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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KDB금융 회장 "실업률 중시하면 물가 약간 희생할 수도"
Special Report Ⅱ 경제계의 MB맨들- ② 강만수 KDB금융 회장 인터뷰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정남기 jnamki@hani.co.kr

MB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강만수 KDB금융 회장(사진)은 인터뷰 내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거침없이 자기 입장을 쏟아냈다. 특히 환율 주권을 강조했다. 환율이 낮으면 수출이 안 되고 국외 소비가 늘어 경제위기가 온다는 주장이다. 일자리와 물가 중에서는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분배의 전제이기 때문에 환율과 물가 상승을 용인하더라도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론이란 반론이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조세와 관련해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감세옹호론을 펼쳤다. 다만 금융강국론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겨레 김명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른 결정적 계기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었다. 한국은 1 대 0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강국 진입) 공약'은 여기서 나왔다. 이 대통령 캠프에 있던 강만수 KDB금융 회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월드컵에서 착안해 경제규모 세계 7위인 이탈리아를 제치고 7대 강국으로 올라서자는 제안을 내놨고, 여기에 살이 붙어 747 정책으로 완성됐다. MB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강 회장을 지난 6월12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현 정부 4년4개월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MB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인가. 747 정책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대선 캠프에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는 팀이 3개 있었다. 거기에다 민간연구소들도 있었다. 따라서 전체를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했다. 내가 코디네이터로서 전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경제정책에는 구체적으로 관여했고, 예산이 수반되는 사회 분야 정책도 같이 조율했다. MB노믹스 설계자라는 명칭은 내가 붙인 게 아니다.

747과 4대강이 핵심 공약인데 이것도 본인 아이디어인가.

원래 내가 입안한 것은 '7대 강국'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대 경제대국을 발표했는데, 한국이 10위고 이탈리아가 7위였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세계 4강에 들지 않았느냐. 그래서 경제도 이탈리아를 꺾고 7대 강국을 하자고 했다. 이를 위해선 7% 성장을 해야 하고, 임기 말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케팅 하는 팀이 '7대 강국은 너무 관념적이다, 비전은 좋지만 슬로건으론 부족하다'고 해서 비행기가 떠오르는 모습이 연상되는 747로 했다. 747이 허황됐다고 하지만 꿈도 못 꾸느냐. 비전은 원래 자기 능력의 120%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다.

4대강 운하는 내가 시정개발연구원장을 할 때 만든 수도권 물류개선계획에 들어 있다. 운하 계획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국회에서 주장했다. 당시 세종대 교수들도 연구 보고서를 냈다. 그것을 종합해서 수도권 물류 개선 계획을 만들었다. 핵심은 친환경적 운송 수단인 철도와 내륙 해운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4대강은 두 가지가 잘못 알려져 있다. 첫째, 운하가 아니다. 운하 구간은 몇십km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기존 물길을 정비하는 수로다. 둘째, 4대강은 원래 내수산업 육성에 목적을 뒀다. 환율만 적절히 운용하면 수출대국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내수가 위축되면 양극화와 실업 문제가 심각해진다. 4대강 수변에 관광·호텔·레저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내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권 초기 경제 운용의 기본 구상은 어땠는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뒀나.

첫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투자 증가율이 낮았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쇠퇴해간다는 의미다. 둘째는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었다. 1994~1996년 트렌드와 2005~2007년 트렌드가 100% 같았다. 또 외환위기가 올 상황이었다. 그래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감세를 추진했다.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을 정상화하려 했다.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고환율 정책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크게 보면 투자 환경 개선과 경상수지 개선 두 가지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만 가고 국민에게 고루 분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트리클다운 효과도 없었고, 노동소득분배율도 많이 낮아졌다.

