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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비추는 망막 배양·이식의 꿈
Popular Science ● 시각장애인들의 염원 이뤄질까
[30호] 2012년 10월 01일 (월) 울리히 반젠 economyinsight@hani.co.kr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망막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망막이 손상돼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배아 줄기세포 이용한 인간 망막 배양 성공… 시각장애 치료의 돌파구 될 듯

망막을 배아세포로부터 배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망막을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완전한 배양과 이식을 위해서는 기술적 난관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망막 이식으로 시력을 되찾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울리히 반젠 Ulrich Bahnsen <차이트> 과학부 기자

밝은 녹색으로 빛나는 반달 같은 것이 스크린에 나타나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소속 과학자인 로빈 알리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내 연구 인생에서 이렇게 놀라운 일은 처음이다." 강연장인 함부르크 그랜드 엘리제 호텔 홀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임신 8주차에 들어간 태아의 눈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궁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알리가 일하는 실험실 배양접시에서 자라났다. 이 영상은 지난 7월 중순 국제망막학회를 열광시켰다. 이 학회는 '시력을 되찾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구자와 시각장애인이 모인 단체로 치료가 어려운 시각장애를 극복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시각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알리와 그의 동료들은 가장 큰 희망이다. 그들이 미래에 다시 볼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인간 망막같이 복잡한 조직에서 질병 치료를 위한 생물의학적 기초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예전에는 망막이 손상되면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치명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안과 의사들은 새로운 약물과 유전자 치료를 이용해 시각을 잃을 염려가 있는 환자들을 구해내려고 한다. 몇몇 방법은 벌써 환자들에게 임상실험을 했고, 많은 경우 시력에 관련된 유전적 질병을 호전시키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적용 가능한 치료법이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망막을 연구하는 토마스 레가 밝혔다.

줄기세포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망막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손상된 망막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만 과학자들이 넘어야 할 의학적·기술적 난관이 꽤 남아 있다. 치료가 가능하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동물실험 결과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실험실에서는 완전한 인간 망막이 배양되고 있다. 미래에 이 망막들은 치료 불가능할 정도로 망막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이식될 것이다. 독일 본대학의 안과 의사 프랑크 홀츠는 "아직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광수용체가 이미 망가진 환자를 치료하려면 이식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태아의 눈

알리 팀이 망막을 만들어낸 안과학연구소의 세포실험실은 노란 병원 건물의 기다랗고 더러운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영국 런던 동부의 바스 거리에 있다. 런던에서 이 지역은 멋있는 술집도 고급 레스토랑도 없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들의 구역이라고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이 귀띔해주었다. 연구소 바로 옆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어필즈 안과병원의 소아안과 병동이었다.

이 작은 시각기관(배양된 망막)은 맨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빛나는 초록색의 반달 모양 망막은 형광현미경을 이용해야만 볼 수 있다. 이 안배(인간 망막을 형성하는 컵 모양의 조직)는 0.5mm로 자궁 안 인간의 시각기관 크기와 똑같다. 이것은 아기의 완전한 눈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유전자에 입력된 대로 발달된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배양체다. 알리는 "사람이 이런 발달을 밖에서 조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자에 기대 앉아 배 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배아 줄기세포는 자체적으로 분화해 안배를 만들어낸다. 놀라운 일이다." 알리는 세포 치료 분과의 연구과장 중 한 명이다. 안과의사가 아니라 세포유전학자다. 46살인 그는 전형적인 영국인이지만 이름과 약간 어두운 피부톤을 보면서 부친이 방글라데시 출신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20년 전부터 그는 실명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해왔다. 아직 실명한 이들에게 시력을 되찾아주겠다는 것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발견한 것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의 연구 결과는 시각장애 치료에 중요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하는 성경에 나오는 기적은 1920년 이미 과학자들의 연구 과제로 등장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눈이 퇴화한 동굴 도롱뇽에 망막을 이식해서 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1950년 비슷한 시도가 쥐에게도 이루어졌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태중의 쥐에게서 나온 망막을 성인 쥐에게 이식했는데 성인 쥐 눈에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이식된 상피세포가 쥐의 망막에 연결되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뒤이어 이식을 시도한 사례는 많았지만 성공했다고 인정받지 못했다. 오직 양서류와 물고기만 스스로 망막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들의 망막 줄기세포는 상실된 광수용체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상위 동물들로 갈수록 이런 능력이 사라진다"고 알리는 말했다. "포유류, 특히 영장류는 망막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을 아주 잃어버렸다." 망막세포의 많은 부분이 죽어버리면 흉터 같은 조직이 생성되는데 이는 영원히 시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2000년 처음으로 <사이언스>에 망막세포를 배양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논문이 실렸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대학 소속 과학자들이 망막 주변부에서 특수한 망막세포를 발견했는데 줄기세포처럼 배양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 세포를 따로 분리해서 광수용체를 이루는 간상체와 추상체를 배양할 수 있었을까?

