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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 위장한 4대강 댐은 국가 테러
[Environment] ‘환경 파괴의 절정’ 이루는 4대강 사업과 브라질 벨로몬테댐
[19호] 2011년 11월 01일 (화) 최병성 economyinsight@hani.co.kr

4대강의 눈물, 아마존의 고통
   
 
한국의 4대강에 건설 중인 16개 보와 브라질의 아마존에 세워지는 벨로몬테댐. 지구촌 정반대쪽에 위치한 두 사업의 공통점은 ‘생명의 물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반생명적 댐을 저지하려는 목소리들에 대해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점도 닮았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지난 10월6일 금강 백제보를 시작으로 개방 행사가 시작된 시점에 16개 보가 지닌 문제점을 다시 조명해본다. _편집자


최병성 환경운동가 겸 사진작가<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저자

강은 오랜 시간 자신이 만든 길을 따라 흐른다. 굽이도는 물줄기를 따라 다양한 환경과 생태계가 이뤄지고, 강변에 깃든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도 형성된다. 댐은 일순간에 이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흔히 댐을 홍수 예방과 물 부족을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댐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의 아픔에 대해선 필요악이라며 무시한다. 하지만 댐은 홍수와 물 부족 문제를 다루는 만능해결사가 아니다.
댐의 효용성은 과장됐고, 댐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일반인들에게 감춰져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건설업자들은 댐 건설을 위해 불합리한 선전을 남용해왔다. 가뭄이 든 해에는 물 공급을 위해 댐이 필요하다 하고, 홍수가 난 해에는 홍수 예방을 빌미로 댐 건설의 필요성을 홍보한다. 정부의 물 정책은 합리적이기보다 허위와 과장을 반복하며 국민을 속여왔다.
1999년 강원도 영월의 동강댐 건설이 무산됐다. 정부는 동강댐 건설에 대해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동강댐을 건설하지 않으면 2001년 수도권에 2.6억㎥의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침 2001년 중부 지역에 200년 빈도의 가뭄이 발생했다. 더욱이 북한 금강산댐 붕괴에 대비해 화천댐까지 비워놓은 상태라 한강의 유입량은 8%나 줄어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2001년 서울과 수도권의 물 사용에는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동강댐은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공급 과잉 국가’임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가뭄이 일어나면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도시보다는 댐의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산간지역과 섬마을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아무리 댐을 많이 건설해 물이 많다 해도 정작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대도시의 물 공급을 위한 댐은 넘쳐났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사용 불균형 국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댐 건설이 아니라, 물이 부족한 지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물 해결 대책이다.
   
 
댐 재앙의 총집약 ‘4대강 사업’
홍수 예방이 아니라 오히려 홍수를 조장해 주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댐도 있다. 경남 진주의 남강댐이 그 사례다. 2002년 집중호우로 남강댐의 물이 저장 능력을 벗어나자 남강으로 물을 흘려보냈다. 남강으로 흘러간 물이 낙동강 주변인 함안군의 강둑을 무너뜨리고 농토와 도로, 마을까지 흔적도 없이 휩쓸어버렸다. 낙동강의 홍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태풍 ‘루사’가 닥쳤다. 남강댐은 다시 물로 넘실거렸지만 이미 발생한 홍수 피해로 인해 쉽사리 물을 뺄 수 없었다. 급기야 댐 상류 마을인 지리산 자락의 산청군 생초면이 댐에서 역류한 물로 침수되는 기이한 일까지 발생했다.
더 이상 물을 저장할 수 없는 남강댐은 댐 붕괴를 막기 위해 사천만 방수로를 통해 황급히 남해로 물을 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천만 일대의 양식장과 어장이 황폐화되고 사천시의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 특히 사천 공군비행장이 남강댐에서 방류한 물에 잠기게 되자 공군단장이 권총으로 위협하며 남강댐 물 방류 중단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남강댐은 홍수 조절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 홍수를 조장하는 흉기가 되었다.
과장된 물 부족 홍보는 동강댐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 부족과 홍수를 대비한다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주장과 달리 4대강 사업은 흐르는 강에 댐을 세워 물을 썩게 함으로써 먹는 물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4대강에 건설한 16개의 ‘괴물 댐’은 홍수 예방이 아니라 홍수 재앙을 초래하는 ‘물폭탄’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물 부족과 홍수를 초래하고, 생태계 단절과 아름다운 경관을 훼손하는 국토 파괴로서, 댐 건설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이 총집약된 참 나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어 오염’은 심각하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준설하고 한강 3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 낙동강 8개 등 총 16개 보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댐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보’라는 용어로 국민을 기만했다.
세계 대형댐학회는 대형 댐의 기준을 △높이 15m △댐 길이 50m △저류량 100만t △홍수 방류량 2000㎥/초 중에 하나만 해당돼도 대형 댐으로 간주한다. 4대강 사업 중 낙동강에 세우는 보의 경우 높이가 9~13m로 대형 댐에 조금 못 미치지만, 댐 길이는 평균 500m로 대형 댐 기준의 약 10배까지 이른다. 특히 저류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함안보의 저류량은 1억2700만t으로 대형 댐 기준 100만㎥의 127배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2010년 6월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 강정보 수문의 크기는 45×11m짜리 2개로 구성되며, 수문당 방류 능력은 3100㎥/초로 소양강 댐 수문(1125㎥/초)의 2.7배, 팔당댐 수문(1733㎥/초)의 1.8배”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는데, ‘보잘것없는 보에 달린 수문이 대형 댐인 소양강댐의 2.7배, 팔당댐의 1.8배’라며 스스로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왔음을 고백한 것이다. 더욱이 4대강 보에 달린 수문의 방류 능력이 3100㎥/초로서 세계 대형 댐 기준 2000㎥/초보다 1.5배 더 큰 댐임을 확인해주었다.
정부가 4대강에 세운 보들은 ‘길이’와 ‘저류량’, ‘초당 방류량’ 등을 살펴볼 때, 보가 아니라 대형 댐보다 몇 배 더 큰 대형 댐이다. 결국 4대강 사업은 강에 운하용 대형 댐을 줄줄이 세우는 사업이다.
 
