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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의 긴축, 그 잔혹한 배반의 결말은?
Trend ● 위험천만한 올랑드의 도박
[31호] 2012년 11월 01일 (목)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0월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마침내 긴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보다 300억유로를 감축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3%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좌파 시민단체들조차 거리로 나섰다. 프랑스를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긴축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부편집장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프랑스 정부는 2013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감축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금융시장의 성화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9월9일 "이는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TV 대담에서 올랑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내걸었다. 성장이 둔화되거나 혹독한 긴축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반드시 "프랑스의 실업률 추이를 1년 내에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된데다 긴축의 고삐까지 단단히 조여야 하는 상황에서 고용을 활성화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올랑드 대통령이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뭔가 깜짝 놀랄 비책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저 그는 두 가지 큰 도박을 감행하고 있을 뿐이다. 요컨대 긴축정책이 프랑스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유럽 경기가 한층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도박에 불과하다. 혹 게임에 지기라도 한다면 프랑스를 더욱 깊은 불황의 늪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훗날 좀더 유연한 경제정책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2012년과 2013년 동안 피눈물 나는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서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2014년 프랑스 경제가 사실상 호전되더라도, 비록 정부가 추가 긴축정책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지난 2년간 지속한 증세와 재정지출 삭감 기조까지 전부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랑드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13년 3%대로 감축하고, 2017년까지 완전한 재정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5년 임기 동안 GDP 5% 재정 절감 목표

장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올랑드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GDP의 약 5%에 달하는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 다시 말해 1천억유로가량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경제동향분석연구소(OFCE)의 추산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재정 수입과 지출을 절반씩 골고루 늘리고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올랑드는 재정 감축 시기를 주로 2012~2013년에 집중하고 그 대부분을 증세에서 충당하도록 감축안을 짜놨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수아 피용 정부가 통과시킨 증세안에 따라 프랑스는 지금부터 2017년까지 200억유로의 세수를 거둬들일 방침이다. 여기에다 올여름 집권당이 통과시킨 증세안에 따라 180억유로를 추가로 징수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올가을 추가로 세금 인상안을 줄줄이 표결에 부친다. 올랑드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500억유로가량의 재정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2013년 재정지출 총액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곧 프랑스의 모든 정부 부처가 앞으로 5년 내내 재정지출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요컨대 프랑스는 본격적인 긴축에 나서고 있다. 그것도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물론 프랑스가 굳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 돼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이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 방안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없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일 유일한 방법은 긴축 기조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긴축 강도가 높다는 데 있다. 더욱이 이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2014년 이후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단 말인가?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프랑스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며, 유럽의 경기도 훨씬 호전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몇 가지 그럴듯한 가정에 근거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그 가정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먼저 유로존 경제가 호전되리라는 전망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필요에 따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일부를 매입할 수 있다고 발표함에 따라 두 나라의 국채 금리가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로 인해 세 가지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먼저 국채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추가 긴축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동시에 유로존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문제는 약발이 나타나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소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의 사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2010년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가 9.3%까지 치솟으면서 긴축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하지만 8.5% 수준에서 2011년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결과 또다시 긴축의 고삐를 더 단단히 죄야만 했다. 하지만 혹독한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2012년 스페인의 재정적자 규모는 기껏해야 GDP 대비 8%에 근접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스페인은 증세에 따른 경기위축(경기침체 효과)과 조세수입 감소(불법노동 성행)로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ECB의 지원사격에도 스페인은 도무지 난국을 헤쳐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나머지 유럽 국가가 긴축 일변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독일의 임금 인상조차 큰 힘이 돼주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긴축정책이 프랑스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베팅했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승수효과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사실 승수효과의 원리는 간단하다. 가령 국가가 돈을 지출하면 그 수혜자가 일부를 소비하는데, 그 과정에서 본래의 재정지출액을 능가하는 성장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국가가 재정지출을 10억유로 줄이면 그 이상의 경기후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 정확히 얼마큼의 경기후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친정부 성향의 전문가들은 국가가 재정지출을 10억유로 줄이는 경우, 1억2천~1억5천유로의 경기후퇴 효과가 일어난다고 본다. 반면 손해가 20억유로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이는 엄청난 격차라고 할 수 있다. 전자를 따른다면 프랑스 정부가 전망한 2013년 성장률 0.8%는 충분히 실현할 수 있지만, 후자의 주장을 따른다면 성장률이 예상치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순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2013년 프랑스 경제성장률을 0.3%대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후 프랑스경제현황연구소(OFCE)가 제로 성장을 점쳤고, 심지어 그 외 경기예측기관들은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GDP 대비 3%라는 재정적자 감축 목표는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 경우 프랑스가 추가 긴축 프로그램을 강행하며 스페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마지막 희망은 프랑스 정부가 비록 3%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하는 재정 감축을 실현한 뒤, 약간의 회계 조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재정적자를 GDP 대비 3~3.5%(GDP 대비 재정적자가 0.5% 초과하다는 것은 감축 목표액에 100억유로가량 못 미친다는 뜻이다)로만 감축하더라도 프랑스는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대통령궁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정부는 그 정도 수준만 달성된다면 비록 경제성장률과 재정적자 규모가 목표치에 못 미치더라도 추가 긴축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투자자들에게서 저리로 돈을 빌려다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데도 판돈을 걸었다. 2012년 예산안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해 이자비용으로 488억유로를 내야 하지만 이미 7월 국채 금리 인하에 힘입어 14억유로의 이자비용을 절감한 상태다. 이 추세대로 3개월마다 7억유로씩 절감할 수 있다면 한 해 무려 28억유로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하지만 비관적인 소식도 있다. OFCE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3년 프랑스에서는 제로 성장으로 인해 연간 21만3천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실업률이 11%대로 치솟을 것이다. 국채 규모도 GDP 대비 92% 혹은 93%대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OFCE 분석예측팀장 자비에 탱보는 "현 긴축정책으로는 국채 증가세를 반전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제르피 연구소의 올리비에 파세 경제종합팀장도 "현 정책은 리스크가 많다. 개혁 대상이 주로 노동자에 집중되고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프랑스 생산력을 파괴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노동총연맹(CGT)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9월 파리에서 정부의 일자리 감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AP

