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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자금난에 허덕이는 조선업
Trend - 중국 조선산업의 위기
[26호] 2012년 06월 01일 (금) 우징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4월11일 중국 저장성의 한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사업 부진의 여파로 종업원 수가 최대 4800명에서 2천 명으로 줄었다. 뉴시스 신화

중국 올해 1분기 수주량 60% 감소… 선박 가격 반토막 나고 선수금도 대폭 줄어

중국 조선산업이 위기다. 수주 물량이 바닥나고 자금조달이 난관에 부딪치자 호황일 때 거침없이 조선업에 뛰어들었던 회사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창강(양쯔강) 남쪽 약 500m에 이르는 황금 물길을 따라 들어선 장쑤지우저우선업유한공사(이하 지우저우조선)의 200㎢ 규모의 조선소에는 간간이 전화벨만 울릴 뿐 비어 있는 작업장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우저우조선은 중소 규모의 민영 조선소로 2007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릴 때 업계에 진출했다. "2012년 들어 아직까지 신규 수주를 못했고, 지난해에도 겨우 4척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지금은 700중량톤((DWT) 규모의 해상주유선 두 척을 건조하고 있다." 천쥔푸 지우저우조선 회장이 말했다.

지난 4월 초부터 장쑤성에 입주해 있는 조선소를 취재해보니 대부분 해운과 조선업계의 동반 불황 속에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장쑤 지역의 한 조선소 책임자는 "장쑤성 치둥시의 유명 기업인 난퉁훼이강조선공사 역시 신규 수주가 없어 지난 3월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5만7천t급 벌크선이 주력 선종인 장쑤한퉁선박중공유한공사는 연초에 핵심부서 책임자 2명이 후속 수주 물량 부족을 책임지고 회사를 떠났다. 대표적 민영기업인 롱성중공업도 공급업체와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해 2011년 말 채권자들이 조선소를 포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장즈롱 회장이 회사 보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하청업체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난퉁밍더그룹(이하 밍더중공업)의 마전창 주임은 치둥시에 조선 관련 하청업체가 대거 입주해 있다고 소개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조선소에서 일부 물량을 하청업체에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소가 처리할 물량도 부족해 하청업체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중국선박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의 신규 선박 수주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업계에서 중점적으로 동향을 파악하는 57개 중·대형 조선소 가운데 16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37개 기업은 이익이 급감했다.

적자 감수하고 신규 수주 따내야

중국선박공업경제연구센터 바오장징 부주임은 "2012년 1분기 중국의 세계 선박 총수주량은 200척, 900만DWT에 불과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0%, 59% 감소했고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수치다. 앞으로 장기간 조업하지 못하는 조선소가 나타날 거예요. 내후년까지 불황이 지속되면 파산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중국선박공업그룹의 루샤오옌 부총경리는 2012년 기획회의에서 "올해는 조선업계가 본격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첫해가 되고, 2014년까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신증권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중국의 10대 메이저 조선소 가운데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과 광저우국제조선이 각각 74만5천DWT과 15만DWT의 신규 수주를 확보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조선소는 신규 수주 물량이 없다. 수주 물량을 확보한 기업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바오장징 부주임은 "선박의 건조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 일반 선박 종류는 가격이 40~50% 하락했고, 일부는 50% 이상 하락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18만t급 케이프 사이즈 벌크화물선의 경우 역대 최고 가격이 9900만달러였는데, 지금은 국제 견적 가격이 4700만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조선소는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신규 수주를 따내야 한다. "조선업처럼 규모가 큰 중공업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잘못하면 갠트리크레인에 녹이 슨다. 게다가 선주사가 발주할 마음이 있어서 조선소에 왔는데 텅 비어 있는 현장을 보면 절대 발주하지 않을 것이다." 지우저우조선의 천쥔푸 회장은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난징우자줴선박제조유한공사(이하 우자줴선박)의 주종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0년 조선업에 불어온 '반짝 특수'는 2009년 자금 사정이 좋았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엔 투자자와 투기꾼이 함께 몰려들었다. "그때는 선박을 건조할 때 자연스럽게 돈을 빌렸다. 가령 건조 비용으로 10억위안이 필요하면 3억위안만 출자하고, 은행에서 7억위안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에서 많아야 3억위안, 그보다 적은 돈을 준다고 한다. 4억위안이나 부족한 셈이니 사정이 딱하게 되었다."

