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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야 향후 인하 여지 생겨”
[VS]금리논쟁=김태동 전 금통위원 인터뷰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곽정수 편집위원 economyinsight@hani.co.kr

2.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5월12일 기준금리를 15개월째 동결했다. 역대 최장 기간 동결 기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조짐 속에서 출구전략 논쟁이 벌어지고, 금리인상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대두됐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뒤 재계와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신중론이 갑자기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이미 금리 인상을 단행했어야 한다”는 김태동 전 금융통화위원과 “아직 금리 인상을 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시장에 줄곧 표명하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대립적인 시각을 함께 싣는다. 앞으로 이 ‘VS’ 코너에서는 국내외 경제 핫이슈를 둘러싼 맞수 논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편집자


곽정수 편집위원

“한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어용학자가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의 중앙은행 총재가 돼달라.”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가 취임 두 달째를 맞은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교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내 금융 이론과 실무에 모두 해박하고, 금융학자들로부터 한은 총재의 최적임자 중 한 명으로 꼽혀온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쓴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개인적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 모두 김 총재의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한은 총재 ‘불편한 공범’
개혁과 원칙을 강조하는 대표적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지난 5월24일 서울 종로구 경제개혁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은이 이미 2009년 가을께 정책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면서 “남유럽 재정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을수록 지금 금리 인상을 서둘러 향후 금리 (인하) 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조속한 출구전략 시행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와 한은이 지난 1997년과 2004년 두 번의 금융위기에서 학습효과를 얻지 못하고 이번에 또다시 세 번째 위기를 맞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은을 ‘불편한 공범 관계’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좁은 의미의 출구전략 논의에 매달리기보다 한은이 이런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해서,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MB 정부도 위기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산분리 완화 등 잘못된 정책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5월 말로 취임 두 달째를 맞았다.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히 총평을 하다면?
같은 학자 출신이지만, 한은의 품격을 떨어뜨린 것 같아 유감이다. 사실 한은은 더 떨어질 격도 없지만…. 김 총재가 김영삼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알겠지만, 관료들은 겉으로 내색을 안 하지만 어용학자를 가장 경멸한다, 이왕 한은 총재에 임명됐으니 (미국 중앙은행 총재처럼) ‘경제대통령’은 아니더라도 임기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경제를 위해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의 중앙은행 총재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전(前) 정권에서 경제수석과 금통위원을 역임해 한은과 금통위 사정을 잘 알 것 같다. 이번 한은 총재 인사를 앞두고 금융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적임자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만약 현재 한은 총재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MB 정권에서는 한은 총재로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일 것이다. 경제철학이 다르니까. 한국은 1997년, 2004년, 2008년 세 번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처음과 세 번째는 다른 나라와 같이 겪었지만 두 번째는 우리만 당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규모로는 세계 12위권으로 컸지만 이처럼 병에 자주 걸린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중앙은행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위기를 외환·외채·은행·시스템 위기, 네 유형으로 분류한다. 1997년은 외환위기와 은행위기, 시스템위기가 겹쳤다. 당시 원화는 아시아 최악의 통화라고 할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다. 이번 위기는 제2의 외환위기로, 원화 가치가 30% 가까이 떨어졌다. MB 정부는 7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쓰고도 막지 못해,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300억달러의 통화 스와프까지 했다. 한은은 이런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은은 두 번의 위기에서 학습 효과를 얻지 못했다. 정부나 한은이 큰 실수를 세 번이나 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MB와 한은은 불편한 공범 관계에 있다. 한은은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금리 인상 문제보다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김중수 총재 어용학자 되지 말아야
최근 한은의 최대 이슈는 출구전략과 관련된 금리 인상 문제다. 금리 인상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시장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의 적정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한은이 처음부터 금리를 너무 많이 내렸다. 또 위기 이후에는 금리 인상을 이미 2009년 가을께에는 단행했어야 한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지 않았나? 이를 예상했다면 당연히 올렸어야 한다. 한은은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정말 절감했다면, 이성태 총재 재직 중에 단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이지만 7명의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이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 한은 총재가 추천한 1인 등 3명이 금리 인상에 찬성해도, 나머지 4명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미국 레이건 정부 때 FRB 의장이 볼커였는데, 백악관에서 정책금리를 내렸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밝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애초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부 발언으로 마치 정치적 압력에 의해 금리를 내렸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보고, 오히려 금리를 동결했다. 그리고 볼커 의장은 사임했다. 이성태 총재도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정부가 기획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까지 행사한 것은 야만적인 간섭이고, 한은을 유린한 것이다. 총재가 한은을 사랑한다면 정부의 유린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희생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과잉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하지만 최근 상황만 보면 소비자물가는 2%대 안정세가 지속되고, 부동산시장은 오히려 정부가 부양책까지 내놓을 정도로 약세다. 금리 인상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마음에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부동산 가격이 더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건설업체의 이익을 바라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일본의 거품 붕괴 전후 부동산 가격을 비교해보면 우리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이 아직 상당 수준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가격 거품에 대한 평가는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다. 지방의 경우 아파트 전셋값이 매맷값의 80~90%인데, 이것이 정상이다. 서울 강남은 전셋값이 매맷값의 50% 정도인데, 그 차이만큼 거품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거품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저금리 체제를 유지하면 집값을 포함한 자산가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부동산시장 거품을 서서히 빼서 연착륙시키려면 과잉 건설 체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
 
