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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차,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Focus]변화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 - ① 인도는 '조정 중'
[18호] 2011년 10월 01일 (토) 쿠샨 미트라 economyinsight@hani.co.kr

쿠샨 미트라 Kushan Mitra <비즈니스 투데이> 기자

   
2010년 1월5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에서 한 모델이 이탈리아 피아트의 차량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R. C. 바르가바(76)는 무늬 없는 흰색 벽지를 한참 쳐다보다 고개를 저으며 “글쎄요” 했다. 큰 키에 야윈 모습인 엄격한 성격의 바르가바는 쉽게 당황하는 사람이 아니다. 1956년 IAS(인도 고위공무원단)의 일원이 되어 1981년 여름 마루티스즈키(당시 마루티우디요그)에 고위 공무원으로는 세 번째로 입사해 이직을 꿈꾸는 관료들의 롤모델이 된 그는 많은 난관을 헤쳐온 베테랑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자동차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 그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투자를 줄일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바르가바가 회장으로 있는 마루티스즈키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마루티스즈키는 세 번째 제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그에 따라 구르가온과 마네사르에 공장이 있는 하리아나에서 구자라트로 거점이 이동될 것이다. 또한 지난 8월 중순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자동차 스위프트(Swift)를 필두로 내년 말까지 최소 3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영원한 동맹 없는 자동차업계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난관에 처해 있다. 자동차의 월간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지난 3~6월의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2010년 같은 기간의 30%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7%에 불과했다. 마루티는 6월의 판매 증가율이 4%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과거 10년 동안 가장 낮은 것이다. 이 회사는 4~6월의 순수익이 18%라고 발표해 주식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이 증가율의 대부분은 다른 수익에 의한 것이다.
마루티는 최근 7월28일의 파업을 포함해 노사문제로 애먹고 있다. 노사문제는 현대에 자주 발생하며, 혼다와 제너럴모터스 같은 다른 자동차회사에서도 발생한다.
휘발유 가격은 1년도 안 돼 뉴델리에서 1ℓ당 45루피에서 65루피로 상승했다. 인도에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4대 중 3대가 휘발유 차량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작지 않다. 디젤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또 강철·고무·플라스틱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여기에 인도 중앙은행(RBI)의 두부리 사바라오 총재는 지난 7월26일, 2010년 3월 이후 11번째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프라나브 무케르지 재무부 장관은 금리 인상이 더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판매되는 자동차 3대 중 2대는 금융회사의 대출을 받아 판매되기 때문에 이런 소식은 구매자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카를로스 곤은 몇 년 전 닛산모터를 인수해 르노를 단일 최대 주주로 만들면서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등장했다. 이 프랑스인은 타타선스의 라탄 타타 회장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인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인도 제조산업에 경의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낮은 원가로 실현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시점은 타타모터스가 전세계에 2천달러라는 놀라운 가격의 차량 나노를 출시하기 직전이었다.
타타모터스가 2008년 1월 자동차 전시회에서 이 소형차를 선보인 뒤, 르노는 나노와 경쟁할 수 있는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바자지오토와의 제휴를 발표했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이 값싼 자동차로 바꿔 탈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구매자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도의 소형차 시장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 제휴관계의 미래를 예측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카를로스 곤은 냉정한 답변을 내놓았다. “제휴는 마치 결혼생활과 같습니다. 누군들 확실하게 영원히 반려자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 장밋빛 전망 속에서 그의 말에 귀기울인 사람은 적었지만, 그의 말이 옳았다. 르노는 현재 개발 중인 바자지의 자동차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자체 소형차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나노의 판매량도 현재 월평균 7천 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지난해 11월 월 판매량 500대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매달 거의 250만 대에 이르는 오토바이 판매량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현대가 i20 생산기지 일부를 인도에서 터키로 이전하는 등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의 생산기지 이전은 첸나이 공장의 생산용량 제약과 노사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또 바자지는 오토바이 생산기지 일부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서유럽의 경기침체가 주요 시장에 영향을 줘 자동차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생산량의 절반이 수출용인 닛산미크라는 지난 4~6월 2만2500대의 차량을 해외에 판매했다. 이는 인도 내에서 판매한 4400대보다는 괜찮아 보이는 수치다. 그러나 인도가 10년 안에 전체 경제 규모 중 제조업 비율을 14%에서 25%로 높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나쁜 조짐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을 유치하고 활성화하려면 낮은 비용의 노동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노동력은 총제조원가의 10∼20%에 불과하다. 로스차일드의 자동차 담당 상무이사이자 전세계 책임자인 비카스 세갈은 자동차 산업의 성공요인으로 5가지 요소를 꼽는다. △사람(노동력) △돈(자본) △자재(입력) △물질(에너지·물) △관료(정책)다. 세갈은 “인도는 첫 번째 요소는 좋은 점수를 받지만, 나머지 4개 요소는 형편없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은 자신들의 생산기지를 유리한 요소만 보고 이전하지 않는다. “낮은 비용의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모든 자동차는 우간다에서 생산될 것이다.” 세갈의 말이다.
인도 노동력이 값싼 편이라고 하지만, 반면 기술이 뒤떨어지고 호전적이기까지 하다. 뉴델리 교외의 그레이터노이다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사장이 피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도에서 진출한 다국적기업은 주로 인도 내의 수요를 겨냥해 공장을 건설한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인도에 글로벌 공장을 세우려는 다국적기업은 거의 없다. 인도에서 자동차가 생산되는 유일한 이유는, 높은 수입관세 때문에 해외 업체가 인도 내수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도 국내 시장이 현재 침체돼 있다는 사실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구매자 고통 커져
   
