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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Editor's Letter]
[21호] 2012년 01월 01일 (일) 김보근 tree21@hani.co.kr

때가 된 듯하다. 다시 한번 ‘상상의 날개’를 펼칠 때 말이다.

1990년 사회주의권이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한 뒤, 우리들 대부분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스스로 억제해왔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지키고 있는 한국은 그런 억제가 외부로부터 오기도 했지만, 외부적 강제력이 없는 나라들에서도 자기 검열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을 통제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현실 자본주의의 강고함을 몸으로 체험한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감시받지 않은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라는 철칙은 상상력이 빈곤한 사회조차 결코 비켜가지 않았다.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을 통해 현실과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은 사이, 현실은 점차 부패한 권력처럼 우리 앞에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커져만 가는 빈부 격차, 양산되는 비정규직,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 기회의 박탈 등 우리는 이제 다음 세대가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는 조그만 꿈도 꾸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이번호에서 ‘자본주의 대안을 고민하라’를 커버스토리로 삼은 것은 바로 지금이 다시 꿈을 꾸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을 보면서 어떤 이는 낯설고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는 자본주의를 실패한 공산주의에 비유하는 목소리나, 성장 없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주장은 그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자본주의 담론’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가장 개혁적이었을 때가, 바로 공산주의 물결이 드높았던 때라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낯설고 투박하게 보이더라도 현실을 뛰어넘으려는 목소리가 존재할 때만 현실은 좀더 살 만한 곳이 된다.

지금은 한반도에서도 상상력이 소중한 시점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사망함에 따라 한반도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 사후에 등장한 ‘김정은 체제’가 발빠르게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중국 영향권에 더 깊숙이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이런 때일수록 남북한이 화해하고 상생하며, 민족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상상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꿈꾸는 것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2012년에 <이코노미 인사이트>와 함께 더 많은 상상을 하시고, 또 상상하는 모든 것을 성취하시기를 기원한다.

김보근 편집장·경제학박사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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