남유럽 위기 번질수록 금리 인상
최근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도 남유럽 재정위기가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 어떤 고려가 필요할까?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재정위기가 남유럽 몇 나라에 국한된다면 정책금리를 천천히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산불처럼 번질 수도 있다. 2008년 3월 미국 베어스턴스가 망했을 때 불과 몇 달 뒤 리먼브러더스까지 무너지면서 전세계로 금융위기가 확산될지 사람들은 잘 몰랐다. 이번 사태도 그 불똥이 전세계로 퍼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남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면밀한 검토 결과 이런 전망이 유력하다면 금리 인상을 서둘러, 나중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남유럽 국가에 대한 우리 채권 금액이 전체의 1%를 조금 넘는 수준밖에 안 된다며 걱정 말라고 하는데, 지난 위기 때도 처음에 비슷한 얘기를 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걱정이다.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출구전략을 펼 수 있는 정책혼합(policy mix) 같은 것은 없을까?
저금리 체제에서 돈 버는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사이에는 지금도 갭이 있다. 이런 스프레드를 줄이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인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덕 보는 사람들이 누구냐? 빚을 많이 진 기업과 부실한 건설사다. 그리고 여유자금이 많은 재벌도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를 선호하는데,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위기가 폭발한 뒤 집값이 폭락하자 가장 많이 피해를 본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던 시민이다. 과도한 저금리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사람, 중산층이 가장 많이 본다.
또 저금리라고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은 여전히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한은의 (중소기업용 정책금융인) 총액대출한도를 늘리는 등의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정책금융 지원
김중수 총재는 내정 때부터 “통화정책을 포함한 모든 경제정책의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와의 협조 노선을 천명했다. 한은을 두고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말이 있고, 시장에서도 한은 총재가 대통령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통화신용정책부 장관’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한은의 독립이 가능한가?
정책금리를 총재 한 사람이 아니라 금통위가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특정한 한 사람에게 의존하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요즘 보면 금통위원 간의 토론이 전보다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위원회를 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금통위는 이웃 일본보다 위상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은 총재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서 독립할 수 있으려면 대통령 스스로 중앙은행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은 총재 임명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나?
필요하다면 한은 총재를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지금처럼 청문회도 거치지 않는 것은 후진적이다. 대통령제에서는 정책 시계가 짧은데, 금리정책은 중·장기적인 시계가 필요하다. 독립된 주체가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한은 스스로도 독립성과 책임성에 대한 확고한 자세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물론 재벌과 같은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금통위원 7명 중에서 순수 한은 출신은 이주열 부총재 1명뿐이다. 금통위의 구성이나 운영 방식에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가?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을 각계 추천으로 임명하는 현행 방식은 한 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모두 대통령 뜻대로 임명된다. 금통위원도 인사청문회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4년인 금통위원 임기를 미국처럼 14년은 아니더라도, 대통령보다는 길게 8~10년으로 늘려야 한다.
 
주식거래 자본이득세 부과
한은의 금융감독권 강화에 정부가 반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금융감독기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다. 한은 독립과 마찬가지다. 금융감독권을 독립된 중앙은행에 부여하는 방안과 금융감독기구를 아예 독립시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중앙은행이 금융감독권을 회수했다. 영국에서도 금융감독권을 중앙은행에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철폐해 금융감독원을 공적 민간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합친 금융위원회를 만든 것은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나라가 창피한 일이다. 금융위기를 맞아 한 손으로는 금융 완화  정책을 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실 금융회사에 대해 엄격한 감독 정책을 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MB 정부 2년은 너무 개악이었다. 금융위를 신설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제대로 돌려놓는 것만 해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국제적으로 은행세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은행세가 도입되면 은행 경영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반대한다.
은행의 투기성 위험자산에 대해 누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외국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같은 개방경제는 외환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일부 부담이 전가될 수 있지만, 이는 금융 안정 유지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리고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Tobin’s tax)도 도입해야 한다. 다만 은행세 도입에 앞서 먼저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완화된 금산분리를 제대로 돌려놓는 것이고, 둘째는 파생금융상품과 주식거래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증시 육성이라는 1960~70년대 논리로 미뤄왔는데,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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