화 가치는 하락했고 주가는 올랐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채 이자 부담 증가가 당장의 과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국민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

장환위 張環宇 <신세기주간> 기자

지난해 12월26일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총리에 취임했다. 유력 정치가문 출신으로 강경 매파를 대표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급진적 면모를 보였다. 자국 통화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대담한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진 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 하락했고 시시때때로 디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공동화는 경제의 활력을 꺾어버렸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할 만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개혁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양적완화가 꺼져버린 일본 경제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인구 고령화와 경제의 활력 부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잦은 지도부 교체로 유명한 일본 정치계가 새로 취임한 아베 총리에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할까?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여러 의문점은 그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에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모두 디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엔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는 것을 최대 정책목표로 설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단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환율은 억제할수록 상승했다.

낙관과 비관 교차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 역시 취임 뒤 엔화 절상을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른 정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종전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는 1%에 그쳤다. "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목표를 실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일본 스미모토신탁의 시장 애널리스트 아야코 세라는 "자산 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모습이 아베 정부와 이전 정부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산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고 거품이 꺼지면 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급진적 이미지를 등에 업고 취임한 아베 총리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경제를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타로 경제조사실장은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지만 양적완화에만 의지해서는 인플레이션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요 부족 상태에 빠진 경제부터 손을 써야 한다. 수요 부족을 해결하려면 성장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릿쿄대학 경제연구소 후카오 교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75∼90년 평균 4%를 기록했지만 1990∼2006년에는 1.3%로 떨어져 2.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1.2%포인트는 생산성 하락에서 비롯됐고 1.1%포인트는 1인당 노동시간의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지 교수는 "생산성 하락에 대응해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축소하거나 가동을 중단시켜 경제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자본과 기술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기관을 구조조정하거나 교육하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감소 요인에 대해서 교지 교수는 "고령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현상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도 1인당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령 인구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었을 때 1인당 GDP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전체 GDP도 절반으로 급감하게 된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은 안심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할 수 없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줘야 한다." 도카이도쿄증권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없고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일본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산업공동화 위험마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엔화가 크게 절상되면서 이런 위험이 증폭됐다. 수입 상품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일본 내 물가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승하고 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파이터' 이미지로 중무장한 아베 총리는 엔화 절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단기간에 산업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산업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신흥 산업 지원과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절하를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다음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TPP에 참여하지 못하면 구조 개혁도 추진할 수 없다. 반대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조기에 TPP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일본이 국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생산성과 함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에서 보면 TPP의 위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의 TV 모니터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왼쪽). 지난 1월 할인 행사를 알리는 문구가 내걸린 일본 도쿄 긴자의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에너지·바이오에서 살길 찾아야

사이토 타로 교수는 일본이 전통 제조업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가공업은 신흥국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에너지다. 일본은 지금까지 에너지가 없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일본 주변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란 석유나 천연가스가 아닌 태양광이나 전자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등 전혀 새로운 에너지를 뜻한다. 또한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되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바이오의약과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가능성이 있다."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일본의 부동산업은 1990년대에 큰 좌절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대차대조표'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오사카나 도쿄 상업지구의 토지가격지수를 보면 1990년대를 전후해 각각 260과 240의 최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금은 각각 55와 6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 1월4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니시무라 기요히코 부총재는 미국경제학회 총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하락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실제 가치와 더 많은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천억엔 규모의 부동산투자기금을 조성해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효과를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규모로 봤을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중개회사 대표는 말했다. 일본 부동산 임대료의 명목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유지 비용도 결코 낮지 않아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를 되살리기 위한 길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 앞에 놓인 또 다른 난제는 장기적인 재정건전성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부채 규모는 GDP의 237%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가 많아 유럽에서와 같은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채무와 재정 적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됐다.

