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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논쟁과 사회적 후생
[김국현의 IT 인문학]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김국현 economyinsight@hani.co.kr

경제란 늘 유한한 자원, 즉 희소성과의 싸움이다. 그렇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른바 ‘스마트 시대’를 가능하게 해준 인터넷도 유한하기에 희소한 자원 중 하나였나 보다. ‘밴드위스’(Bandwidth), 그러니까 정보가 흐르는 대역폭에는 최대 너비란 한계가 있다. 물론 이 폭이 기술혁신으로 무한히 늘어만 갈 것이라는 낙관이 정보기술(IT) 업계를 움직이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당장의 수요를 둘러싼 경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인터넷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TV와 인터넷 속도, 그리고 망중립성
   
인터넷의 연결망 지도(2005). 각 점은 아이피(IP) 주소를, 점을 잇는 선은 컴퓨터의 연결선을 나타낸다.
망을 운영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어온 망사업자(통신사 SK, KT, LG)와 그 망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구축해온 서비스업자는 오랫동안 옥신각신해왔다. 망사업자 처지에서는 동영상 중계도 마다하지 않는 네이버나, 자사의 문자·통화 서비스를 침식하는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이 반가울 리 없다. ‘무임승차’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급기야 첨예한 전선을 스마트TV 제조회사에까지 확대해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시끄러웠던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쟁이다. 예를 들어 옆집이 오늘 스마트TV를 구매해 갑자기 우리 집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다고 치자. 원래 속도로 돌아가려면 설비 증설이 필요하다. 자,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인가? 옆집 아저씨? 여러분? 망사업자? 스마트TV 제조회사? 콘텐츠 사업자? 지금 당장 누군가가 분담해야 할 돈이 걸린 일이다. 따라서 쉽지 않은 논쟁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망중립성 논의가 생겨났다는 것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라는 증명이다. 왜냐하면 ‘중립’이라는 가치판단은 적어도 모든 당사자가 같은 공간에서 동등한 기회를 바라볼 때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이 일종의 ‘네트워크 아파르트헤이트’가 자행돼온 상황에서는 논의의 전제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망사업자가 망 자체의 임대료 말고 그에 기반한 부가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이윤을 확대해온 지역에서는 망 중립을 이야기하기 전에 망 개방이 시급했다. 특히 무선 인터넷은 스마트폰이 등장해 망을 해방해주기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망사업자의 폐쇄망이었고, 기존 인터넷과는 분리돼 운영되는 공간이었다.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을 자사 서비스와 그에 영합한 유통 단말, 그리고 위피(WIPI)라는 비표준적 플랫폼으로 차단해온 비상식의 역사가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자사의 무선 인터넷으로 접속하기 위한 버튼이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잡았고,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망사업자의 가치사슬을 통해 과금됐다. 망사업자로서는 톨게이트를 통한 최적의 불로소득이 가능한 좋은 시절이다. 적어도 스마트폰이니 스마트TV니 이런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은 이 폐쇄망이 해방됐다는 증거다.

망사업자에게는 아직 불리한 여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망중립성 논의가 일어날 때마다 여론은 망사업자에 대한 극심한 반발로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많이 해먹었는데 왜 또 기회 창출을 막느냐는 것이다. 일견 타당한 주장이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기회를 차단한 과거의 전과가 있고, 인터넷이 기득권 바깥에서 이뤄진 혁신에 의해 성장해왔기에 이를 저해하는 모든 세력은 불순하고 불합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방송통신위 등 정부 부처 일각에서 그나마 망사업자 편에 서서 이야기해주는 이유는 사회 전체의 후생 때문일 것이다. 망사업자의 과거가 어쨌든, 망사업자들이 주장하는 ‘무임승차’가 실제로 일어날 경우 설비투자 감소와 최종 소비자로의 부담 이전이 발생할 수 있기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합리적 반론마저 ‘망사업자가 카카오톡마저 막으려고 한다’는 (망사업자 주장에 따르면) 출처 불명의 루머로 불거진 해프닝 덕분에 여론의 외면을 받고있다. ‘괜히 연기 나는 굴뚝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새 혁신을 막을 기회만 호시탐탐 찾는 ‘기득권’의 이미지가 망사업자에게 생긴 것이다. 세론은 망사업자에게 불리한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망중립성 논의는 일방을 매도할 만큼 명료한 토픽은 아니다. 이 논의에는 두 가지 이해관계가 녹아 있다. 하나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측면이고, 또 하나는 시장 규제에 대한 관점 차이다.
먼저 밥그릇 싸움을 살펴보자. 망중립성의 양쪽 벤치는 망사업자와 망사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최근 국내에서 결성된 친(親)망중립성 단체인 ‘오픈인터넷협의회’(OIA)에 구글·네이버·다음 등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이 들어왔지만, 모회사가 통신사인 파란과 SK컴즈가 빠진 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아무리 공평함과 자유를 이야기하더라도 이 논의의 뒤편에는 ‘자사 이익 우선’이라는 의도가 있다. 만에 하나 통신정책이 이들에 분담을 요구하게 된다면, 새로운 기회는커녕 당장 장부상 엄청난 이익 감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이 적정선에서 타협이나 합의를 감행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구글과 통신사 버라이존이 적어도 무선망에 대해서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여론이 발끈했다. 그 이유는 이런 숨은 어젠다를 소비자가 알아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망중립성 자체가 ‘시장 규제’라는 점이다. 망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것이 설령 평등을 지향하더라도 체제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기에 인위적 규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 내부에서 해소될 수 있는 일인데도 이에 대해 추가 규제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즉,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사업자의 행위에 개입하는 게 옳으냐는 점이다. 우리는 그 폐해를 너무 많이 목격해왔다. 망중립성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적어도 네트워크가 열려 하나의 시장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는 뜻이다. 망 사이에 치사하게 벽 쌓는 일을 분쇄하는 것은 정부만이 풀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 벽이 스마트폰 열풍에 의해 거의 사라진 지금, 시장이라는 자정 기능이 있는데 굳이 정부가 입법 조치를 포함한 강제권을 발동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폐쇄 네트워크로 망사업자가 자신의 가든을 만들고 그 안에서 태평성대할 수 있는 시절에도 방관자였던 정부가 왜 이제 와서 난리냐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중립성 대 망편파성’이 아니라 ‘망중립성 규제 대 망중립성 자율’의 대결로 볼 수 있다. 그럴듯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시장 중시 관점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조건은 모든 망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이 상식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식이 아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전파를 포함한 기존 설비를 ‘닫힌 망’으로 운영해 수익을 내려는 의도는 명백히 반(反)인터넷이다. 또 다른 조건은 우리가 충분히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연 두 조건은 충족되고 있는가? 이상적인 시장에서라면 어떤 망사업자가 얼토당토않게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 손님이 즉각 끊기고 급기야 경영 위기에 봉착할 것이고, 그 자리는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경쟁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거나, 경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면 어떻게 될까? 독과점 폐해가 고스란히 나타날 것이 뻔하다. 훼손된 중립성은 공고화되고, 우리는 마지못해 종량제를 써야 할지 모른다. 망사업자의 유관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인터넷 속도가 엄청 느려질 것이다. 그럼에도 옮겨갈 다른 곳은 없다. 경쟁이 자유롭지 않다면, 특히 사업자가 과점인 상태에서는 담합이 쉽게 판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의 논의는 이처럼 당장의 비용 분담이라는 발등의 뜨거운 불을 참으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를 논의해야 하는 서커스다. 
goodhyu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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