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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건축물이 암을 치료한다
Popular Science: 스코틀랜드 매기스센터의 실험
[27호] 2012년 07월 01일 (일) 라이너 루이켄 economyinsight@hani.co.kr

   
매기스센터는 칙칙한 색깔과 끔찍한 냄새가 배제된, 휴식과 빛의 공간이다. 위부터 노팅엄, 던디, 커콜디 센터. 위키피디아 제공

칙칙한 색상, 병원 냄새 없는 '휴식과 빛'으로 건축… 환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

암환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세계적 건축가들이 모여 2003년 던디에 첫 매기스센터를 개원했다. 이제는 영국을 넘어 홍콩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분원이 생길 정도가 됐다.

스코틀랜드 던디에 있는 나인웰스 병원 건물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콘크리트 건물과 탑, 그리고 차도가 겹겹이 뒤엉켜 있는 1960∼70년대 특유의 흉측한 병원 건물은, 역시 미로 같은 구조로 악명 높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연상시킨다. 로봇외과·신경외과·유전의학 부문에서 전세계를 주도하는 던디대학교 부속병원 나인웰스 병원은 1천 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해 유럽 최대 규모에 속한다.

나인웰스 병원은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완전히 색다른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개인주의적이며 아름다운 모양새를 뽐내는 이 건축물은 예술애호가의 호화로운 빌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둥그스름한 건물 지붕, 뾰족한 삼각지붕, 들쭉날쭉한 지붕이 합쳐진 은색 건물단지에 둘러싸인 흰색 탑은 위로 가면서 조금씩 좁아지는 건축물이다. 높은 목재 창문 너머로 테이강 하구가 펼쳐진다. 이 건축물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만큼 자유분방하지는 않지만, 캐나다 출신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천재적인 창의력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게리는 미국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2010)에서 현대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던디의 매기스센터는 프랭크 게리가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의 여름 파빌리온(Pavilion·일시적인 특설 가건물)과 더불어 영국에서 설계한 오직 두 개뿐인 건축물로서, 암환자들의 치유를 돕고 간병인들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 매기스센터의 설계 콘셉트는 암환자들과 가족이 아픈 상태가 아닌 회복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건축물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나인웰스 병원 종양 병동의 벽보에는 매기스센터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강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기스센터는 암환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강좌를 제공하는데, 이는 일반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다. 스트레스 해소와 긴장 이완, 태극권, 명상과 요가 강좌가 있으며, 개인심리상담, 암환자들과 정보 교류도 이루어진다. 모든 강좌와 서비스는 무료이다. 매기스센터에서는 심지어 화학요법으로 인해 신체에 남겨진 외상을 커버하는 세련된 메이크업도 배울 수 있다.

예술애호가의 호화 빌라처럼

암치료를 탁월한 건축물과 결합하는 것은 매기 젠크스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정작 매기 본인은 제1호 매기스센터가 개원하기 전에 암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조경 건축가인 남편 찰스 젠크스는 아내의 뜻을 이어받았다. 찰스는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에게 암치료센터 건축물의 취지를 설명해 대가 없이 암치료센터 설계에 참여시켰다. 암치료센터 설계에 참여한 대표적인 건축가에는 게리와 더불어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 일본인 건축가 기쇼 구로가와, 영국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등이 있다. 이후 매기스센터는 스코틀랜드 치료기관으로 시작해 차츰 영국 전체를 아우르는 기관이 되었다. 최근 매기스센터는 해외 최초로 홍콩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원했다.

리처드 로저스는 런던 차링 크로스 병원 건축물로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가 주는 스털링상(Stirling Prize)을 받은 건축가이다. 북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 있는 매기스센터는 상금 2만파운드가 부여되는 건축상을 받았다. 인버네스 매기스센터의 디자인은 세포분열을 콘셉트로 한다. 매기스센터 건축물에서 세포는 아몬드 형태의 구조로 구현되었다. 글래스고 건축가 데이비드 페이지와 브라이언 박은 매기스센터와 정원을 '정화와 자아변화의 장소'라는 심오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매기스센터의 역할은 암환자들이 암치유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맡고 '나는 과연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나는 살 것이다'라는 확신으로 바꾸는 것에 있다.

