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1년
     
미국 치료하다 중국도 병들라
[Cover Story] 세계 경제 새 길을 묻다- ⑥ 중국2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후전페이 economyinsight@hani.co.kr

후전페이 胡振 베이징 다훈투자컨설팅 대표·중국 사회과학원 국제금융학 박사

최근 중국에서 뜨고 있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인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8월18일 목요일, 홍콩 배우 정사오추가 주연하는 <충렬양가장>의 촬영 시작이 선포되자, 8월19일 홍콩 항셍지수가 3.08% 폭락해서 2만 포인트 선으로 떨어졌다. 홍콩 사람들을 20년 이상 곤혹스럽게 한 ‘딩셰 효과’1)의 저주가  이번에도 또다시 신통력을 발휘했단 말인가!”
물론 이번에는 정사오추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누명을 쓴 것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미국이 발표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확연히 낮았기 때문에, 8월18일 모건스탠리와 도이치은행은 각각 미국과 유럽, 그리고 전세계의 경제성장 예측을 하향 조정했다. 바로 그날 유럽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교대로 폭락했고, 이 영향을 받은 아시아·태평양의 주식시장은 8월 18일과 19일 모든 분야에서 하락했다. 경제학자들이 더 걱정하는 문제는, 이번 증시 폭락이 단순한 폭락이 아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때처럼 전세계가 또다시 위기의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바이든의 중국 방문에 희희낙락한 중국인들
학자들은 당연히 논쟁을 할 수 있지만, 정치가들은 반드시 행동을 취해야 한다. 8월8일 서방 7개국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협조 행동을 취할 것을 확정했지만, 결과는 주가 폭락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금융시장 안정 방침은 실패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이 희희낙락하며 보게 된 것은, 미국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이 8월17일 6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일이다. 그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특별히 ‘쿵푸팬더 포’의 출생지인 쓰촨까지 방문했다. 미국의 신임 주중국대사 게리 로크는 이 사실을 두고 “지금이 중-미 관계의 가장 좋은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을 꼬드겨서 ‘포’에게 다시 세계를 구하라고 하고 싶은 것일까?
지난 세계경제 위기의 역사에서 보더라도, 중국은 마치 즐겁다는 듯이 ‘책임지는 대국’ 역할을 했고, 수차례나 ‘중국 기적’을 연출하면서 세계경제를 구제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중국은 인민폐를 평가절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수 확대로 아시아 국가의 경제를 안정시켰다. 심지어 동남아 국가에 40억달러를 원조해주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중국은 또 한 번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서 국내 거시경제 정책을 대폭 완화했고, 인민폐 4조위안을 투여한 경기부양책을 썼다. 또한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파산을 막기 위해 돈을 댔고, 미국 국채 보유를 계속 늘렸다.
2010년 유럽 채무위기 때도 중국은 돈과 힘을 쏟아부었고, 유럽 채권 매입 보유를 증가시켰으며, 중-유럽 무역합작 정책을 강화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 원조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번에 새롭게 닥친 위기는 기세가 이전보다 더 맹렬하고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파괴력이 강해 중국에 대한 세계의 기대 역시 정점에 달했다. 바이든의 방중이 풍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가 서민적인 모습으로 베이징 거리의 전통 음식점에서 자장면 다섯 그릇과 만두 10개를 소비해 인터넷에서 중국 엘리트들의 호감을 샀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통령 일행이 이날 쓴 돈은 기껏해야 79위안에 불과했고, 가게 주인에게 팁으로 100위안을 더 줬을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 국가부주석 시진핑은 바이든과의 회담 때 “중국 경제는 이른바 ‘경착륙’은 절대 없을 것이고, 향후 5년간 중국은 8조달러 이상의 상품을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미국이 사고를 치면 중국이 수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에도 중국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이다.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세계 주식시장 폭락 원인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세계시장의 우려였다. 과거 10년 동안 중국 경제는 매년 평균 10.49%의 성장률을 보였고, 통화팽창률은 2.02%였다. 그야말로 ‘고성장·저인플레이션’의 황금시기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시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끝나버렸고, 중국과 세계는 두 자릿수 성장 시대가 끝나고 한 자릿수 성장 시대가 시작됐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인들은 흐뭇한 미소로 최대 채무국 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바라보고 있다.

