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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경쟁력은 직원들의 열정
Business ● 세계 최대 해운사 AP 몰러머스크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얀 프라이타크 economyinsight@hani.co.kr

덴마크인의 열정과 평등정신이 만들어낸 머스크… 전세계 컨테이너 20% 장악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 그룹의 매출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이른다. 해운뿐 아니라 에너지·철강·은행·소매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 운송 단가를 사실상 결정한다. 머스크 그룹의 성장 배경에는 덴마크인 특유의 열정과 평등정신이 깔려 있다. 창업자의 후손이 관여하지 않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회사의 경쟁력을 배가했다.

   
닐스 안데르센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의 성장은 직원들의 힘으로 이룬 것이라며 CEO는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말한다. 머스크 제공
"닐스 누구라고요?" 안내데스크의 여직원이 미소로 질문을 대신한다.

"아, 닐스 S. 안데르센요."

"안데르센, 안데르센이라…. 머스크에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을 가진 직원이 많아요." 여직원은 이름만으로 바로 직원을 알아내지 못하자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아니, 닐스 스메데가르드 안데르센이오. 최고경영자(CEO) 말입니다. 머스크 그룹 CEO!"

"아, 스메데가르드!" 그제야 여직원은 빙그레 웃는다. 옆에 있는 남자직원은 외국인인 <차이트> 기자의 한껏 격식을 차린 공손함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기껏해야 여왕에게나 높임말을 쓰는 덴마크에서는 비록 국내 최고의 기업인일지라도 이름 전체를 말하면 마치 외국어처럼 생소하게 들린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세계 최대의 해운업체 AP 몰러머스크 그룹 본사의 안내데스크 직원에게는 직원 이름 전체를 말하는 것이 의례적으로 들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6층에 있는 CEO 사무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창문 너머로 코펜하겐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본사 6층은 글로벌 해운업체 머스크 그룹의 심장부다. 이곳은 전세계에 140여 개 지사와 50여 개 선박 터미널을 보유한 머스크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6층이야말로 챔피언스리그의 생생한 현장이다. 챔피언스리그의 주장은 닐스 안데르센이다. 하지만 협동조합 같은 국가인 덴마크에서 챔피언스리그라는 표현은 왠지 편협하게 들린다. 그래서 닐스 안데르센은 "내가 없어도 머스크는 아주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머스크 그룹의 2011년 매출액은 470억유로(약 65조5천억원)에 이른다. 비록 순이익이 이전보다 3분의 1이나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27억유로나 된다. 머스크 그룹은 해운업계 2위 기업인 MSC보다 컨테이너를 50만 개나 더 많이 운송한다. 머스크 그룹의 매출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그룹 매출 470억유로, 순이익 27억유로

감독이사회 이사로서 2년, CEO로서 5년을 재임하는 동안 머스크 그룹의 거의 모든 성과 지표를 개선시킨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역시 CEO 안데르센이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얼굴선이 섬세하고 날렵한 50대 중반의 안데르센이 몸을 확 숙이자 머스크의 상징인 푸른색 넥타이의 갈매기 문양이 마치 실제로 날개를 휘젓는 것처럼 보인다. 안데르센은 머스크 그룹의 성공은 시장의 역동성과 어느 정도의 운, 그리고 가족에 가까운 전체 직원 덕택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안데르센은 덴마크와 머스크 그룹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직원이 10만8천 명에 달하는 대기업 머스크가 덴마크에서 가장 번창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졌다는 얘기다. 사업 자체에서 덴마크라는 입지 요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직원들의 정서에는 중요하다고 했다. '애국심'과 '자신감 넘치는 겸손'이라는 덴마크 특유의 모순이 머스크 그룹에서 직원들의 결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안데르센 CEO의 사무실 벽에 걸린 오래된 유틀란트반도 자수는 그의 출생을 짐작하게 한다. 판사인 아버지와 목사인 어머니 밑에서 안데르센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받은 교육은 초기 투자에 불과할 뿐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스스로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안데르센은 설탕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5년 뒤 맥주회사 칼스버그로 자리를 옮겨 이 회사를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시켰다. 이후 컨테이너 운송업체 머스크를 글로벌 해운업체이자 에너지업체로 우뚝 세우는 데 성공했다. 머스크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대변화나 다름없다.

