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장노 Laurent Jeanneau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교사 수는 줄고, 학생 수는 늘어나다.’ 가을 신학기를 앞둔 교장들에게 이 난해한 방정식이 숙제로 주어졌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뤼크 샤텔 교육부 장관은 어떻게든 문제를 축소하려 했다. 지난 9월5일 그는 “물론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우수한 행정체계를 갖추고 있다. 행정적 측면에서든 실무적 차원에서든 올해 신학기는 무탈하게 지나갈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장관의 낙관론에 동조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교사들은 이번 가을 신학기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대다수의 유치원, 초·중등 교원 노조와 심지어 사립 교원 노조까지 합세한 가운데 지난 9월29일 대규모 저항시위가 열렸다.

퇴직 교원 절반을 채용하지 않기로

지난 9월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한 초등학생이 등에 ‘우리는 더 많은 선생님을 원한다’고 써붙인 채 행진에 나서고 있다.

시위대가 표적으로 삼은 것은 올해 교원 1만6천 명을 감축하겠다는 안이다. 이번 감축으로 2007년 이후 총 6만6천 개에 달하는 교직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공공정책검토계획’(RGPP)에 따라 퇴직 공무원의 절반을 충원하지 않기로 한 현 정부 정책의 큰 피해자가 사실상 교육계가 되었음을 뜻한다. 한 예로 2007~2010년 미충원 퇴직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교육 공무원이었다.
지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원 양성 제도 개혁이 실시되면서 교원 감축으로 인한 충격이 다소 완화됐다. 새로운 교원 양성 제도에 따라, 임용고시에 합격한 교사가 과거처럼 1년간 수습 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정교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록 햇병아리 교사가 교직 수업이나 실습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덕분에 교원 감축 규모는 상당 부분 상쇄됐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종사자들은 올해 교육 예산 삭감 수준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던 인구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학생 수 감소’라는 논리 뒤에 숨어 교원 감축 정책을 비호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학생 수 추이는 역전됐다. 10년 전부터 프랑스 국민의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어느새 어엿한 초등생이나 중학생으로 성장한 것이다. 덕분에 이 아이들이 매해 취학 대열에 합류하며 마르지 않는 샘물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참고할 수 있는 공식 자료는 2010년 가을 신학기 통계가 전부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2011년 각 학교의 신규 학생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교육부도 올해 신규 학생 수가 유치원 및 초등학교는 1500명, 중·고등학교는 6만190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계가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다. 감축된 전체 교육 일자리 1만6천 개 가운데 8960개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일자리다. 이에 따라 1500개 학급이 문을 닫는 사상 초유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예산 감축은 사회적으로 취약하거나 학습 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한 예로 교원 감소로 인해,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초등생을 지원하던 ‘아동교육보조프로그램’(RASED) 특수교사 수가 감소했다(2011년 600명에 이르는 RASED 특수교사직이 감소했는데, 이로써 더 이상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무려 3만 명에 이른다). 교육예산 감축으로 학급당 학생 수 증가도 불가피해졌다. 이미 프랑스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는 대조적으로 초등학교 교사 1명이 관리해야 하는 학생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2009년 프랑스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무려 19.7명에 달했다. 반면 OECD 평균은 16명, 유럽 국가 평균은 14.5명에 불과하다. 이는 그냥 무심코 넘길 일만은 아니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듯이,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취약계층 출신 아동의 성적이 더욱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만 2살 유치원 입학 금지로 취약계층 타격

지난 9월5일 파리 근교의 한 사립학교 학생이 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올해 프랑스에서는 교육재정 삭감으로 1500개 학급이 문을 닫았다.

