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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1%포인트↑땐 이자부담 6.8조”
[VS]금리 논쟁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conomyinsight@hani.co.kr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끝없는 성장을 자신했던 거대 금융회사들이 쓰러지고 금융 부실과 경기 침체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국가가 속출하는 등 세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양적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비교적 이른 시간 안에 회복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이 먼저 회복세를 보였고, 미국 등 선진국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완만한 경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정위기로 경제회복이 불투명한 남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세계가 암울했던 금융위기의 터널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듯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5월12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출구전략 시행론 본격화

이에 따라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동원했던 비상조치를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물론 경제가 정상화되면 비상조치는 해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환자에게 극약 처방을 내릴 경우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만 부작용도 따르기 때문에 환자가 소생하더라도 추후에 더욱 큰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가 ‘정상화’됐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점이다. 경제의 정상화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거나 연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서로 비교해보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광의의 출구전략은 유동성 공급 및 금리 인하를 비롯한 양적 완화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모두 포함하지만 현재 쟁점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출구전략 시행 여부를 판단하는 비용 비교도 기준금리 인상 또는 저금리 기조 유지에 관련된 비용으로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일반적인 비용을 살펴보면, 첫째, 자산 거품 형성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 확대를 들 수 있다. 낮은 예금금리를 감안할 때 시중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을 올려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 둘째는 높은 통화 공급 증가율이 낮은 시장금리와 연결되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통화 유통 속도가 낮아 인플레이션 위협은 제한되고 있으나 여전히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감안할 때 물가 불안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을 살펴보면, 첫째, 경제주체의 직접적인 이자 부담 가중을 들 수 있다. 기업과 가계의 전체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경제주체의 이자 부담은 1년에 6.8조원이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경기회복은 상당 부분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존한 면이 크다. 민간 부문의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도 민간 부문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회복을 둔화시킬 수 있다.
 
자산 거품 가능성 낮아
그렇다면 저금리 유지와 금리 인상에 따르는 비용을 현재의 국내 경제 상황에 맞춰 비교해보자. 먼저 소비자물가는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4%)에 속하더라도 4% 쪽에 가까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서비스 요금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물가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물가 불안을 사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는 금리 인상이 바람직하다. 한편 과잉 유동성에 의한 자산 거품 문제는 하반기에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 내내 약세를 이어왔고 하반기에도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역시 불안정성이 높아 부동자금이 유입되기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물가 불안이 가장 큰 부담이다.
다음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증가할 이자비용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거나 중소기업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소비와 투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물론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금리 인상 자체가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을 의미하므로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담 가중에 따른 소비와 투자 침체가 가장 문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대외 경제 상황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일단 당면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상당 부분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큰 폭의 재정지출을 감내한 결과, 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가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물론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로존 재정 안정 프로그램(7500억유로 규모)에 합의하면서 해결의 가닥을 잡았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가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일본·미국 등 재정적자 규모가 큰 국가 모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금융 부문 출구전략보다 재정적자 축소로 대표되는 재정 부문 출구전략을 먼저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각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9년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한 이스라엘·오스트레일리아·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소비자물가 또는 자산 가격 불안이 금리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경기회복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의 금리 인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높은 중국 등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한다면 우리나라의 부담은 경감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전
이제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할 때 국내적으로는 물가 불안과 이자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비용을 비교해야겠고,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으로 예상하는 만큼,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가 불안에 따른 금리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실제 금리 인상 결정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자칫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 결정은 한층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시장금리 수준이 매우 낮아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현재 회사채 수익률은 올해 1·4분기 평균 5.2%보다 낮은 4.5%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시장금리가 1·4분기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일단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장은 정책 기조가 변했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당분간’이라는 용어를 제외하자마자 시장금리가 0.1%포인트 오른 점만 보더라도 금리 결정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따라서 통화 당국의 기대보다 시장이 과잉 반응해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하더라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반기 들어 민간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높아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을 감내할 수 있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돼 금융 긴축이 필요한 상황이 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남유럽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과잉 반응을 방지하면서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게 기준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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