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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10 대학’ 졸업생, 임금 23% 더 높아
[Trend]대학 간판 임금 프리미엄 확대
[17호] 2011년 09월 01일 (목) 고은미 economyinsight@hani.co.kr

고은미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어떤 남녀가 맞선을 본다고 하자.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보겠지만, 내 결혼 상대가 될 수 있을지 파악할 때 중시하는 것 중 하나는 본인의 능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평생소득이 얼마나 되느냐일 것이다. 이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개인의 교육수준일 것이다. 과연 교육수준 차이가 평생소득 차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클까? 그 차이가 최근에는 줄었을까, 아니면 늘었을까?
학력 간 임금 격차, 특히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는 전세계적으로 오랫동안 큰 관심을 받아왔다. 가계의 근로소득 불평등이 주로 교육수준 차이에서 비롯됨에 따라, 학력 간 근로소득 격차에 대해 활발히 연구해온 것이다. 특히 인적자본 이론은 개인의 인적자본이 교육을 통해 축적된다는 전제 아래, 임금을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수익으로 해석한다. 즉 교육의 질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교육받은 양(교육연수)을 고려해 교육의 수익률 차이, 즉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연구해왔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대졸자 증가로 대졸 노동자와 고졸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계속 하락했는데, 1980년대 들어 대졸자가 증가했음에도 그 격차가 다시 커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런 추세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또 시기에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대졸자 공급이 고졸자보다 상대적으로 증가함에도 상대가격, 즉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이므로 언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연구들은 대졸자에 대한 ‘수요 측면’의 상대적 증가를 그 원인으로 밝혀냈고,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2010년 11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대학수능시험 입학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의 임금 프리미엄
그럼, 대졸자의 상대수요는 왜 크게 증가해왔을까? 미국에서는 대졸-고졸 간 임금 격차 증가가 나타난 이유를 둘러싼 몇 가지 가설이 대립하고 있다. 첫째, 숙련노동을 더욱 요구하는 이른바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 때문에 (대졸)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상대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저숙련노동자에 대한 상대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국제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국제분업 구조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첨단산업에 특화하면서 첨단산업 위주로 대졸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셋째, 미국 내 노동조합의 약화로 인해 고졸자의 상대임금이 하락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넷째, 최근에는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가 교육을 ‘매우 많이 받은’ 노동자와 ‘아예 교육을 덜 받은’ 노동자의 상대수요는 둘 다 증가시킨 반면, 교육을 ‘적당히’ 받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대졸자에 대한 상대수요가 증가하는 근본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논의가 있지만, 대졸자에 대한 상대수요 팽창이 대졸-고졸 간 임금 격차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정말 대졸자 그룹에 포함된 모든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동일하게 늘어났을까? 이 질문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중요해 보인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상승해 2005년 이후로는 고3 학생의 대학진학률이 8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대졸자에 대한 수요가 다 같이 늘어났다면 최근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럼 어떤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다른 가설도 있겠지만, 청년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고용될 때 ‘대학을 졸업했는지’보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대졸-고졸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현상은,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 일부 그룹의 임금만이 급격히 상승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대졸자 전체의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대졸-고졸 노동자 간에 임금 격차가 증가하는 현상이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라면, 노동시장에서 신규 구직자의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일 때 고용주 처지에서는 차별화된 상위권 대학의 졸업자만 고숙련노동자로 분류하고, 그들에 대한 수요만 늘릴 것이다. 따라서 숙련도가 다른 노동자 사이의 상대수요 변화를 파악하려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졸-고졸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보다는 ‘대졸자 간 임금 격차’를 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임금 프리미엄(초과수익)을 주는지가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자료의 한계 때문에 그다지 축적되지는 못한 실정이다. 장수명(‘대학 서열의 경제적 수익 분석’, <한국교육> 33권 2호, 2006)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현재 상위 5위권 대학 졸업자는 상위 100위권 대학 졸업자에 비해 약 22%의 초과수익을 얻는다. 상위권 대학 졸업자의 초과수익은 과거에도 이렇게 높았을까? 또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필자는 지난 10년간 대졸자 간 임금 격차 ‘변화’를 추적하면서 상위권 대학 졸업자들에 대한 상대수요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았다.