“좋은 시절은 가고”, 중국 경제 ‘변곡점’ 지나
전환점은 2008년에 나타나 인민폐 평가절상이 시작됐고, ‘루이스 변곡점’이 도래했다. 즉 저임금 노동력 시대가 끝나 인구 보너스도 없고, 맹렬한 수출성장 시대도 끝나서 경제성장은 더 많이 내수에 의존하게 되었다. ‘화는 홀로 오지 않고, 복은 쌍으로 오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저성장과 함께 고인플레이션이라는 악몽도 따라왔다. 세계경제 위기를 구제하기 위해 중국은 수량확장형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유동성이 범람했다. 이로 인해 2010년 이후 마늘에서부터 생강, 보이차에서부터 중약재, 그리고 예술품에서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폭등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통화팽창은 일반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도시 중산계층에게 박탈감을 안겨줬다.
중국에서 통화팽창은 간단한 경제문제가 아니다. 통화팽창이 정세 불안을 야기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통화팽창을 잡는 것이 곧 ‘가장 중요한 정치 임무’가 되었다. 이런 배경하에 중국 정부는 세계경제를 구하기 위해 2008년처럼 다시 한번 확장형 재정, 화폐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0년 말부터 중국은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국가와 함께 금리 인상 주기에 진입했고, 지금까지 연속 5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예금준비금률 역시  21.5%라는 사상 최고치까지 높였다. 그럼에도 통화팽창은 수그러들 조짐이 없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5%까지 상승해 200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부동산 문제는 중국의 경제·사회 문제가 집중된 곳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중국 사회가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중국의 주택 가격과 거액의 미국 부채는 이미 세계경제의 양대 기현상이 되었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지급능력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미국 국채는 일단 상환하지 못하면 전세계가 재앙을 입지만(중국의 손실이 가장 크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일단 꺼지면 재앙을 입는 당사자가 중국인 자신이다.
통화팽창률과 높은 주택 가격은 경제 온도계로서 중국 경제라는 환자가 지금 고열에 시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7·23 중국 고속철 사고’라는 재난성 사건 이후 중국 전역에서 철도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중국 고속철 발전모델에 대해 폭로와 비판, 성찰을 하기 시작했다. 높은 속도만을 추구하고 질과 환경보호 등을 중시하지 않은 점, 하층 민중의 호소를 무시한 것은 비단 중국 고속철 발전모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현재 중국 경제가 지닌 발전모델의 문제를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계속된 중국의 경제성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고, 농민공 등 약자층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다. 그 후과는 심각한 환경오염과 빈부 격차 확대, 사회모순 격화로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7·23 고속철 사고가 중국 고속철 기적의 파산을 예시하듯이, ‘중국 경제성장이라는 고속철’ 역시 반드시 감속해야 한다는 것을 예고한다. 중국은 국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경제성장 속도를 줄여야 한다.

해외 부채 낮고 세계경제 변화 영향 덜 받아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비록 이런 문제가 존재한다고 해도, 중국 전체의 자산 부채 상황은 아직까지 비교적 건강하다. 정부 부채 총액(지방정부 부채를 포함해)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아직 적당하다. 특히 50% 이상 되는 중국의 저축률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채무 부담에 과도하게 속박되지 않고, 여전히 전세계의 경제발전 감속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업은 중국 경제성장의 지주산업으로, 과거 10년 동안 중국 경제성장에 공헌한 비율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에 정부는 2010년부터 시작해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조정 정책을 단행했고, 현재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보장성 주택건설 정책을 내놨기 때문에 2011년 한 해만 해도 1천만 채의 보장성 주택 건설 계획에 1.3조위안의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보장성 주택 건설은 상품주택 건설 침체로 인해 줄어든 투자 수요를 보충하고 있다. 7월 중국 부동산의 새 공사 면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늘어났다. 아마 보장성 주택건설 정책 추진의 효과일 것이다. 보장성 주택정책 외에, 올해 초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4조위안을 들여 수리·관개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하락하고 인민폐가 끊임없이 절상됐기 때문에, 최근에는 수출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008년처럼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순수출 이윤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작용은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다. 이로 인해 만일 선진국이 다시 한번 경기침체에 빠진다면, 중국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그다지 크지 않을 듯하다.
이런 요소들은 세계경제가 다시 한번 바닥을 쳤을 때, 중국이 세계경제 회복을 돕기 위해 여전히 거액의 경제투자 계획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 부주석이 바이든 부통령에게 8조달러라는 ‘수입 대선물’을 한 것은 결코 뜬구름 잡는 얘기만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이번이 ‘마지막 만찬’이고, ‘미국이 병나면 중국이 주사를 놓는’ 식의 처방은 분명히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정책은 모두 변화와 개혁을 필요로 하고, 국제경제와 금융구조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정을 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지속된 고속성장으로 수많은 사회문제가 누적돼 국내 개혁이 급박한 상황이다. 한 블로거가 인터넷에 쓴 글을 보자. “중국, 제발 너의 그 나는 듯이 질주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인민과 너의 영혼, 그리고 도덕과 양심을 기다려라.” 만일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고속 질주하는 중국이라는 열차는 언젠가 탈선할 것이다. 그때는 누가 세계를 구해줄 수 있을까?
번역 박현숙 <한겨레21> 베이징 통신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후전페이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