아내와 나는 건축물이 암치료에 끼치는 영향을 몇 년 전에 예기치 않게 시험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아내는 암환자였다. 우리 부부는 매기스센터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매기스센터 강좌 수강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건축물 자체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의료진의 정성이 제일

당시 매기스센터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는 "칙칙한 병원 특유의 색상과 끔찍한 병원 냄새가 일절 배제된 휴식과 빛"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매기스센터의 활 모양의 드높은 목재 천장 아래와 밝은 창가에서가 아닌, 끔찍한 외과병원에서 종양과 암세포 전이 제거수술을 받은 후에야 생존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아내는 가장 극적인 병원치료를 통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얻은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의사들의 솔직함과 간호사들의 섬세함이 가장 와닿았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간호는 영국 보건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병원 건물에서 일하는 의료진조차 환자들을 친밀하게 대하고 극진하게 배려했다. 의료진의 교육과정과 여기서 전수된 도덕적 가치를 방증하는 듯하다.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서 우리 부부는 영국식 라이프스타일로 칭해지는 차 한잔, 친절한 말 한마디 등 작은 것에서 세심한 배려를 받았다.

건축물 자체가 인간적 배려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해서 건축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던디대학교 건축학과의 '생태학적 디자인 그룹'과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의대 연구원들은 던디 매기스센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 결과를 공동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설문 대상자들의 건강 상태 인지와 건축물의 디자인이 긍정적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건강 상태와 건축물 간 상호작용의 연결고리는 다소 약했다. 연구팀도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환자 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에 건축물 디자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인지, 혹은 건축물의 디자인이 실제로 환자 상태를 개선시켰는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설문 대상자들의 상태와, 환자들과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건축물 간에 상호관계가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매기스센터는 환자들 간의 정보 교류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환자들 사이에 적극적인 정보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건축물 외에 의료진과 기타 요인도 필요하다.

캐런 매키넌은 8년 전까지만 해도 나인웰스 병원 방사선과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녀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고 밥 겔도프가 개원한 영혼이 담긴 매기스센터로 옮겼다. 그녀는 매기스센터에서 환자들이 푹 감싸인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녀는 건축물이 암환자의 회복 단계에 미치는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직접 실행할 계획이다. 그녀는 환자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주면서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4가지 특징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환하고 밝은 분위기가 환자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것 같은 런던 매기스센터 모습. 2009년 스털링상을 받았다. www.bustler.net

비용 문제가 걸림돌

미국·캐나다·스칸디나비아·독일에서 이뤄진 소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건축물과 환자 회복 간의 관계'를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독일어권에서 유일하게 나온 것이 베를린공대의 '병원 및 보건 분야 건축물 설계'다. 학과 학과장이자 뮌헨 출신의 건축가 크리스틴 니클벨러는 이 분야의 연구에 물꼬를 트려 한다. 그는 박사과정 학생 한 명을 투입해 기존 연구결과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니클벨러의 표현에 따르면, 회복 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감정적 안정을 꾀하는 미래 병원의 디자인은 일차적으로 학문보다는 취향이나 유행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매기스센터는 기부로 운영되는 복지기관이다. 영국인들은 기부에 후하지만, 모금된 기부금이 충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던디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과거 광산도시 커콜디의 매기스센터는 이라크 출신의 스타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그런데 개원한 지 6년밖에 안 된 아방가르드적 커콜디 매기스센터 건축물은 곳곳에 하자를 드러냈다. 건축물 표면은 녹슬었고, 건물 외벽의 한쪽 모서리는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건물 내부 바닥은 쩍 갈라지고 말았다.

커콜디 매기스센터의 환자 수가 던디 매기스센터 환자 수의 절반에 불과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근 커콜디 매기스센터의 한 방문객은 건물이 마치 새로운 양식의 관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물이 모더니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라이너 루이켄 Reiner Luyken <차이트> 특파원

ⓒ ZEIT 2012년 23호 Kann Baukunst heil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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