그 부분은 대답하기 어려운 과제다. 첫째, 지금 인류는 21세기 들어 디지털 혁명의 전기를 맡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 등 이른바 지식산업에 의한 소득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이지, 트렌드 자체는 역사의 흐름이다. 둘째, 수출이 잘돼야 내수도 잘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또 부도난다. 그러면 내수고 뭐고 없다. 경상수지 관리는 국가경영의 기본이다. 환율은 주권이다.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다. 셋째, 산업 간 상관관계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 GDP가 증가해도 일자리가 많이 안 늘어난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현대차 주주가 배당받고 노동자가 월급을 받아서 어떻게 하나? 내수, 소비 지출에 쓴다. 대세는 보지 않고 국내만 보면서 얘기하면 대답할 수 없다. 국가가 부도나도 물건을 싸게 수입해서 소비를 진작하는 게 좋으냐, 그렇게는 할 수 없다.

그럼 양극화의 대책은 뭔가.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개방해 우리가 나가서 유학하기보다는 해외 대학이 들어와야 한다. 4대강 사업을 하고 병원도 개방해서 서비스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내수를 키우고 그것으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세수 증대를 통한 재정지출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세율을 올려서 세수가 늘지 않았다. 오히려 줄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재정지출이 국민소득을 늘린다는 케인스의 분석이 틀렸다고 했다. 오히려 감세가 GDP 증가를 가져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율과 상관없이 미국의 세수는 (GDP의) 20%를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대공황 이후 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세수가 19~20%를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세정책은 (세율을 내려서) 세입을 늘리자는 것이지, 세입을 줄이자는 얘기가 아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애초 따뜻한 시장경제를 지향하려고 했으나 성장을 중시하는 강경파에 밀렸다고 했다. 내부에서 그런 노선 갈등이 있었는가.

노 코멘트다. 그런 논쟁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었다. 물가 관리는 실패한 것 아닌가.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물가는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대표적인 정치 이슈다. 물가에 의해 정권이 실각하는 경우도 많다. 물가와 실업률은 양립될 수 없다. 실업률을 중시하면 물가는 약간 희생될 수밖에 없다. 어디서 접점을 찾을 것인가. 환율을 올려서 물가가 올랐다는 주장은 일리는 있다. 그러나 과거에 물가는 약간 상대적으로 낮았다. 원화 강세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물가 상승은)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외환위기 전에도 물가는 잡았지만 국가경제는 부도났다. 그런 과정에서 물가를 어느 정도 희생해야 되느냐 생각해봐야 한다. 실업률이 5% 이하일 때는 물가 이외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이 15%를 넘는 상태에서 물가와 실업률 가운데 뭘 선택할 것인가? 그런 문제가 있다.

   
강만수 KDB금융 회장(왼쪽)이 2009년 5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시절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회의실로 가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변수라가보다는 상수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가 금융강국을 지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석학들도 의견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금융강국) 어렵다. 금융강국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3가지가 있다. 자본이 있어야 하고, 규제가 없어야 하고, 영어가 통해야 한다. 일본은 자본이 있지만, 나머지 둘이 없다. 영어는 청소부, 운전사까지 다 통해야 한다. 우리는 3가지 중 하나도 없기 때문에 금융대국은 어렵다. 둘째, 금융산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다. 금융산업은 제조업과 실물이 있을 때 존재하는 것이지 독자적으론 존재할 수 없다. 미국이 반성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금융산업 자체로만 성립이 어렵고 제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미국·영국형보다 독일·일본형으로 가야 한다.

세계 50위권 이내의 대형 은행(메가뱅크)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은행 덩치가 커지면 시너지 효과도 있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커진다. 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기 때문에 금융강국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조업이 성장한 만큼은 금융이 성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는 국내 은행을 상대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양키본드를 발행하는 게 관행화됐다. 그러나 일본 대기업들은 다 국내 은행을 상대한다.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규모를 보면 세계 50위권 은행은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금융산업의 존립과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실물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50대 은행은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하는 것인가. 금융위기 이후 산업은행이 정부 소유로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민영화에 반대했고, 이 정부에서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위기 관리를 위해선 정부 은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100% 지분을 정부가 소유할 필요는 없다. 난 그걸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다. 난 민영화를 위해 온 사람이 아니다.

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점포 수나 인력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 영역을 개척하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이렉트 뱅킹으로 예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점포 개설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말까지 수신 2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반대로 여신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과의 연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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