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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회삿돈 빼돌렸나
[Special ReportⅡ]최태원 회장 또다시 포토라인 설까
[19호] 2011년 11월 01일 (화) 김경락 economyinsight@hani.co.kr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

재계 4위의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끊임없는 의혹과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수천억원의 선물투자 손실은 국내 대표 그룹 오너로서의 처신과 경영자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그룹 지배권과 관련 있는 SK C&C 지분을 담보로 적잖은 자금을 대출받은 데 이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은 것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금융권 대출 과정에서 차명을 사용했거나 주가조작으로 재판받는 인사가 최 회장의 자금 관리인일 수도 있다는 대목에선 불법의 그림자마저 드리운다.
 
참신했던 이미지는 어디에

최 회장의 이미지는 애초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론 분식회계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적이 있지만,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젊은 오너인 덕에 국내 재벌들에 드리운 정경유착 등의 음습한 그림자는 적은 편이다. 특히 지금은 유행이 되다시피 한 사회책임경영(CSR) 사업을 일찌감치 추진하면서 적어도 ‘돈만 아는 재벌’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약속하고 평가를 받는 국제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의 위원이기도 하다.
이런 긍정적 이미지는 올해 잇따른 의혹과 구설 탓에 심각하게 훼손됐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모든 의혹의 뿌리는 최 회장이 금융권 대출과 지분 매각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거액의 현금을 마련한 배경에 쏠려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현금은 대략 4천억~5천억원으로 추산된다. 2009년 SK(주) 지분의 일부 매각으로 현금 920억원을, 지난해 9월엔 SK C&C 지분 담보로 우리투자증권과 3천억원가량의 대출 한도 계약을 맺는다. 또한 미래저축은행에서 200억원을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에 정상적으로 들어오는 배당금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최 회장이 무슨 연유로 거액의 자금 모집에 나섰을까.
SK 쪽 설명은 이렇다. 최 회장은 3조원대(8월 말 기준)의 주식 부자이지만, 지니고 있는 현금은 처음부터 거의 없었다고 한다. 1998년 선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서 받은 상속재산 대부분이 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이었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최종현 전 회장 자체가 기업 경영과 상관없는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등을 하지 않아 보유 재산은 주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 재산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도 현금 자산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물려받은 주식 가치는 상속 시점 당시의 가치로 1500억원가량으로, 상속에 따른 세금 700여억원도 제때 내지 못해 5년간 분납했고, 일부는 지인들에게 돈을 꿔 냈다고 한다.
이후 2004년 사모펀드인 소버린과 경영권을 놓고 일대 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개인 자금이 지출됐다. SK 관계자는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소버린과의 분쟁 과정에서 지분 매입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최 회장의 개인 자금이 쓰였다”며 “회장 취임 이후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넘쳤다. 여기저기서 빌린 돈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0월16일 SK에너지 울산공장을 방문한 콜롬비아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혹만 키운 선물투자 해명 
1천억원이 넘는 선물투자의 동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SK  쪽은 설명한다. 가용 현금이 부족한 최 회장이 목돈을 벌어보려 선물투자에 손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재미를 보기는커녕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손실을 메우려고 또다시 거액의 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K 쪽은 최 회장이 최근 SK C&C 지분 일부(200만 주)를 매각해 현금 2900억원을 확보하면서 선물투자 등과 관련된 손실은 모두 정리했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모두 최 회장이 회삿돈에는 손대지 않았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적 이유로 투자를 했고, 개인적 차원으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그룹 오너로서 다소 부끄러운 처신이기는 하지만 불법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잖다. 일단 SK는 최 회장의 대규모 선물투자 손실이 알려진 지난 7월부터 해명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선물투자 사실이 불거질 때 논란의 핵심은 자금 출처였다. SK는 최 회장이 수년째 받은 배당금과 앞서 SK(주) 지분 매각 대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최 회장의 지분 담보 대출과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차입을 통한 선물투자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물론 여전히 최 회장이 선물투자 과정에서 회삿돈을 활용했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아서 불법성을 언급하기는 이르다.
그러던 차에 최근 최 회장이 창업투자회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전 대표 김준홍씨에게 제일저축은행에서 90억원어치의 대출 보증을 선 사실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묘하게 흐르고 있다. 김준홍씨는 현재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명목상 대출 보증이지만, 금융권에선 최 회장의 차명 대출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도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은 기록이 있어, 이 돈의 실소유주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김준홍씨는 SK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여 있다. 그는 최 회장의 사촌인 최창원 SK케미칼 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인데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도 미국 하버드대학 동문이다. 1998∼2007년 SK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런 이력은 김씨가 최 회장의 개인 자금관리인이었다는 의혹을 낳았다.
하지만 SK는 김씨와 최태원 회장의 관련성을 줄곧 부인해오다 최근 보증대출 금융거래 사실이 드러난 뒤에야 최 회장과 김씨가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임을 시인했다. 둘의 관계가 더욱 명확해지면서 관심은 김준홍씨가 운영하던 베넥스인베스트먼트로 옮아가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이나 전자 업종에 투자했는데, SK 계열사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고 있다. SK와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쪽은 그간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이뤄진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김씨가 최 회장의 개인 자금 관리인이라는 의혹이 짙어진 탓에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실소유주가 최 회장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인사는 “시장에선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SK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고, 이런 후광효과 때문에 순식간에 7천억~8천억원이 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주목되는 이유 
실제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가 SK의 위장 계열사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일부에선 김준홍씨가 연루된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에 투입된 자금의 실소유주가 최 회장 등 SK그룹 오너 일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자금을 수사하고 있다. 아직까지 회삿돈 횡령이나 주가조작, 위장 계열사 운영 등 범법 사실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SK의 주장대로 재계와 시장의 그릇된 억측에 따른 현금 없는 그룹 오너로서 감수해야 할 숙명인지, 아니면 현금 없는 재벌 오너의 과욕이 부른 일탈인지는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야 좀더 명확해질 것이다.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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