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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원 둘러싼 싸움
[Network Research]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매년 되풀이되는 양상이지만, 2011년 법정 최저임금(2011년 1월1일∼2011년 12월31일까지 적용)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시간당 411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5180원으로 26% 올리자는 단일 요구안을 내놓고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되고 임금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국가가 경험하는 일이다. 정부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는 임의주의 전통이 강한 영국이 1999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실시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많은 사람들은 최저임금제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늘 반대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일자리를 파괴한다”며, 최저임금제의 도입 내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오랫동안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돼왔다. 이론과 실증분석 두 측면에 걸쳐 지금까지의 논쟁을 살펴보자.

   
임태희 노동부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4월2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번째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파괴해?

먼저 최저임금이 고용을 축소시킨다는 신고전파 모델을 살펴보자. <그림1>에서 노동공급 곡선(SC)과 노동수요 곡선(DC)이 만나는 점(A)에서 임금(W1)과 고용(L1)이 결정된다. 그러나 W1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최저임금(W2)이 정해지면, 임금은 ‘W2-W1’만큼 증가하고 고용은 ‘L1-L2’만큼 감소한다. 최저임금은 취업 중인 노동자에게는 임금 인상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노동자에게는 일자리 상실을 초래한다.
그러나 <그림1>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최저임금이 반드시 고용 감소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설령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사회적 손실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첫째, 최저임금으로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노동수요 곡선의 탄력성이 1보다 작으면, 임금 인상 효과가 고용 감소 효과를 상쇄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증가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노동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더욱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임금 이외의 비용을 줄이거나, 이윤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한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
둘째,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모든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에만 영향을 미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4천원에서 4천5백원으로 오르면, 지금까지 4천원을 받던 사람들은 영향받지만, 5천원을 받던 사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는 미숙련 노동자, 특히 10대에 집중된다. 그러나 설령 10대에 부정적 고용 효과가 있더라도, 반드시 실업률이 증가한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 일자리를 잃은 10대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대신 중단된 학업을 계속한다면, 그리고 10대의 줄어든 일자리를 가족 부양 의무를 짊어진 성인이 대신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모두 완전경쟁 노동시장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노동시장은 매우 이질적인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유사한 노동이더라도 현저한 임금격차로 특징지어진다. 이에 따라 수요독점 모델, 효율임금 가설(기업이 시장균형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한다는 설명) 등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는데, 이 이론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오히려 고용이 증가한다’라는 명제를 제시한다.
수요독점 모델에서 최저임금의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그림2>가 수요독점 노동시장이 아닌 완전경쟁 노동시장이라면, 노동의 한계수입생산 곡선(MRPL)은 노동수요 곡선이 돼, 노동공급 곡선(SL)과 만나는 C점에서 임금(W2)과 고용(L2)이 결정된다. 그러나 수요독점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의 한계수입생산 곡선과 한계비용 곡선(MCL1)이 만나는 점에서 고용이 결정되고(L1), 임금은 노동의 한계수입생산과 일치하는 W3이 아닌, 이보다 낮은 W1에서 결정된다. 즉, 수요독점 노동시장에서 임금과 고용은 경쟁적 노동시장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W1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W2)이 결정되면, 노동자 임금은 W2로 증가하고, 고용은 ‘L2-L1’만큼 증가한다. 물론 고용이 무한정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W2~W3 사이에서 결정되면 고용은 원래 고용 수준인 L1보다 증가하지만, 최저임금이 W3을 상회하면 고용은 L1보다 감소한다.

최저임금 오르면 생산성 향상
수요독점 모델과 관련해 “수요독점이란 원래 특정 노동시장에서 오직 하나의 기업이 노동의 구매자인 경우를 말한다. 독과점기업이 담합해서 유일한 구매자인 것처럼 행동한다든가, 탄광촌에 광산이 하나만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시장은 일반적으로 생산제품의 대체 가능성이 높고, 유사한 노동자를 고용하며, 특히 소매상인 경우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어 매우 경쟁적인 노동시장이다. 저임금 노동시장에 수요독점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수요독점 모델 쪽에서는 “만약 기업에 대한 노동공급 곡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우상향(右上向)한다면, 그리고 기업이 그들이 지급하는 임금에 대해 얼마간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러한 기업에 대해서는 모두 수요독점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영미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10대 청소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초기 실증 분석 결과를 요약한 브라운 등은 “시계열 분석 결과 최저임금이 10% 인상되면, 10대는 1~3%, 20대 초반은 1% 미만 고용이 감소한다”(1982)고 하고, 레이놀드는 “실증분석 결과 10대를 제외한 다른 집단에서는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 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1988)고 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 인상은 10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러한 명제는 도전받게 된다. 미국에서 카드와 크루거는 자연실험 방법을 사용해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州)와 인상하지 않은 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10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1995)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마신과 마닝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가 없거나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최저임금 하락은 임금격차만 확대시켰을 뿐 고용이 늘어난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1994)고 했다.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뉴마크는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카드는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채프먼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최저임금은 고용 증대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조건 개선에 목적이 있다. 실증 분석 결과의 차이는 노동경제학자에겐 흥미로울지 몰라도 정책 입안자나 저임금 노동자에겐 흥미로울 게 없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저임금 산업에 부정적 고용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는 정책적 함의는 동일하기 때문이다”(2004)고 결론짓고 있다.

   
 
소득분배 구조 개선 효과

1999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실시한 영국의 저임금위원회는 2003년 최저임금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첫째, 최저임금은 기업이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100만 저임금 노동자에게 혜택을 준다. 특히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 연소자, 소수민족에게 혜택을 준다. 둘째,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 효과를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수혜자 집단에서 고용 증가율은 평균치를 상회한다. 연소자는 예외적으로 미세한 부정적 고용 효과가 발견되지만, 청소년 노동시장은 주로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다. 셋째, 최저임금 도입은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지 않았고, 단위노동 비용 증가도 가져오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1년 ‘최저임금의 효과’에 관한 선행 연구들을 종합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첫째, 이론적·실증적으로 최저임금의 고용 효과에 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정 최저임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부분적으로 이견은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이 높을수록 연소자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여성이나 파트타임 등 다른 집단에서는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 효과를 발견할 수 없다.
둘째, 최저임금은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새로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던 사람들은 임금이 인상되고, 이보다 얼마간 높은 임금을 받던 사람들도 간접효과 때문에 임금이 인상된다. 이는 최저임금이 노동자에게 공정임금을 보장해 형평성을 제고하는 데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은 연령·남녀 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임금 불평등이 낮고 저임금 계층 비율도 낮다.
셋째, 최저임금은 노동자 가구의 빈곤을 축소하고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한다. 그러나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면 그 효과가 줄어든다. 빈곤 가구 가운데 취업자가 한 사람도 없는 가구가 있고, 최저임금 수혜자의 부모가 중산층 이상인 가구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곤을 해소하는 데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좀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장려세제는 국가재정이 소요되고 저임금 노동자를 ‘빈곤의 덫’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제와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증분석 “고용감소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사게트는 남미·아시아·아프리카 20개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실증 분석한 뒤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첫째,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다고 해서 비공식 부문이 증가하거나 고용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노동시장 경직성, 특히 임금 경직성은 남미 국가에서 비공식 부문이 증가한 주된 요인이 아니다. 둘째, 1인당 국민소득, 제조업 평균임금 등을 통제하더라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빈곤율이 낮다.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빈곤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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