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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Editor's Review]
[18호] 2011년 10월 01일 (토) 김보근 economyinsight@hani.co.kr

김보근 편집장·경제학박사  

미국 공화당은 그것을 ‘계급전쟁’이라고 불렀다. 지난 9월19일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버핏세’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의 ‘슈퍼 부자’ 워런 버핏의 이름을 딴 이 세금은 연소득 100만달러가 넘는 미국의 최고 부유층 45만 명에 대한 과세 강화를 뼈대로 한다. 공화당이 이 안에 대해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단어를 써가며 반대하는 것은, 그만큼 버핏세가 부자들에게 실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틀렸다. 아무리 세율을 높였다고 해도, 정부의 증세 방안을 놓고 전쟁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 특히 지금과 같이 많은 나라에서 ‘가난한 정부’를 경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 30년 동안 정부는 부자들의 가장 다정한 친구였다. 이 기간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부자들에게 ‘감세’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그 30년 동안 부자들은 더욱 부유해졌지만, 자신에게 많은 혜택을 준 나라는 가난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워런 버핏을 비롯한 미국의 슈퍼 부자들처럼 “세금을 더 걷으라”고 직접 나서는 것이 오히려 ‘오랜 친구’의 도리다.
사실 ‘진짜 전쟁’은 부자들이 스스로 증세 목소리를 내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의 도널드 레이건 정부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정부가 본격적으로 감세를 추진하기 이전까지 부자들은 높은 세율로 세금을 냈다. 레이건이 집권할 때 미국의 최고 세율은 75%에 이르렀다. 복지를 중요시하는 유럽의 당시 세율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높은 세율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혁명적 상황을 거치면서 부자들이 얻은 지혜다. 자본주의 초기 부자들이 거칠게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극한적 상황에 처하게 된 노동자들은 체제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혁명을 꿈꿨다. 실제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혁명을 경험했다. 혁명을 경험한 부자들은 높은 세금을 내놓음으로써 ‘자본주의’를 지키게 됐다. 높은 세금은 부자들 자신과 체제를 지키는 중요한 수호 기제인 셈이다.
하지만 세계가 다시 불안정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시행된 감세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호 커버스토리에서 부자들의 증세를 ‘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평가했다.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은 그에 합당한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이 말이 스스로 증세를 외치는 부자들에게 걸맞은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그 누구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속에 그들이 다시 존경받을 수 있는 비결이 담겼기 때문이다.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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