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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장이다
[Cover Story] 세계경제 새 길을 묻다- ⑧ 중국4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황이핑 economyinsight@hani.co.kr

황이핑 黃益平 중국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신세기주간> 수석이코노미스트

최근 중국의 거시경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상승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지방정부 재정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2년 전 중국 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 정책과 긴밀히 연관된다. 당시 중국 정부는 재정 확장 정책을 추진했고, 은행들은 뒷감당은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확대해 9%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켜냈다. 2009년 2분기부터 중국 경제는 급격히 성장했고, 글로벌 상품시장의 반등은 물론 세계경제의 회복을 견인했다.
그러나 국제투자자들의 심리는 1년6개월 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2010년 초부터 세계경제가 가까스로 회복의 길로 들어섰지만, 일부 투자자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비관적 측면이 다분했지만, 투자자들이 주목한 문제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니 언젠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고, 천문학적 숫자의 대출 금액은 부실 채권을 급증시킬 것이다. 지방정부가 조달한 거액의 부채는 재정 시스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경제성장과 리스크 악화의 근본 원인은 중국 경제가 ‘GDP 지상주의’에 빠져 있고 정부가 막대한 경제적 자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한때 ‘중국식 기적’을 만들어냈지만 구조적 불균형과 효율 저하, 소득분배 불공평 등 일련의 리스크를 조장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려면 하루빨리 ‘중국식 기적’과 이별해야 한다.
   
중국의 한 투자자가 지난 8월11일 한 증권회사의 주식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나친 안정적 경제성장도 바람직하지 않아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것에는 내재적 요인이 있었다. 개혁 전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낮았고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많았으며, 자원의 이용 효율이 낮았다. 그래서 개혁 이후 이룩한 강력한 경제성장은 어느 정도 보상 성격을 지닌 반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특수한 경제성장 방식이 고속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특수한 방식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각 지방정부가 사력을 다해 GDP 성장을 추구했고, 대량의 경제적 자원을 직접 통제했다. 여기에는 국유기업과 국유금융기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포함된다. 이것은 야오양 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센터 교수의 표현처럼 ‘생산형 정부’를 말한다. GDP 성장률이 공무원의 승진에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공무원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발전에 앞장섰다.
두 번째 특징은 개혁 기간에 비대칭적 시장화를 추진해서 상품의 시장화를 실현했지만, 생산요소 시장정책의 왜곡을 불러와 인위적으로 생산원가를 낮춰 생산이윤을 높였고 투자수익을 늘렸으며 수출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런 왜곡은 필연적으로 일부 경제활동의 이상 과열을 불러왔고, 자원의 이용 효율 저하와 소득분배가 불공평한 문제를 피할 수 없게 했다.
이렇게 되자 경제성장 속도가 양호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일단 성장률이 둔화되면 정부는 필사적으로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거시경제 정책은 안정을 추구하기 마련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경기파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하강은 감기와 같아서 몸은 불편하지만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중국의 의사들이 그러하듯 걸핏하면 항생제를 남용해 단기적인 고통을 피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위기 때 중국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을 확대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유은행이 오랜 시간 동안 외자은행의 도움 속에서 힘들게 수립했던 리스크 통제 시스템이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정상적 발전 단계에 진입해야
‘12차 5개년 계획’ 기간에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현 가능 여부는 불확실하다. ‘11차 5개년 계획’ 때도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이란 정책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정부가 경제성장이란 단기적 목표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2003년부터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진행하지 못했고, 일부 공무원과 국유기업이 국가자본주의를 형성해 중국의 정치와 경제, 생활의 중요한 세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나는 ‘중국식 기적’과 이별하고 ‘정상적 발전’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두 가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가 경제성장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태도를 바꿔야 하는데, 특히 정부가 경제적 자원을 직접 통제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둘째, 생산요소의 시장화를 실현해 생산과 투자, 수출 장려와 관련된 왜곡을 해소하고 불균형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두 가지 변화를 실현한다면 중국 경제는 새롭게 정상적 발전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될지 몰라도 성장의 질이 개선되고, 구조가 더욱 평등해지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사실 두 번째 분야의 변화가 중요하다. 개혁 이전의 중국 경제를 시장이 없는 경제라고 한다면 지난 30년 동안 중국 경제는 반쪽짜리 시장경제에 불과(상품시장은 형성됐지만 생산요소시장은 실현하지 못한 상태)했다. 이제 완전한 시장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기조차 힘들겠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자원의 가격을 조정하고 금리의 시장화를 의사일정에 포함시켰다. 최근 임금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소비 증가와 함께 지역경제의 균형을 촉진하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전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GDP 성장률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경제적 자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통제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다. 중국 정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유기업과 국유금융기관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면 이를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납세자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권리와 의무가 대등하지 않고 지극히 비합리적이다. 국유기업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독점적 지위는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이란 관점에서 보면 정치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중등소득’ ‘복지국가’의 이중 함정 경계해야
   
지난 8월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하얼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4회 국제자동차쇼 전시장. 중국은 점차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경제성장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몇 년 전, 원자바오 총리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원 총리는 중국의 현행 경제성장 방식은 조화롭지 못하고 불균형하며 효율이 낮고 지속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2003년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8%였고, 2010년에는 48%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투자율이 높으면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최근 각 지역의 고속철도와 기타 투자사업의 현금 흐름이 부족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제구조는 적당한 비율이 필요하다. 이런 투자수익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어렵다.
중국은 또 지난날 남미 국가가 겪은 ‘중등소득의 함정’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란 도전에 직면했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성공하면 곧 제자리걸음처럼 정체된 단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당시 남미 국가들의 문제점은 소득분배가 불평등하고 경제 혁신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는데, 이런 문제점은 중국에도 있다. 중국은 자원 낭비가 심각한 문제점도 갖고 있다. 정부가 대량의 자원을 집중해 단기적 경제성장 목표를 추구하면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어도 효율이 저하되고, 자원과 환경 분야에서 향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버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경제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지난 8년 동안 중국은 구조조정 분야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정부는 민생에 주목하기 시작해 농촌의 의료보험이나 도시의 연금보험 모두 적잖은 진전을 거뒀다. 경제성장의 목표는 결국 국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조처가 필요하다. 소득 증대가 중요하지만, 국민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국민이 ‘경제적 공포에서 벗어날 자유’를 향유하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모든 일은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안정감을 확보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복지는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한다. 북유럽 국가에서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물론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부유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은 지난 8년 동안 경제구조를 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보장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의 복지 시스템은 개선할 부분이 많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의 경제력을 뛰어넘는 복지 조치를 약속한다면 이는 경제발전의 규율에 위배됨에 따라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다. 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국민의 안정감도 보장해야 하지만, 경제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
임금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임금을 올려 국민 소득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려버리면 임금이 시장경제의 실제 수준을 넘어서게 돼 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다. 중국은 GDP의 성장만 추구하지 말고, ‘중등소득’과 ‘복지국가’라는 이중 함정에 너무 일찍 빠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 新世紀週刊·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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