양적완화, 그리스 사태 초래할 가능성도

일본 국채를 매입한 주체가 대부분 국내의 대형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면 이 기관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에는 장기간 보유해온 미국 국채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자급적'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리스크가 집중된다. 즉, 일본 경제가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베 정부가 출범한 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8%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0.08%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를 넘겨야 국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수준이 높고 고령화가 심각한 국가가 그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무제한적 양적완화 방안을 갖고 취임한 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경제재생 장관은 "일본 정부의 단기 과제는 경기 활성화"라고 말했다. 또한 장기적 재정 목표를 수립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허용 한도를 높이고 무제한적 적자를 감수하는 통화정책 앞에서 이런 설명은 무력해 보인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이후 민영화와 정부 규제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에 목마른 아베 총리가 재정정책은 물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완화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일본 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인연금과 의료 등 사회복지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구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재정 리스크를 줄이려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 아베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소득 50조엔 만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 격차 축소와 성장을 통한 부의 창출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급진적 전략은 채권시장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롭게도 아베 정부가 제시한 물가 목표 2%가 달성되는 순간 채권시장이 가장 위험해질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인 1%를 넘기면 채권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예금이 있어도 국내에서는 대출해줄 곳이 없어 결국 국채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이탈할 것이고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다."

아야코 세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20~30년 만기 국채에 대한 매수 주문이 있었지만 10년 만기 국채도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국채시장의 수급 구조를 봤을 때 일본 국채를 대량 투매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계절적 요인 외에 경상수지 흑자 기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국내에 막대한 예금이 있어 그리스 같은 국가와는 상황이 확연하게 다르다. "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일본도 결국 그리스처럼 될 것이다."

2014년 소비세를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일본 정부가 올가을 최종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소비세를 올리지 않으면 국채 등급이 하락해 일본 재정의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해도 일본 정부는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아베 정부가 적자 통화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런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신호를 꾸준히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나오히코는 "새 내각의 급진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엔화의 과도한 절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는 재정 안정을 추구하는 일본 정부에 많은 문제점을 가져오겠지만, 새 내각이 정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등 다양한 약속을 이행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한 남성이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일본은행은 중앙은행 고유의 의무인 물가 안정을 버리고 2% 물가 상승 목표를 설정해 무제한으로 통화 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뉴시스 REUTERS

나오히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2013년 회계연도에 일본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새 내각이 원자력 문제 등 다른 정책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경제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제시한 원자력발전소 신축 불허 및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아베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 액화천연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총리를 지냈던 아베 신조는 공약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면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엔화 가치 상승 억제를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광풍이 불었다. 2012년 11월 초 80엔 수준이던 달러 대 엔화 환율이 90엔을 돌파해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엔화 절하폭은 10%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닛케이지수는 큰 폭으로 올라 11월 중순 8700포인트 부근에 머물던 닛케이225지수는 단번에 1만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일본 중앙은행과 아베 내각이 손잡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기업의 수익 상황을 보면 아직까지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무역이 위축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외부 수요도 회복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현실 역시 일본 경제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적 구호 앞에서 시장은 이런 모든 상황을 간과하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지난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을 바라보는 기관투자가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설문에 응답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20%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줄였다'고 응답했지만 올 1월에는 그 비율이 3%를 기록해 시장의 투자 선호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이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상승했다. 다시 말해 글로벌 투자가들은 앞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국채시장 뒤흔들 위험한 뇌관

정부 처지에서 보면 엔화 절하 정책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엔화로 표기된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국내 디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장차 일본 경제에 화근이 될 수 있다. 잦은 시장 개입으로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둔화시킬 수 있다. 양적완화에만 의지한 구두 개입으로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의 엔화 절하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번 평가절하는 적정 수준을 회복한 부분이 많다. 종전에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도 이런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아셩그룹의 한 외환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이후 엔화 절하의 동력이 약화됐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에 발맞춰 해외 자산이 일본으로 복귀하면 엔화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 대선 등 유럽의 각종 잠재된 리스크도 엔화 동향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사이토 미쓰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도한 평가절하가 일본 경제에 반드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에서도 엔화의 과도한 절하는 수입 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 이르면 정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10~120엔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일본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개발하면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몰고 온 바람이 잠잠해지면 엔화는 외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간노 마사아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 절하는 고평가된 엔화 가치를 조정한 것이고, 앞으로 계속 큰 폭으로 절하가 진행될 경우 엔화 가치가 오히려 저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의 동향은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첫째는 일본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보다 더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조치를 추진할지 여부다. 둘째는 미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통화를 거둬들일지 여부다. 두 요인이 충족되면 엔화는 더 쉽게 평가절하될 것이다.

ⓒ 新世紀週刊 2013년 3호(제537호) 日本經濟未脫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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