호황 때 우후죽순 늘어난 조선소가 부메랑

주종롱 CFO는 선주의 건조대금 결제 비율도 바뀌어서 기존에는 선박을 인도하기 전에 80%를 지급하고 인도 뒤 20%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30%를 지급한 뒤 나머지 70%를 주거나 심지어 20%를 선지급한 뒤 80%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역전됐다고 했다. "왜 시장이 어려울까? 시장 수요가 급감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것 외에 더 중요한 것은 조선업계에서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선박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연비도 많이 내려갔지만, 선주사가 발주하려고 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중국선박공업협회는 해운회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해 선주가 이미 발주한 선박의 건조대금을 지급하기 어렵게 되자 새로 발주하는 선박의 선수금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조선소는 유동자금이 줄고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됐다. 국내 은행들도 조선업계에 대한 신용대출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됐다.

결국 조선소가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주종롱 CFO는 "현재 우자줴선박은 무역회사와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조선소가 대외무역경영허가권을 보유한 무역회사를 통해 수주를 받아야 했지만 곧 제한이 완화돼 조선소가 직접 선주와 거래할 수 있다.

   
중국 저장성의 한 조선소에서 대형 유조선이 선주사의 주문 취소로 작업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뉴시스

2007년 전후로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릴 때 조선소들은 먼저 승차한 다음 표를 산 격이어서 해안이나 강을 끼고 있지 않은 조선소도 많았다. 중국선박과학연구센터 우유성 명예소장은 "중국에는 조선소가 너무 많다"고 한탄했다. 2006∼2010년 30만t급 건조 능력을 갖춘 조선소가 7곳에서 33곳으로 늘었고, 10만t급 도크가 17곳에서 59곳으로 늘었다. 산업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져 2006년 전까지만 해도 10대 대형 조선소가 전국 생산량의 68%를 차지했지만 2011년에는 38%로 떨어졌다. 일본은 상위 10개 조선소의 생산량이 58%를 차지하고, 한국은 94%에 이른다. 밍더중공업의 지펑화 회장은 "조선업이 호황을 누릴 때 갑자기 조선소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 장쑤성에는 조선소가 20개면 충분한데 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을 두 개 부처에서 관리하고 있어 수시로 갈등이 표출된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조선업을 교통 시스템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지금은 산업 시스템으로 분류한다. 현재 국방과학공업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 중대장비선박처에서 조선업을 관리하고 있는데 누가 행정법의 집행 주체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 1월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2011년 글로벌 조선업 최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1년 한국 조선소의 수주 물량은 오히려 증가해 신규 수주가 1355만환산톤(CGT)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48.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920만CGT에 불과했다. 신규 수주 금액 역시 한국이 중국을 앞서 지난해 481억6천만달러였고, 중국은 192억달러에 그쳤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종류가 많았지만, 중국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박 종류에 집중됐다.

지난 3월 말 국영기업인 상하이와이가오차오를 비롯해 민영 조선소 몇 곳이 싱가포르 윌마르그룹에서 발주한 '4척 수주+2척 고려' 방식의 4200DWT급 유조선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한 척당 선가는 700만~800만달러 수준이고, 2013년 3분기부터 인도하는 조건이다. 와이가오차오는 예전에 해당 선종을 건조하지 않았지만 국영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중소 민영기업은 우수한 자원을 보유한 대형 국영 조선소가 일본이나 한국 등 조선 강국과 경쟁해야지 국내 시장에서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 조선소는 시장을 세분화해 살길을 찾고 있다. 밍더중공업의 지펑화 회장은 2004년 조선업계에 진출할 때부터 고급 선박 전략을 선택했다. "당시 벌크선의 수익률은 25%였고 대금 결제도 빨랐다. 자동차 전용 운반선은 수익률이 20%였고, 인수 기한을 넘기지 않아야 대금 전액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선주가 제공한 도안대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후자를 선택했다. 앞으로는 로로선이나 화학제품 운반선, 해양플랜트 위주로 공략해서 LNG선이나 해양플랜트선, PSO(부유식 원주저장 설비)가 사업 방향이 될 것이다."

장쑤성의 한 공무원은 일부 기업은 고급 선종으로 전환해 시장이 살아났을 때 더 많은 발전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우징 吳靜 <신세기주간> 기자

ⓒ新世紀週刊 2012년 17호(제499호) 船企危機剛開頭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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