일제 40여 년보다 더 심각한 국토 파괴
‘강’의 반대말은 ‘댐’이다. 댐은 강의 흐름을 정지시켜 강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16개의 대형 댐을 세우는 4대강 사업이 초래할 가장 큰 재앙은 물을 썩게 함으로써 앞으로 취수원을 옮겨야 하는 사태를 맞는 것이다. 이는 상상이 아니라 곧 닥칠 현실이다. 4대강 사업의 모델인 서울 여의도 앞 한강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한강은 잠실과 김포에 세운 2개의 보 때문에 항상 물이 넘친다. 그러나 물이 썩어 여의도 앞 한강엔 취수장이 단 하나도 없고, 잠실보 위의 구의취수장과 자양취수장은 1800억원을 들여 최근 상류로 이전했다. 이게 바로 앞으로 4대강에서 벌어질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이 초래하는 또 다른 재앙은 홍수다. 이명박 정부는 홍수를 예방한다며 4대강을 준설하고 16개의 거대한 댐을 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4대강 공사로 그동안 홍수를 막아주던 강변의 습지가 대부분 파괴됐다. 이제 물로 가득 채워진 4대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형 물폭탄이 된 것이다.
최근 선진국들은 홍수 예방책으로 원래의 자연 습지를 회복하는 길을 채택하고 있다. 제방을 허물고 직선형 운하를 구불구불한 자연형 곡선으로 만들고, 물이 넘칠 습지를 복원하고 있다. 변종 운하를 만드는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다. 4대강 사업이 잘못됐고, 위험한 재앙이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역시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철새의 94%는 얕은 물가를 좋아하는 수면성 오리다. 강을 깊게 준설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철새 살 곳이 사라졌다.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찾던 ‘철새의 낙원’ 낙동강 해평습지가 준설로 인해 초토화됐다. 국내의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역시 광란의 4대강 삽질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대한민국 하천에 사는 물고기는 얕은 여울을 좋아하는 저서성 어류다. 그러나 준설로 인해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이들이 살 공간이 사라졌다. 물고기는 ‘많은 물’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을 좋아한다. 4대강 사업은 생명의 강을 죽음의 수로로 만든 재앙이다.
 
국민·환경·생명에 대한 국가의 테러
   
대구·경북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달성보 공사가 99%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 10월15일부터 오는 11월26일까지 보 개방 행사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되는 경북의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 영주댐에서 댐 건설의 사기극을 잘 볼 수 있다. 총공사비 8380억원이 투입되는 영주댐은 높이 50m, 길이 380m, 총저수량 1억8100만t 규모(안동댐의 약 7분의 1)의 댐이다. 영주댐으로 인해 511가구가 수몰돼 강제 이주할 예정이다.
과연 영주댐은 홍수를 예방하고 물을 공급해주는 타당성 있는 사업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댐 하류 지역에 100년에 한 번 정도 오는 큰 홍수가 날 경우 홍수 피해액이 83억원이란다. 공사비 8380억원을 들여 100년에 한 번 발생할 83억원의 홍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영주댐 환경평가서는 댐의 필요성에 대해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하여 낙동강 유역의 연례 홍수 피해가 극심하여 홍수 재해를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최대 피해 지역은 강원도 강릉·양양·삼척·고성·정선으로, 피해액은 전국 집계의 46%, 인명 피해는 58%, 이재민은 82%를 차지한다. 태풍 루사와 매미 때문에 큰 홍수 피해를 입은 낙동강 유역은 영주댐이 건설되는 내성천 주변이 아니라, 내성천과 아무 상관 없는 지리산 아래쪽인 진주 남강댐 주변 지역이었다.
영주댐 건설 목적의 92%는 하천유지 용수다. 댐을 건설하는 이유가 홍수 예방과 먹는 물 공급이 아니라, 8개의 거대한 보를 세운 낙동강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영주댐 건설로 인해 지역 문화재의 수장뿐만 아니라, 하류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대 비경인 회룡포가 위태로워진다. 영주댐은 하천을 유지한다며 댐을 세워 내성천을 파괴하는 저급한 코미디다. 아무 타당성 없는 댐 건설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영주댐이 잘 보여준다.
1993년 ‘대안노벨상’(Alternative Novel Prize)을 받은 환경주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테러리스트는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긴 수몰민 역시 ‘파괴적 개발’이라는 테러의 희생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영주댐 건설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모두가 거짓이다. 아무런 타당성 없이 재앙만 초래하는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강의 생명과 환경과 문화를 파괴하고, 국민의 삶터를 짓밟는 국가권력의 테러다.
cbs50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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