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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희망, 유로본드
[Cover Story] 세계경제 새 길을 묻다- ③ 독일의 선택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알렉산더 융 외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그레고어 페터 슈미츠 Gregor Peter Schmitz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빌란트 바그너 Wieland Wagner <슈피겔> 기자

지난 8월 첫쨋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위험할 정도로 급등했다. 금융시장에서 안정성의 척도로 여기는 국채 금리가 현재 이탈리아는 독일에 비해 4%포인트 가량 높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너무 크게 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런 상황을 거의 감당할 수 없다. 지난해 가을 아일랜드의 국채 금리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치솟자,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 섬나라가 브뤼셀 유럽연합(EU) 공동체의 구제금융을 받도록 했다. 현재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너무 큰 나라’들이다. 이번 일은 다시 한번 과거 유로화로의 통화 통합이 낙천주의적 전망에 기반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개선이 있었음에도, 유로존의 구제금융 메커니즘이 여전히 불충분한 임시 제도일 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스페인 시위자들이 지난 8월5일 마드리드 중심부의 푸에르타델솔 광장에 모여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거대국가 채무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구제금융제도
각국의 수뇌들은 유로화의 미래를 놓고 시장, 그리고 현실과 겨루는 경주에서 또다시 2등밖에 되지 못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이들이 내놓는 성명과 약속의 지속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 각국의 정부 수장들이 그리스를 원조하고 위기에 처한 유로존의 변두리 국가들을 위해 구제금융제도를 만들었을 때 이 국가들에는 몇 개월간 휴식이 주어졌다. 이 휴식 시간은 이후 몇 주일, 심지어 며칠로 줄어들었다.
유럽인들의 구제 노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은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매번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들의 대처 방안 역시 나중에 보면 대부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 전 EU 위원 귄터 페르호이겐은 유로화를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데 실패한 유럽인들의 대처에 대해 ‘너무 늦고 적었다’고 묘사했다.
8월 초에는 비판자들의 맨 앞에 특별 정상회담 참여자 중 한 사람이 가세했다. EU 위원장 조제 마누엘 바호주다. 그는 유로존 핵심 국가 대표들이 규정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한탄했다.
유럽 각국의 정부는 바호주 자신에게 이런 질책을 해야 마땅하다고 대답했다. 사실 바호주는 공식 편지에서 구제기금의 모든 요소를 빠르게 다시 평가할 것을 요청했고 각국 수도, 특히 독일 베를린의 전문가들은 이를 원조 금액을 크게 늘려달라는 요청으로 이해했다.
그의 편지에 대한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8월5일 전화회담에서 바호주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이들은 7월에 결의한 내용에서 개선할 점은 한 가지도 없고, 오히려 여러 가지 사항을 더욱 강화한 뒤 이행을 촉진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늦은 조치다. 만일 EU에서 이전에 위기 국가의 채권 매입을 시행했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자금 확보 비용 역시 낮게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EU는 8월 첫쨋주가 되어서야 이런 방식의 유럽구제금융을 허가했다.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역시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로마의 국회의원들은 체계적인 개혁 프로그램 대신 총리에게서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당분간은 오직 유럽중앙은행(ECB) 하나만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남았다. ECB는 8월 첫쨋주에 포르투갈·아일랜드 등 위기 국가의 국채를 대상으로 지원 매입을 다시 시작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유사시 ECB가 이탈리아의 국채도 대량으로 사들여, 이탈리아가 최소한 유럽구제금융이 개입할 수 있을 때까지 지탱해주기를 바란다.
그 중간에는 모든 것이 잘되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 관리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적 핵심 정보가 지난 몇 주간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은 옳지 않다. 스페인은 개혁을 시작했고, 이탈리아는 근래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다.
메르켈은 구제금융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걸 거절한다. 독일의 한 정부 관계자는 “모든 증자는 투기꾼에게 유로존이 얼마나 더 돈을 낼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는 초청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구제금융의 한계를 시험해보려 한다는 점이다. 어쨌든 베를린에서는 구제금융이 모든 경우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증가하고 있다.
구제금융은 중소 규모 국가의 위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베를린의 관리들은 ‘스페인까지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부터는 자본이 3배로 늘어나더라도 구조적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더 나쁜 소식은 현 구제금융제도의 효율이 충분하지 않다면 2013년부터 시행될 항구적 메커니즘의 효율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또한 유로화에 대한 신뢰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명백하다.
독일의 한 고위 관리는 “이탈리아 같은 규모의 경제를 외부에서 지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적 요구가 너무 거대하다. 경제 전문가의 제안처럼, 현재 1조8천억유로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국가 채무를 다른 회원국들이 보증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아무리 늦어도 이 시점에 시장은 독일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오바마까지 나서 유로본드 도입 촉구
대안은 하나밖에 없다. ‘유로본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작은 목소리로 이 단어를 속삭인다. 유럽공동채권을 의미하는데 독일 정부 수뇌부에는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독일 정부는 논란이 많은 유로본드가 그 어느 국가보다 독일에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유로본드의 금리는 현재 독일 국채의 금리보다 높다. EU 전체의 채무자로 놓고 평가하면 독일 혼자 평가받을 때처럼 일급 채무국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로본드 금리가 독일 국채 금리보다 1%만 상승하더라도 독일에는 연간 200억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메르켈과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이탈리아가 긴축재정과 개혁을 통해 스스로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독일에 유로본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유로화 위기가 해소되면 미국이 치르는 부채와의 전투도 더 쉬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Der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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