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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회사를 평가하라
[Scholars Column]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루시안 베브처크 Lucian Bebchuk economyinsight@hani.co.kr

루시안 베브처크 Lucian Bebchuk  하버드대 교수(법·경제·금융)

   
 
전 세계 규제당국이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질서는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개혁안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현대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신용평가회사들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여러 해 동안 제 역할을 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평가회사들을 평가하기 위한 효과적인 메커니즘이다.
지금 신용평가회사가 투자자를 배신해왔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무디스, 피치가 호황기에 안전하다고 평가했던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금융상품 가운데 사실은 나중에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그러한 금융상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른 채권의 경우에도 발행자가 자신이 발행한 채권에 대해 평가를 해줄 회사를 직접 선정하고 평가 보수를 지급하는 관행이 계속 유지되는 한 신용평가회사들이 채권 발행자에게 좋은 평가로 보답할 유인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그 동안 제안된 접근방법 가운데 하나는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의견에 부여되는 중요성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경우 신용평가회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충분히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도록 기관투자가나 투자회사에 법률적 요건이 의무화되거나 권장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의무화 폐지는 위험
신용평가회사들이 수행해온 역할에 대한 실망, 그리고 그들에 대한 규제 효과에 대한 회의는 점차 신용평가에 의존하도록 해온 각종 규제를 모두 폐지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런 주장에 따르면, 신용평가가 더 이상 법률의 강제력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게 된다면 규제당국이 신용평가의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 따라서 신용평가회사를 감시하는 일을 시장에 맡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평가가 더 이상 법률에 의해 요구되거나 권장되지 않게 된다해도 신용평가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또 신용평가의 신뢰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지속될 것이다. 채권펀드에서 얻은 고수익이 과연 어느 정도의 위험을 부담한 데서 비롯된 것인지 제대로 따져보는 능력을 갖춘 투자자는 적다. 그들은 채권펀드 보유자산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에서 정보를 얻은 뒤 이로부터 이익을 취하려 할 것이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시장 평판에만 의존할 경우 그러한 신용평가 결과를 믿을 수 있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접근방법은 법률적으로 책임을 묻는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투자자가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면 신용평가회사들의 행동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사법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러한 감시는 두드러지게 왜곡된 일부의 문제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할 수 없는 한, 그러한 사법적 감시가 실제로 이루어지더라도 신용평가회사가 올바르게 행동하게 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신용평가회사들이 가능한 한 정확하게 신용평가를 하도록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더 좋은 다른 방법은 없다. 이런 유인을 제공하는 좋은 방법은 뭘까? 개별 신용평가회사의 이윤이, 그 회사에 신용평가를 맡기는 증권 발행자를 만족시키는 데 의존하지 않도록 만들면 된다. 즉 투자자를 위해 제 역할을 잘 수행할수록 그 신용평가회사의 이윤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신용평가회사의 이윤이 이런 역할을 수행한 실적에 의존하게 된다면, 다시 말해 신용평가 결과의 정확성에 좌우된다면 이윤동기 왜곡이 고쳐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이윤동기는 유익한 유인을 공급하는 원천으로 전환될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표결을 통해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금융개혁 법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앞으로 하원을 통과한 법안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정돼야 한다. 그러나 상원의 접근방법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신용평가를 맡길 신용평가회사를 독립적인 규제위원회가 선정하는 방향으로 법규가 제정될 것이다. 이 규제위원회는 신용평가회사의 과거 역할수행 실적을 토대로 신용평가회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항 부닥친 규제법안
이러한 메커니즘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회사가 따내는 신용평가 업무량을 각각의 업무수행 실적에 대한 적절한 측정지표 값에 연동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신용평가회사에게 돌아가는 보수도 그러한 측정지표 값과 연계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측정지표는 신용평가 결과를 이용하는 투자자에게 그 신용평가 결과가 가치 있는 것이 되도록 산정돼야 한다. 즉 금융상품의 건전성에 대한 예측의 정확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일단 개발되고 나면 ‘구조화된’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평가에만 한정해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유감스럽게도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그 메커니즘을 이렇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 메커니즘은 신용평가회사가 평가하는 모든 금융상품에 두루 적용돼야 한다.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평가는 모두 똑같은 인센티브 문제를 제기하며, 따라서 모두 개혁에 따른 이점을 얻게 될 것이다.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거대 신용평가회사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그러한 메커니즘은 “신용평가회사를 서로 경쟁하게 하고, 혁신을 추구하게 만들고, 평가모델·기준·방법을 개선하도록 하는 유인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그러한 메커니즘은 실제로 신용평가회사에게 작용하는 ‘부정적’ 유인, 즉 증권 발행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자기들끼리 서로 경쟁하게 하고 증권 발행자에게 더 잘 봉사하기 위해 혁신과 개선을 추구하게 하는 유인은 분명히 약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은 신용평가회사에게 작용하는 ‘긍정적’ 유인, 즉 정확한 신용평가를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하게 하고 사회적으로 훨씬 더 유익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줄 혁신과 개선을 추구하도록 하는 유인은 강화시킬 것이다.
신용평가회사는 그 동안 현대 자본시장의 중요한 한 측면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신용평가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신용평가회사 자신도 평가를 받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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