자녀 셋을 둔 안데르센은 유머러스하고 붙임성 있으며 공정한 사람으로, "확고한 의지의 소유자이자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주위 사람들에게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고 과거 칼스버그 임원이던 예스퍼 외르겐센은 말한다. 안데르센은 소박하다. 그는 점심시간이면 다른 직원들처럼 직원식당을 이용하고, 출퇴근할 때는 중형차를 이용한다. 그는 처세에 능한 코즈모폴리턴이기도 하다. 그는 7년간 덴마크 양조업계에 있으면서 습득한 유창한 독일어로 <차이트>와의 인터뷰도 거뜬히 해냈다.

직원식당 이용하는 소박한 CEO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특유의 가벼움이 아니었다면 초고속으로 승진한 안데르센은 굽힐 줄 모르며 지나치게 열성적인 사업가라는 선입관을 줄 수도 있다. 안데르센은 사무실의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인터뷰 내내 미묘하지만 호탕한 미소, 때로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옅은 미소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미소를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2009년 머스크 그룹의 적자는 '특별한 탐색'이었다며 웃음으로 넘기고,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는 '사고'였다고 말하는 등 온갖 악재도 그의 입을 거치면 '도전'으로 탈바꿈했다.

안데르센은 바깥 풍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진 창문 너머로 오래된 코펜하겐 항구를 내다보았다. 그 광경은 모두 머스크 그룹과 관련 있다. 본사 건물의 오른쪽이자 코펜하겐에서 가장 큰 교회 옆의 레지던스 맞은쪽에는 창업주의 손자 아놀드 머스크 매키니 몰러가 설립한 오페라 극장이 있다. 머스크 그룹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안데르센 CEO의 시선이 닿는 곳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

1904년 첫 선박을 매입한 피터 머스크 몰러에게 인생의 절대적 가치는 조국과 하느님, 그리고 덴마크 왕이었다. 머스크 그룹 본사에는 머스크가 건조한 220척 선박의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다. 이미 첫 선박을 건조할 때부터 머스크 그룹에는 오직 성장발전 모델만 존재했다. 머스크 그룹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기선 업체에서 대형 조선업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정기 선박운항 업체로 발돋움했다. 1962년부터 연료채굴업과 슈퍼마켓 부문에도 뛰어들었다. 창업주 3대는 머스크 그룹을 항공노선과 자체적인 항구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운송업체로 성장시켰다.

1993년 머스크 창업주의 자손들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던 때만 해도 머스크 그룹은 소인국의 거인에 불과했다. 이후 창업주와 무관한 전문경영인들의 진두지휘 아래 머스크 그룹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우뚝 섰다. 머스크 그룹은 BEN-EAC, 폴크스베르프트 슈트랄준트, 그리고 2005년 당시 전세계 해운업체 3위인 P&O 등 경쟁 기업들을 하나둘 합병했다. 현재 머스크 그룹은 카타르에서 유전, 카자흐스탄에서 가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천연자원을 시추·채굴하고 있다. 덴마크의 단스케방크 지분을 보유한 동시에 독일의 소매업체 네토를 통해 소매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전세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컨테이너의 20%는 머스크 그룹 소유다.

