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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는 기업에 지갑을 열자
[송년 특집 • ① 한국 기업의 기부 분석]
[20호] 2011년 12월 01일 (목) 전상경 economyinsight@hani.co.kr

   
 
기부 이상의 기부를 위하여
‘기업 프렌들리’를 모토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상생’(相生)을 외칠 정도로 빈부 격차가 극심한 지금, 기업의 기부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기부는 수혜자들만 뭔가를 얻는 일일까. ‘주는 기쁨’을 강조하는 이타주의적 성취감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아름다운재단이 2년마다 개최하는 ‘기빙코리아’의 2011년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충성도는 노동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부를 통해 소비자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는 동시에 회사 실적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부는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적 복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 기부는 그 이상의 것을 베풀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따뜻함과 건강함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 크다.  _편집자


전상경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들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형태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금·현물 기부, 자원봉사, 서비스 제공, 가격 할인 등이 있다. 그 가운데 현금 기부와 현물 기부를 포함하는 기부금은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사회공헌을 위한 직접적 비용에 해당한다.
아름다운재단이 주관하는 국제기부문화 심포지엄 ‘기빙코리아 2011’에서 발표된 국내 기업의 기부금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표>은 국내 기업들의 2010년 기부 현황이다. 지난해 국내 비금융 상장기업 1700개 회사의 평균 기부금은 8억3700만원이었다. 이는 평균 매출액 대비 0.12% 수준이며, 영업이익 대비 1.69% 수준이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평균 기부금은 19억71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13% 수준이며, 영업이익 대비 1.71% 수준이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평균 기부금은 8400만원으로서 매출액 대비 0.08% 수준이며, 영업이익 대비 1.54% 수준이다. 현재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부 안 하는 기업이 무려 366개
그러나 많은 기업이 기부를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금융 상장기업 1700개 가운데 기부금 지출이 전혀 없는 기업이 366개사이다. 100만원 이하인 기업이 471개사, 1천만원 이하인 기업이 794개사, 1억원 이하인 기업이 1273개사에 달한다.
반면 몇몇 대기업은 높은 기부금 지출을 기록했는데, 가장 많이 기부한 기업은 1980억원에 달한다. 외감법인Tip & Tap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2010년 외감법인 표본 총 1만5651개 기업 중 기부금 지출이 전혀 없는 기업은 7661개사이다. 100만원 이하인 기업이 9404개사, 1천만원 이하인 기업이 1만2306개사다. 최대 기부금액을 지출한 외감기업의 기부금액은 278억원이다.
결국 국내 기업의 기부금 규모는 소수 대기업들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기부 규모를 연도별로 살펴보면(그림1·2 참조), 상장기업 평균 기부금액은 완만히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부금의 증가율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오히려 하락 추세를 보인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은 1990년대 중반 대폭 하락한 이후 정체 수준이며,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등락은 있지만 대체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에 기부금 지출 규모를 확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누구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대체로 기업의 경영자나 최대주주에게 요구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의 재산은 어느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 채권자ㆍ직원ㆍ정부는 각각 채권ㆍ임금ㆍ세금에 대한 권리가 있으므로, 해당 금액은 그들의 몫이다. 그리고 이들 광의의 채권자 청구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주주의 몫이다.
경영자는 채권 청구권자에게 상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경영자는 주주들에게 그들의 재산을 증대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경영권을 주주에게서 위임받았다. 최대주주는 주주 재산 중에 자신의 지분에 상응하는 권리가 있을 뿐이다.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해 기업 재산을 처분할 수는 없다. 최대주주도 다른 주주의 재산을 훼손하면서 기부할 수는 없다.