정부는 일자리 ‘절약’을 위해 또 다른 대책을 내놓았다. 만 2살 유아는 유치원 입학을 불허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만 2살 유아의 유치원 입학률이 2000년 34.3%에서 2010년 13.6%로 눈에 띄게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교육환경이 열악한 센생드니 지역은 만 2살 유아의 유치원 취학률이 5%를 채 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지역에서조차, 만 2살 유아의 유치원 입학은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 만 2살부터 유치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초등 1학년 때 읽기 과정을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 특히 취약계층 출신에 학습능력까지 부진한 아동은 유치원 조기 입학 효과가 크다.
유아의 유치원 조기 교육을 불허하는 것은 여성의 취업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각 가정 간 양극화도 더욱 부채질한다. 유아에 대한 공교육이 철폐되면 사실상 대안은 사립탁아소나 가정어린이집, 혹은 ‘자르댕 데베예’(Jardin d’eveil·유아를 보육·교육하는 탁아소와 유치원의 중간에 해당하는 신개념 보육시설)라고 불리는 신개념 보육 시설밖에 없다. 이는 대부분 넉넉한 가정이나 이용할 수 있는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의 교육 투자 배분에서 유아 및 초등 교육이 찬밥 신세를 당하는 마당에 이런 식의 변화는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예로 학생 1인당 국가의 교육예산 지출을 살펴보면 유치원이 5400유로, 초등학교가 5700유로인 반면, 중학교는 8천유로, 고등학교는 1만1천유로, 그랑제콜 준비반은 1만5천유로에 육박한다. 유아 및 초등 교육에 대한 저투자 현상은 프랑스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경향이다. 앞으로 프랑스가 유아 및 초등 교육 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올리려면, 연간 1인당 1천유로가량 더 투입해야 한다. 유아 및 초등 교육 투자는 아주 중요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기는 훗날 학생의 운명을 좌우하는 갈림길인 동시에,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중·고교라고 사정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중·고교 교장들은 재정수지를 맞추느라 한푼 두푼 예산 절감에 고심하고 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추가 노동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인 학교장 노조 ‘SNPDEN-Unsa’가 실시한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일반계 혹은 기술계 고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추가 노동시간이 총 수업 시간의 11%를 차지할 정도다.
학교장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자주 애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소수반 수업을 줄이거나, 지자체와 논의해 정한 교육계획안을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1학년 때 서로 다른 계열의 학생들이 역사·지리학 등 일정 과목을 함께 듣도록 하는 예도 있었다. 다른 계열의 학생들과 달리 과학계열 학생들만이 졸업 학년이 아닌 1학년 말에 이 과목의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르는데도 버젓이 그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아무리 수지를 맞추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의무교육 시간을 유지할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2%에 달하는 학교들이 국가가 지정한 의무교육 시간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지 못하다. 더욱이 예산 감축이 모든 부문에 걸쳐 고르게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자녀가 많은 중·고등학교일수록 수업 시간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오늘날 긴축재정의 시대를 맞아 학교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물론 교육의 질이 단순히 돈 문제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15년째 프랑스 정부는 학교 투자를 축소해온 상황이기에, 이번에 발표된 긴축 처방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프랑스 정부의 국내 교육 지출은 고작해야 국내총생산(GDP)의 6.9%에 불과하다. 1995년에는 7.6%에 달했던 수치다. 이는 대부분의 OECD 국가가 GDP에서 교육에 할애하는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추세다. 심지어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더불어 2000년 이후 교육 지출을 가장 많이 축소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90년대까지 프랑스 사회를 전복시킨 환상의 교육 대중화 물결도 이내 흐름을 멈춰버렸다. 벌써 10년 넘게 바칼로레아 취득자 비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2010년 65.7%). 1980년대 정부가 정한 80%라는 목표치가 무색할 정도다. 프랑스인의 평균 학업 기간은 1995년 19년에서 2008년 18.5년으로 감소했다. 15~19살 젊은이 가운데 학업을 수행 중인 비율은 1995년 89%에서 2009년 84%로 줄어들었다. 20~29살의 학업률 역시 최근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낮아진 처우에 교사 지원자도 줄어
이런 상황은 교사의 노동조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과밀 학급이 증가하고 예산 증대 없이 교육 개혁만 잇따라 실시되면서 교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반면 교사의 급여 수준은 실제 노동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2010년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프랑스 교사는 다른 OECD 국가 교사보다 더 많이 일하는데 급여 수준은 더 형편없었다. 1인당 GDP 대비 프랑스 교사의 평균 급여는 OECD 평균에 견줘 초등학교는 17%, 중학교는 15%, 고등학교는 19%가량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다른 산업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만 1995~2009년 교사 급여가 감소했다. 그러니 교육부의 교원채용시험에 지원자가 많이 몰리지 않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교육부가 채용난 해소를 위해 홍보를 강화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야심찬 계획에 걸맞은 예산 투자에 나서지 않는 한, 현 교육계의 상황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