자칫 스페인 전철 밟게 될 수도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올리비에 파세는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는 재정 감축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동시에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과 경기침체에 따른 임금 삭감으로 낮은 생산비를 누리는 남유럽 국가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재정안정책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가 감축 목표 시기를 2014년으로만 연기했어도 "경제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내년 한 해 1% 경쟁성장을 달성하며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줬을 것"이라며 자비에 탱보는 안타까워했다. 사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2013년 재정적자 3%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해당 국가들이 집단적으로 감축 목표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지난 7월 스페인의 사례처럼 말이다. 더욱이 유럽의 새로운 예산 규정들도 이와 같은 유연한 조정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두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안정·협력·거버넌스에 관한 협약'(TSCG·신재정협약)이 제도화하려는 이른바 '황금률'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있다. 황금률에 따르면, 경기변동에 영향받지 않는 '구조적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0.5% 이내로 줄여야 한다. 사실 OFCE는 유럽 국가들이 황금률을 준수할 경우 프랑스는 2014년이면 감축 목표를 충분히 실현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비에 탱보는 "구조적 측면에서 프랑스는 이미 여러 조처를 통해 중·장기 국채 감축에 나선 상태다. 이미 감축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긴축 조치를 시행한다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고 성장 회복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낮은 목표치만으로도 경제를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었다"고 올리비에 파세도 지적했다.

어쩌면 올랑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긴축 일변도의 유럽을 물려받은 현 대통령에게 사실상 다른 도리가 없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려 할지 모르겠다. 결국 독일의 요구대로 긴축을 받아들인 것은 전 집권당이었다고 말이다. 또 증세 부담이 주로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기에 이것은 단순한 긴축이 아닌 '공정한 긴축'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어쨌든 이제 정부는 자칫 잘못하면 프랑스를 장기 실업의 늪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강도 높은 긴축을 선택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몸에 좋은 약도 과다 복용은 절대 금물인 법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2년 10월호(제317호) Le pari risqué de François Hollande.

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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