기업 기부금의 양면성
   
기업의 기부는 투자 성격이 있어서 비용과 부가가치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2009년 ‘기빙코리아’ 행사(위)와 ‘아름다운 무지개’ 캠폐인.
기부금이 갖는 본질적 한계도 있다. 기부금 지출은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다. 물론 기부금의 한 얼굴은 사회의 사랑을 중시하는 기업의 투자다. 지속 가능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기부금은 가면으로 가린 부분이 있다. 경영자의 사적 소비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부금 지출을 결정한 경영자가 자신의 자아실현 도구로 기부금을 지출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부금은 접대비나 광고 홍보비의 대체 수단으로서의 성격도 있다.
이 밖에 상속·증여세와의 연관성도 있다. 1992년 문민정부 수립 이후 기업 기부금이 증대한 현상은 정치 상황과의 연관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업 기부금이 증대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부금액을 늘려라’는 요구보다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확산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업들은 항상 경쟁 속에 존재함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남에게, 또 기업들에 ‘형편이 좀 나으면 남을 배려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다시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도 나처럼 항상 시장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기부를 요구받는 대기업들도 시장의 경쟁 속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경쟁에서 약점을 보이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자금을 지체 없이 회수하려 한다.
잘나가는 것 같은 삼성전자도 애플과 생존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30대 대기업 집단 중 9개는 흥했지만, 10개는 망했다. 사자가 살기 위해 사냥해야 하듯, 기업들도 생존하기 위해 경쟁 속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에 기부금 지출을 증대하라고 외부인이 요구하는 것은 조금 순서가 어긋난다. 기부금 지출이 기업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다고 판단하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기부금 지출을 증대시킬 것이다.
기부금 지출을 포함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투자 성격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설비 투자, 연구ㆍ개발(R&D) 투자, 광고 투자, 그리고 사회적 책임 투자를 비교해보자. 이들은 투자 회수 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동일하다. 기업들은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과 미래에 창출할 부가가치를 비교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어느 투자가 더 효과적인지 분석한다.
기업들이 광고 투자를 하는 이유는 그 투자가 가치 증대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업 기부가 광고 투자만큼, 혹은 그보다 더 효과적이라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기부를 확대하게 된다. 기업 가치 창출에 기업 기부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가 기업에 기부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
흔히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는 ‘가격’과 ‘품질’이라고 한다. 만약 기업 기부가 소비자의 사랑으로 이어지고 또 구매 행위에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기업 기부와 기업 가치 창출 사이에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격과 품질이라는 기존 요소 이외에 기업 기부 같은 사회적 책임 투자가 기업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추가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여건은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소비자는 기업의 기부금 지출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는 의식 수준이 너무 높아서 기업의 기부금 지출에 대해 많은 해석을 하고, 또 독심술을 발휘해 그 속내를 분석한다. ‘저 기업은 총수가 정치하려 기부한다’ ‘저 기업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달동네에 기부한다’ 등. 기업이 기부했는데도 욕을 먹으면 그 경영자는 가장 잘못된 경영행위를 한 셈이다. 기부했음에도 국민이 사랑하지 않으면 어느 기업이 기부하려고 하겠는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기부를 순수성이 없다고 매도해선 안 된다. 기업 이미지 광고보다 훨씬 바람직한 경영행위로 간주해야 한다.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에 소비자는 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같은 가격이고 같은 품질이라면, 많이 기부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줘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 경영 의사 결정으로서 기업 기부가 증대하게 된다.

기부 기업의 상품을 소비해야
도시빈민 자녀와 농어촌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에 꿈을 펼칠 기회를 잃고 있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으로 공부에 몰두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시달린다. 추운 겨울 노숙인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급식 봉사차량을 기다린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기부금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기부금 지출보다 광고나 접대비 지출이 기업 가치 증대에 더 유효하다고 판단된다면, 기부금 지출을 하는 경영자는 ‘선관주의 의무’Tip & Tap를 게을리하고 범법행위를 하는 셈이다. 기부하는 기업을 소비자가 사랑할 때, 경영자들은 기업가치를 증대하는 기부금 지출을 좋은 투자 기회로 판단하게 된다.
news@beautifulfund.org


Tip & Tap

외감법인
주식회사 가운데 자산총액이 70억원이 넘어 회계법인에서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회사를 말한다.

선관주의 의무
선량한 관리자로서 관리를 위탁한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다. 회사 경영진은 주주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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