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Info@econo
     
키 큰 오바마와 ‘위너’ 납세자
[info@econo]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N. 그레고리 맨큐 N. Gregory Mankiw 외 economyinsight@hani.co.kr

N. 그레고리 맨큐 N. Gregory Mankiw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매슈 바인치얼 Matthew Weinzierl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교수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유권자인 ‘배관공 조’와 함께한 유명한 담화에서, 부자에 대한 세금을 늘려 “부를 주위에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태도가 조를 설득시킨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발언은 정치철학과 경제 사이의 오랜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한 세기 이전에 프랜시스 Y. 에지워스2) (Francis Y. Edgeworth·1897)는 충분한 정보를 가진 공리주의적 사회 설계는 전적으로 평등주의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리주의 설계자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한계효용을 균등하게 할 것이다. 한계효용을 균등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후 소득 역시 균등하게 할 필요가 있다. 평균 생산성 이상을 갖춘 이들은 세금을 채우고도 초과분을 내야 하며, 반면 평균 생산성 이하를 갖춘 이들은 평균에 이르도록 보조를 받는다.
윌리엄 S. 비크리(1945)와 제임스 A. 멀리스(1971)는 에지워스가 제시한 해결책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인간의 타고난 생산성을 관찰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정부는 소득을 관찰하는데, 이는 생산성과 노력이 작용한 결과다. 정부가 개인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를 소득이라고 가정한 ‘비크리-멀리스 접근법’3)은 이제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한 개인의 소득세 결정액은 소득을 넘어선 다양한 변수가 모여 나온 결과다. 이 변수 중에는 모기지 이자 지급, 자선단체 기부금, 의료비 지출, 자녀 수 등이 있다. 조지 애컬로프(1978)는 이 변수를 ‘꼬리표’(tags)라고 부르고, 사회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개인을 식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는 최근 논문에서(맨큐·바인치얼, 2009) ‘비크리-멀리스 체계’를 사용해 또 다른 변수인 납세자의 키가 가진 잠재적인 역할을 탐구했다. 이 연구는 이론과 실험의 두 측면에서 지지된다.
최적 조세 이론에 따르면 생산성과 관련된 모든 외생변수는 개인의 최적 세액을 결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돼야 한다.
 
   
 
“키가 1인치 크면 수입 1~2% 늘어”

실험적인 측면으로도 한 사람의 키가 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앤 케이스와 크리스티나 팩슨(2008)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남녀 모두에게… 키가 1인치 추가되는 것은 수입이 1~2%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 개인의 세액이 키의 기능에 포함돼야 함을 암시한다. 즉 동일한 소득을 번다면,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결과 전통적인 공리주의적 계산에 따라 산출된 최적의 신장 추가 부담금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미국의 백인 성인 남성에 대한 최적 조세를 계산했다. 이들을 신장에 따라 키가 큰 그룹(182cm 이상), 중간 그룹 (177~181cm) 그리고 작은 그룹 (177cm 미만)으로 나누었다. 키가 큰 그룹의 평균 최적 조세율은 평균소득의 약 7.1%인 반면, 중간 그룹은 3.8%였다. 이들 세금은 키가 작은 남성에게 소득의 13% 이상을 이전시키는 데 쓰인다. 오른쪽 도표에서 그룹별로 예정된 최적 조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만달러를 버는 키가 큰 남성은 같은 소득을 가진 키가 작은 남성보다 4500달러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키가 큰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사실 그 제안을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둘 중 하나다. 멈칫하거나 기뻐하거나. 그리고 그런 반응이야말로 정책을 펼치기 어렵게 한다. 신장에 대한 세금은 실증적 규칙과 최적 조세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 결론이 거부돼야 한다면, 그것을 둘러싼 가정들도 재고해야 한다.
다음으로 신장 과세가 잘못됐다는 세 가지 반론과 이에 대한 재반론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반론은 표준 공리주의 모델이 조세정책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몇 가지 제약을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신장에 매기는 세금이 잠재적으로 정부를 위한 ‘게이트웨이’(Gateway) 세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두려워한다. 정부는 좀더 인구학적 특징에 기초해 세금을 거둬들이게 되고 정보 수집 범위를 위험한 수준으로 확대하게 된다. 하지만 근대 조세체계는 이미 자녀 수, 혼인 상태, 장애 등 상당한 개인적인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키와 관련된 정보는 질적으로 이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이 갑작스럽게 개인권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반론은 공리주의 모델이 ‘수평적 공평성’(Horizontal Equity)4)이란 측면에서 적합치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은 같더라도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로  “키가 커서 더 많은 소득을 벌 기회가 있지 않느냐”고 설득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 관찰될 수 없을 때, 수평적 공평성을 따른다는 것은 능력과 관련된 개인의 외생적 특질에 대한 정보를 무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야말로 재분배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든다. 임의로 만들어진 그룹 일원들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고집함으로써 평균적인 구성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을 희생해서야 되겠는가?
 
밀턴 프리드먼의 대안 없는 항변
세 번째 반론은 공리주의 모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른 규범 체계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자유주의자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정책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유일한 요소로 강조한다. 정책을 통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어떠한 자원 이동도 부당한 것이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1962)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자유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오로지 소득을 재분배하기 위해 과세 등급을 매긴다는 데서 어떠한 정당성도 찾기 힘들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서 뺏어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명확한 케이스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완고한 자유주의적 견해에서 어떻게 최적 조세 이론을 재구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사람들은 제각각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신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정책을 거부하는 사람은, 최적 조세와 소득재분배에 대한 공리주의 접근법도 거부하거나 대폭 수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에 직면했을 때, 오바마와 배관공 조는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지난 조세의 날(2009년 4월15일) 오바마 대통령은 청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상위 2% 미국인에 대한 감세 조치를 끝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 빌 클린턴 대통령 때 상위 2% 미국인이 낸 것과 동일한 비율의 세금을 낼 수 있게 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굳이 자기 키가 183cm라는 얘기는 덧붙이지 않았다.
ⓒ Voxeu
번역 이유진
 


Tip & Tap
1) 공리주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지만, 사회적 공리의 증대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의 간섭과 분배도 정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글에서 맨큐 등이 주장하는 것은, 신장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공리주의 조세체계와 합치되는 것으로, 공리주의 체계 전체를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신장 과세와 같은 특정한 부분만 선별해 거부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얘기다. 공리주의에 입각한 최적 조세 이론은 신장 등 개인 특징을 소득 창출 능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입에 쓴 약처럼 거부감을 느끼게 하더라도 전반적인 공리를 고려할 때 결국 그에 대한 과세의 당위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2) 프랜시스 Y. 에지워스
계량경제학의 선구자로, 수학과 경제학으로 도덕을 비롯한 사회현상을 설명하려 했다. 가장 유명한 이론인 ‘에지워스의 상자’는 사회 전체 생산요소 부존량을 나타내는 도형으로,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상태인 파레토 효율성 분석에 사용된다.
3) 비크리-멀리스 접근법
불완전하거나 불균형한 상황에서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연구한 이론이다. 현실에서 경제주체는 불균등한 정보를 갖는다. 따라서 경제주체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들이 완성한 최적 조세 이론은 누진세율을 적용할 경우 개인의 노력 여부, 소득 공개 여부 등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사회적 최적 조세를 다루고 있다.
4) 수평적 공평성
행정학 용어로, 동일한 것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조세의 경우, 똑같은 경제적 능력의 소유자는 똑같은 조세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은 경제적 능력이 더 큰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N. 그레고리 맨큐 N. Gregory Mankiw 외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