지난 6월29일 인도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시에서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릭샤’라는 삼륜차 뒤에 매달려 집으로 가고 있다. 인도 자동차업계에서는 값싼 자동차가 이런 삼륜차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이 최근 금리의 50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25bp를 예상한 자동차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뉴델리의 마투라로드에 위치한, 인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영업당담 이사 아르빈드 삭세나는 낙담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삭세나 이사는 “중앙은행은 주로 인플레이션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번 조처로 자동차 구매자가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조처는 자동차 구매자들에게는 고통이다. 자동차 구매자가 내야 할 이자는 2010년 말 10%에서 15%로 인상됐을 뿐만 아니라, 5년 동안 50만루피에 대한 평균 월할부금은 1만600루피에서 1만1900루피로 상승했다. 은행들 또한 자금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도 올라 한 달에 1500km를 주행하는 사람이 내야 할 연료비는 km당 연비가 14ℓ라고 가정할 때 거의 2천루피까지 상승했다. 인상된 이율로 이자를 내는 새로운 자동차 구매자의 경우 가계 예산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제품을 스쿠터에서 오토바이로 전환해 회사를 성공적으로 변환시킨 바자지오토 상무이사 라지브 바자지는 긍정적 의견을 제시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침체 상황은 ‘일상적인 사업주기’에 불과하다. 바자지오토가 중국에 진출하기로 한 결정도 인도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국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디젤 연료 가격은 최근의 가격 인상 뒤에도 도시에 따라 휘발유보다 ℓ당 20∼25루피 저렴하다. 그 외에 디젤 기술의 장점에 따라 같은 양의 연료로 휘발유 자동차보다 20~30% 더 달릴 수 있고,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줄여 휘발유 자동차에 근접하는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그 결과 디젤 자동차가 휘발유 자동차보다 어떤 경우 10만∼15만루피 이상 고가임에도 디젤 자동차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 달에 디젤 자동차를 1500km 운행하는 사람은 연료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3년6개월 안에 10만루피를 회수할 수 있다.
디젤과 휘발유 연료를 사용하는 마루티 모델은 새로운 구매자의 90%가 디젤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삭세나 이사는 최근 출시한 베르나 수요의 75%가 디젤 자동차라고 했다.
이 때문에 휘발유 자동차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 난관에 처했다. 디젤 제품이 없는 혼다는 폴크스바겐의 벤토 디젤과 마루티의 SX4 디젤 자동차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그 이전까지 이 분야의 최고 제품이던 시티 세단의 가격을 인하했다. 그러나 월간 판매량은 6천 대로 준 반면, 벤토의 판매량은 7700대다. 1년 전 혼다 시트의 월간 판매량은 1만 대에 가까웠다. 벤토 디젤 자동차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폴크스바겐은 휘발유 모델에 대한 대출금에 6.99%의 우대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그룹 대표인 존 채코는 “연료 가격의 이런 불균형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도 정부의 정책에는 명확성이 부족하다. 연료 가격에 대한 인도 정부의 명확한 정책을 기다리는 바람에 디젤 자동차 분야에 늦게 진입한 마루티는 향후 어떤 곳에 투자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바르가바 회장은 “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지위에 있고 싶지 않다. 정책이 변화할 경우 빛 좋은 개살구만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또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량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강철과 고무의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기 때문이다.

인도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
   
포드자동차의 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 담당 임원인 조 힌리치(왼쪽)와 인도 구자라트주의 주임장관 나렌드라 모디가 지난 7월28일 협력협정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이 완전히 붕괴돼 침체된 것은 아니다. 자동차회사들은 선진국에 비해 인도에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어떤 회사의 고위 임원은 이런 현상을 ‘이상한 일’ 이라 분석한다. 또 인도가 글로벌 허브로 부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도를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체들이 중고 자동차를 인도로 수입하던 때와는 완연히 다른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가 최근 출시한 엔진인 디젤 비트(Beat)는 방갈로르 소재 기술연구센터에서 개발됐다. 또 다른 미국 기업인 포드는 지난해 인도 시장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피고(Figo)를 출시했다. 이런 동향은 도요타의 에티오스와 리바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까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성장할 것을 목표로 하는 폴크스바겐은 전세계 시장에 앞서 인도를 겨냥해 폴로 해치의 세단 버전인 벤토를 출시했다.
또 자동차 판매량은 줄지만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인도자동차협회(SIAM)의 상무이사 비시누 마투르는 “우리는 예상 판매 성장률을 20%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인도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어느 정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삭세나처럼 마투르도 자동차 할인판매 기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자지는 낙관적이지만 현재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따라서 예측한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대신 기업은 빠른 적응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포드의 한 고위 임원은 장기간이긴 하지만 예측을 꺼리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인도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은 200만 대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자동차 판매량이 9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포드는 이 고위 임원이 예상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포드는 나노가 공급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구자라트의 사난드에 400억루피의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 Business Today·번역 이해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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