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In-Depth
     
네 갈래 불길이 합쳐진 위기
[In-depth]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economyinsight@hani.co.kr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 부국장

   
 
은행 붕괴, 국제 금융시장의 불균형, 양극화를 부르는 성장 모델의 한계, 환경문제 부상 등 세계경제 위기의 네 가지 측면은 서로 대별되지만 또한 서로 연계돼 있다. 그리고 각각의 측면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 오늘날 세계경제 위기는 자본주의의 역사상 한 획을 그을 만한 것인가? 1873년의 세계경제 위기는 처음 진행된 교역의 세계화를 종식시키고 장기간에 걸친 경기후퇴와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낳았다. 1929년의 세계경제 위기와 뒤이어 발발한 대공황은 노동자에게 잉여 생산성의 재분배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었다. 두 경제위기는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경제위기도 이 같은 대격변을 불러올 만큼 파장이 큰 것일까? 아니면 풍요로운 열광의 시기와 그만큼이나 커다란 환멸의 시기가 교대되는 금융의 역사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낱 사건에 불과한 것일까? 후자가 맞다면, 지금의 규범과 협약 그리고 제도에 이번 사태의  교훈을 여유롭게 흡수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규모로 볼 때,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는 자본 축적과 통제 방식의 근본적인 와해로 해석된다. 1990~2000년의 일본, 1997~98년의 아시아 국가와 그들의 뒤를 이은 신흥국, 2000~2002년의 정보기술(IT) 거품 등 세계 금융위기들은 지금 위기의 전조였다. 달리 말하면, 지난 20세기 후반 수십 년간 정착된, 자본화·세계화한 세계경제의 성장체제가 자신의 안정적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에 근거해서, 결코 서로 별개일 수 없는 네 가지 차원을 통해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를 진단할 수 있다. 각각의 위기 유형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특징지어지며, 해결 방안으로 모든 정부의 분명한 행동과 다차원적 개입을 촉구한다.
 
1. 은행의 위기
은행의 위기는 무엇보다 상환 능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위험군에 대한 대출인 서브프라임 대출시장에 은행이 과도하게 나선 결과다. 이러한 행태는 주택담보채권의 유동화(MBS·주택저당증권)로 가능했으며, 이로써 은행들은 위험을 금융 시스템 속에 확산시킬 수 있었다. 1년6개월 전부터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악화시키고 은행간 불신을 조장했다. 이로 인해 은행간 거래가 얼마나 경색됐는지는 은행의 자본조달이 지금도 여전히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2. 세계금융 위기
지난 10년간 세계경제의 성장은 무역 당사자 간 불균형 심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무역 흑자를 기록한 신흥국은 선진국에 자금을 조달해주었다.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은 한편으로는 막대한 외환을 보유한 ‘슈퍼 생산국’인 신흥국과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의 ‘최종 소비국’인 선진국이었다.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세계경제의 성장 방식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풍부한 유동성은 지렛대 효과를 낳는 자양분이 돼,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의 수익이 대출 비용보다 구조적으로 웃돌았으며, 그 결과 투기가 조장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 세계금융 위기는 일본의 만성적인 경제 불황에 따른 불균형의 확산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불황의 중심에는 과도한 가계저축이 있는데 수익률이 어찌나 낮은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더 높은 수익성을 좇던 일본 투자자는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해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이러한 부(Wealth)의 효과는 자본화 시스템을 갖춘 나라의 국민이 그동안 준비한 은퇴자금을 과대평가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경제 불황이 미국의 저축률을 저하시킨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인구통계학적 비율을 보면 노년 가계의 저축률 상승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 그러면 국내 소비를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될지 모른다. 따라서 신흥국의 대대적인 국내 소비 확충만이 세계적 차원의 수요·공급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불평등한 경제성장 유형의 위기
미국을 위시한 소득 불균형이 대출 위기를 촉발한 기폭제가 됐다. 1970년대 이래 미국 하위 20% 가계의 소득은 절대적 수준이든, 다른 가계와의 상대적 기준이든 정체돼왔다. 하위 20%의 실질소득이 10년 동안 연평균 0.2% 상승에 그친 반면,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4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또한 고소득 가계 중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년 전인 1929년 세계경제 위기 발발 때의 비율과 맞먹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비숙련 노동계층의 물질적 여건의 상대적인 악화는 우선 노동조합의 약화와 서비스 산업의 발달 같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거인이 된 신흥국의 시장 확대와 비숙련 산업노동자의 양산은 1990년 이후 남반구의 상대적 장점을 더욱 부각시키고 북반구의 소득 불균형을 더욱 부채질했다.
현 위기의 중심에는 미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소득 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이다. 자신에게 돌아갈 부가가치의 분배 몫이 줄어들었음에도 비숙련 또는 반(半)숙련 가계는 그들의 부동산과 주식이 상승세를 타자 그만큼 부유해지고 있다는 환상에 젖어 빚을 내 소비수준을 유지해왔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주식가치의 극대화를 기본 축으로 삼는 경영기법의 중심에는 위험 분산과 상대화란 원칙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금융기관의 특기다. 이 원칙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대기업은 외부화·하청화 같은 구조조정의 모든 방식을 도입했고 이는 일자리에 대한 전방위적 유연성, 즉 고용불안을 가중했다. 이는 사회 속으로 근원적 위험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금융 위기는 전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자본축적과 소비체제의 한계라는 근원적 모순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읽어낼 수도 있다. 이 위기는 경제성장 방식의 안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 국면에 있을 때는 희귀 자원의 가격이 상승할 위험이 있고,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국면에서는 국제교역에 노출된 기업의 경쟁 여건이 악화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2006년부터 나타난 에너지와 식품, 그리고 비식품 원자재 시장의 물가 불안은 매혹적인 골디락스(Goldilocks·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들어버렸다.

4. 생산만능주의 시스템의 위기
지난 10년 사이, 경제주체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제약을 자각한 것은 분명하다. 지구온난화 대책 비용을 경고한 ‘슈테른(Stern)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환경자원에 가해지는 압박이 미래의 성장 발목을 잡아 농업을 위시한 경제 분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운송 비용과 인류의 건강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다. 슈테른 보고서는 이런 손실액이 2050~2100년 국내순생산(NDP)의 10~2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물가 불안과 환경 비용의 발생이란 두 요소는 경제 산술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과 자산가치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따라서 자본축적 체제를 근본부터 재검토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Pratique(특별판)
번역 유정희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티에리 페슈 Thierry Pech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