이런 희망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알리는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의 실험실도 다른 실험실도 이런 세포가 배양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런 세포는 광수용체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알리가 전했다. 하지만 시력을 잃은 이들을 배양한 시세포로 도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당시에는 고안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세포생물학자 제이미 톰슨이 초기 인간 배아에서 나온 세포를 배아 줄기세포로 배양하는 법을 발견했다. 망막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발전할 수 있고, 특히 망막세포 같은 신경세포로 쉽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사이 미국 회사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는 노안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와 유전 질환으로 시력이 손상된 환자에게 배아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특수 세포(망막색소 상피세포)를 이식했다. 이런 상피세포는 광수용체 세포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만일 상피세포가 죽는다면 빛을 수용하는 감각세포도 함께 죽게 된다.

뒤이은 돌파구는 이식 가능한 광수용체의 배양을 거의 가능하게 만들었다. 알리는 이런 가능성을 처음 접한 사람들 중 하나다. 2010년 12월 <네이처>는 그에게 일본 연구자들의 논문에 대한 리뷰를 부탁했다. "나는 연구실로 뛰어 들어가서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전세계에서 톰슨의 배아 줄기세포를 광수용체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배양액 속에 성장 요소를 첨가해서 신경 전구세포로, 더 나아가 망막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아주 소수만이 광수용체로 자랐다. 여러 종류의 세포가 마구 섞여 있었다. "광수용체는 너무 적었고 이렇게 배양된 세포는 소용이 없었다"고 알리가 말했다. 쥐의 배아에서 시세포로 분화하는 중간 단계인 전구세포를 채취해 망막색소변성증에 걸린 쥐에게 이식하는 것은 효과가 있었다. 채취한 시세포를 망막에 이식하는 것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이 지난 4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은 스스로 망막의 신호 전달 신경층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쥐의 시각영역이 활성화돼 시력이 개선됐다.

   
망막의 배양은 가능하지만 이식에는 아직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안과 검사를 받는 환자의 모습. 뉴시스

망막 배양 물꼬 튼 일본 연구팀

이식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됨에 따라, 시력을 되찾기 위해 인간 시세포의 전구세포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됐다. 알리는 "시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려면 4만 개 정도의 세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 많은 양을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알리가 리뷰를 하기 위해서 받았고, 2011년 4월7일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 초안에 들어 있었다. 이 논문에서 일본 고베 리켄연구소의 진화생물학자 요시키 사사이와 실험실 동료들은 어떻게 쥐 배아 줄기세포에서 안배를 배양했는지 자세히 기술했다. 지난 6월 리켄연구소 사람들은 학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줄기세포 전문지 <셀 스템 셀>에 배아 줄기세포에서 인간 안배로 배양하는 방법을 발표한 것이다.

사사이는 '줄기세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세상에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눈은 리켄연구소의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다. 사사이는 이 기술을 이용해 인간 대뇌와 뇌하수체를 만들었다. 지난 8월 말 <네이처>는 '뇌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에 걸쳐 사사이를 소개했다.

사사이의 기술 비밀은 젤 안에서 3차원으로 세포를 배양하는 데 있다. 연구자들은 배아 줄기세포가 어떤 신경조직으로 발달할 것인지에 대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일 다른 것으로 발달하게 하려면 세포들의 신호를 조작해야 한다. 이런 조작을 하지 않는다면 젤 안의 배아 줄기세포는 둥근 모양(배양체)으로 변화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여기서 작은 점들이 발견되는데 이것이 초기 상태의 눈이다. 이 배아를 분리시키면 이것은 배양접시 안에서 빠른 속도로 완전한 시세포를 갖춘 안배로 성장한다. "사람들은 배아를 사과처럼 수확할 수 있다"고 사사이는 말한다. 배양된 시세포가 동물실험에서 채취한 전구세포처럼 효과를 낸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언젠가 사람에게도 시험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도가 과거에 시력을 회복시키려 했던 실험들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도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알리는 말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꼭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을 되찾아줄 것이다."

ⓒ Die Zeit 2012년 36호 Die Augenmach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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