   
(왼쪽부터) 2009년 한국을 방문해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는 안데르센 회장. 머스크의 자회사인 APM터미널의 스웨덴 고센버그항 하역시설 모습. 해운회사 머스크라인의 컨테이너선. 뉴시스, 머스크 제공, 머스크 제공

"직원들 충성심이 회사 발전 원동력"

안데르센은 머스크 그룹의 성공을 직원들의 충성심 덕으로 돌렸다. 임원부터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직원 전체의 충성심은 어떤 명령보다 큰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CEO로서 머스크 그룹의 청사진은 자신이 제시한다. 하지만 그는 "명령은 덴마크 같은 평등한 사회문화에는 맞지 않으며 내게 필요한 것은 부하가 아닌 직원"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머스크 그룹의 에너지·해운·강철 사업 부문은 최근 환경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기후 파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기 십상이다. 안데르센은 '그린워싱'(Greenwashing) 전략을 강조했다. "머스크 그룹은 풍력에너지에 허겁지겁 뛰어들 생각은 없다. 다만 기존 사업부문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안데르센은 기업이미지(CI) 전담팀을 구성했고 고효율 엔진, 창의적 화물 적재 기술, 배기가스로 구동되는 난방 시스템으로 그룹 내 에너지 소비량을 감축했다. 이렇게 감축한 에너지 소비량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크기가 동일한 선박보다 컨테이너를 3천 개나 더 선적할 수 있는 트리플E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컨테이너 1개당 연료를 최대 절반까지 절감할 수 있다. 그는 "컨테이너 2만 개를 선적할 수 있는 한 척당 3억달러 규모의 컨테이너선 20척을 새로 주문했다"며 "장기적으로 충분히 이윤이 남는 비즈니스"라고 했다.

해운업계는 안데르센의 가격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독일 해운업협회(VDP)는 "머스크 그룹은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둘러싸고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데르센은 2011년 여름 컨테이너당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췄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데르센은 칼스버그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해운업계를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 하지만 원가 파괴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경쟁업체들이 똘똘 뭉치면서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힘으로 경쟁업체 제압" 비판도

독일 해운업체 하파크로이트에서부터 한국의 한진해운에 이르기까지 경쟁업체들의 연합전선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가격 파괴로 악명 높은 스위스의 국제해상운송업체 MSC도 업계 3위 업체인 프랑스의 CMA와 협력하고 있다. 전세계 해운업계에서 아직도 협력 관계 없이 싱글로 남아 있는 기업은 머스크 그룹이 유일하다.

안데르센은 "튼튼한 기업이라면 힘든 시기에 조용히 대응하며 사상 최저가 컨테이너 단가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스크 그룹이 소유한 재단이 머스크 그룹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것도 장기적 안목에서 사업을 하기 위함이며, 이 때문에 머스크 그룹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안데르센은 말한다. 수십 년간 이사회에서 기업경영을 감독한 창업주의 손자 머스크 매키니 몰러는 지난 4월 98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데르센은 지난해 말 휴가 때 감염 합병증으로 추측되는 심장병을 앓았다. 이후 그는 두 번 수술을 받았고, 몇 개월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머스크 그룹의 해운 부문 경영실적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안데르센이 말하는 것과는 달리 어쩌면 CEO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얀 프라이타크 Jan Freitag <차이트> 온라인 프리랜서 기자

ⓒ Die Zeit 2012년 27호 Mister Maersk 번역 김태영 위원


위기의 해운업계 "건조 예정 선박 400척 지급불능에 빠질 것"

해운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공급 과잉은 결국 가격경쟁으로 이어졌고, 독일의 대다수 해운업체들은 2011년 적자를 기록했다. 전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3분의 1은 독일이 담당하지만, 컨테이너 선박 대부분은 독일 국적선이 아니다. 독일 선박 4천 척 가운데 500여 척만이 독일 국적선이다. 독일연방 내무부는 무장 안전요원의 선박 투입을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해적들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 인력을 투입하려면 해운업체들이 선박에 제3국의 국기를 달고 항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독일 국적선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독일 전문가들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위기가 자국 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해운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독일의 해운업 투자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회계컨설팅업체 PwC가 해운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운업체의 80%가 '향후 5년간 신규 선박 건조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수의 선박펀드 상황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선박펀드에서 나오는 수익으로는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한다. PwC의 전문가들은 선박펀드를 통해 자금이 조달된 선박 2500척 중에서 최대 400척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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