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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판 제압할 최고 무기는?
[Emerging]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모니터 그룹 프로젝트팀ㆍ비즈니스투데이 기획팀 economyinsight@hani.co.kr

모니터 그룹 프로젝트팀ㆍ비즈니스투데이 기획팀

지금까지 인도 홈비디오 시장은 여러 회사가 조각조각 나눠먹었다. 2007년 이전까지 어떤 회사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없었다. 유통 역량도 없고 다양한 언어에 기반한 콘텐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적판이 횡행해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었다.

‘합법적’인 업체들은 해적판보다 품질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정용 VCD나 DVD를 높은 가격에 팔았다. 그 결과 수익 창출 채널을 만들 수 있다. 인도의 홈비디오 시장은 미국 시장과 비교할 때 영화산업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적었다. 많은 소규모 기업이 사실상 이와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혁신의 잠재성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기존 질서에 도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기업이 그러한 용기를 갖춘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 2위의 광학 공디스크 제조업체 모저베어(Moser Baer)는 기존 질서에 맞서기로 했다. “우리는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그 누구도 펴지 않던 전략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라툴 푸리 모저베어 이사의 설명이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나는 블루오션이야말로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딱 들어맞는 전략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인도 광학 공디스크 제조업체 모저베어의 라툴 푸리 이사.

박리다매·품질혁신 병행
델리에 위치한 모저베어는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조 역량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디스크의 기술적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조 역량은 곧 시대에 뒤처지고 과잉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CD와 DVD라는 일용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사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모저베어는 현재 사업 이상으로 확장시킬 혁신 수단을 찾던 끝에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경쟁력 있는 신규 모델을 접목하기 위해 모저베어는 네 가지 측면에 집중했다. 즉, 제조 및 기술 역량의 재적용,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빠르게 움직이는 소비재’라는 뜻으로 구매 주기가 짧은 저가 생활용품을 가리킨다. 개당 이윤은 적지만 대량 판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역자)나 소비재 생산기업의 유통 역량 구축, 콘텐츠 확보 및 활용, 분명한 가치 제시를 통한 지속 가능한 브랜드 구축 등이다.

모저베어가 홈비디오 분야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건 기술 때문이다. 모저베어가 시장에 뛰어들기 전, VCD와 DVD 시장에는 두 가지 가격대밖에 없었다. 합법적인 콘텐츠가 담긴 디스크는 한 장에 300~500루피(약 7천~1만2천원)인 데 반해, 해적판은 30~40루피(약 1천원)면 구할 수 있었다. 모저베어는 선도업체가 내세우는 가격보다 80%까지 낮춘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VCD와 DVD를 생산해 ‘가격이냐 품질이냐’ 하는 딜레마를 해결했다. 소비자는 항상 품질이 좋은 상품을 원하게 마련이지만, 특히 인도 소비자는 품질이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한다. 모저베어 쪽에서 저렴한 가격이란 곧 많은 판매량, 그리고 더 강력한 사업 타당성을 의미했다. 모저베어의 전략은 높은 이윤을 붙여 소량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판매 방식을 박리다매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적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경쟁 기반을 바꾸는 거였다.

그러나 이런 변화 시도가 모저베어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광학미디어 업체에 쉬운 것은 아니었다. DVD나 VCD는 공디스크를 만드는 회사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디스크에 든 영화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푸리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상품에 브랜드를 붙여 파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와 영화 두 가지를 동시에 팔아야 하죠. 소비자가 그냥 영화가 아니라 ‘모저베어 디스크에 담긴 영화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성공을 거둘 수 있던 것은 훌륭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경쟁자가 따라잡게 마련이므로 월등한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그칠 수는 없다. 따라서 혁신 유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광범위한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모저베어는 최고의 FMCG 기업들로부터 인재를 채용해 홈엔터테인먼트에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모저베어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하리쉬 다야니 회장은 “DVD 가격이 초콜릿 가격과 비슷하다면 초콜릿을 파는 가게에서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전거 카트에 베스트셀러 35편 정도를 싣고 다니는 것도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새로운 전략이었다.

   
 
1천원에 영화 3편

모저베어는 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굳건히 하려면 콘텐츠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 뒤, 모저베어는 힌디어와 14개 지방 언어로 된 영화 1만 편(인도에서 만들어진 전체 콘텐츠의 절반 이상)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했다. 또한 UTV(인도 최초의 통합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역자)같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체와 제휴해 극장 개봉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홈비디오 제품으로 배포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콘텐츠 세대에 진입한 모저베어는 교육 및 종교 분야 콘텐츠를 가정용 DVD로 제작해 판매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모저베어는 고품질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확실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었다.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8년 말 공DVD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자 해적판 디스크 한 장에 영화를 더 많이 넣어 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 모저베어 처지에서는 디스크마다 콘텐츠를 더 많이 넣으려면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한 혁신에 돌입했다. 고급 취향의 소비자를 겨냥해 발리우드의 슈퍼스타 샤룩 칸의 영화 6편을 담은 ‘샤룩 칸 패키지’ 등 컬렉션 상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농촌 지역 시장을 공략하고 해적판을 따돌리기 위해 3편의 영화를 27~30루피(약 1천원)에 판매하는 ‘슈퍼 DVD’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푸리 이사는 “시장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거기에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모저베어는 몇 년 만에 홈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영화 VCD의 평균가격은 125루피에서 25루피로, DVD는 250루피에서 50루피로 대폭 낮아졌다. 영화산업 전체 수익에서 홈엔터테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8%에서 20%로 크게 증가했다. 모저베어의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현재 모저베어 그룹의 전체 수익 234억4천만 루피(약 5942억원)의 10%를 차지하며, 5만 개 판매점과 400개 이상의 배급망을 갖춘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 Business Today
번역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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