   
 

대학 간판과 고숙련노동자 수요 증가
분석에 사용한 자료는 한국노동패널(KLIPS)의 2~11차 자료(1999~2008년)다. 대졸자 간 그룹은 졸업한 학교의 순위를 중심으로 상위 10위권 명문대와 상위 50위권 대학 및 그 외 대학 졸업자로 나누었다. 상위 10위권 대학과 50위권 대학을 나눌 때는 김진영(‘수학능력시험 실시 10년간 대학의 서열 변화’, <공공경제> 11권 1호, 2003)의 연구 및 대성학원·진학사의 1994~2005년 대학배치표를 기준으로 했다(구체적인 대학 명단은 생략한다). 한국노동패널에서 개인이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대학명)는 1·4차 패널과 3차 패널 부가조사 자료에만 나타나고, 새로 패널에 포함되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개인들에 한해서만 그해에 조사했기 때문에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패널 자료의 특성을 이용해 대학명 식별 범위를 넓히고, 신규 취업 대졸 노동자(26~28살)만을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임금 격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았다. 패널 자료를 이용했으나 관찰집단을 3살 간격으로 잡고, 패널 자료는 3년 간격으로 이용해 결과적으로는 통계청의 거시적 임금통계 같은 성격의 자료 분석을 했다.
상위 10위권 대학 졸업생과 다른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비교한 결과, 1999년 당시 상위 10위권 대학을 졸업한 26~28살 남성 노동자는 다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동일한 (인적) 특성을 가진 노동자에 비해 임금수준이 4% 정도 높았다. 이 격차는 놀랍게도 2002년 10.8%, 2005년 20%, 그리고 2008년 23%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임금 차이는 대학 및 대졸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상위 10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신규 취업하는 노동자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과연 고용주들이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노동자만에 대한 상대수요를 늘렸는지 알아보려면 명문대 졸업생들의 상대공급을 통제한 상태에서 임금수준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추가로 상위 50위권 대학을 졸업한 뒤 신규 취업하는 26~28살의 남성 노동자를 비교한 결과, 1999년에는 상위 10위권 대학 졸업자와 50위권 대학 졸업자 간에 임금 격차가 거의 없다가 2002년에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신규 취업 때부터 벌써 6% 더 높은 임금을 받았고, 2005년에는 11%, 2008년에는 18%로 그 차이가 점점 증가했다(<표> 참조).
이를 통해 고용주들이 상위권 대학 졸업생에 대한 상대적 수요를 크게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 대졸자가 많지 않을 때는 대학 졸업 여부가 고숙련노동자와 저숙련노동자를 구분하는 주요 변수로 충분히 기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 구직자들이 대부분 대졸자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대학 졸업 여부만으로는 숙련도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고용주들이 명문대 졸업 여부 등 고숙련노동자와 저숙련노동자를 구분하기 위한 새로운 정보를 이용해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상대수요를 늘려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이른바 ‘대학 서열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오직 대학 간판 때문에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려면 같은 인지능력(IQ)을 가진 두 노동자가 서열이 다른 대학을 졸업했을 때 임금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자료의 한계로 인지능력까지 통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첫째 개인의 능력 차이가 본인이 졸업한 대학 서열에 반영되고, 고용주는 졸업 대학의 순위를 보고 거꾸로 개인의 능력을 ‘추정’해 고숙련노동자로 판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이와 더불어 상위권 대학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해 상위권 대학 졸업생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대학 졸업생보다 높은 경우, 그들이 고숙련노동자로 분류되고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 졸업생과 그렇지 못한 다른 대학 졸업생 사이에 임금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두 요인 모두 혼재된 상태로 반영됐을 수 있고, 어떤 것이 주된 요인인지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졸업생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은데, 국제분업 구조하에서 첨단기술 산업에 특화될수록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상대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런 추세는 전세계적인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에 의해 갈수록 강화될 수 있다. 이런 거시경제적 변화와 한국에서 대졸자의 급격한 증가가 서로 맞물려, 특정한 질적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이루었을 것이라고 보는 상위 10위권 대학 졸업생들에 대한 상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세계화와 기술진보 중 어떤 것의 영향이 더 큰 지에 대해서는 후속연구가 더 필요하다.

더 많은 고숙련노동자 공급이 해법?
상위권 대학 졸업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 증가와 일부 명문대 졸업자가 누리는 임금 프리미엄은 기를 쓰고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욕망의 유인 구조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사교육 열풍의 여러 합리적인(?)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뭘까? 상위권 대학 졸업자의 초과수익이 고숙련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상대수요 증가에서 비롯됐고, 이를 우리나라 거시경제 환경의 큰 변화로서 누구나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이해한다면, 고숙련노동자의 공급을 충분한 수준으로 오히려 더 많이 증가시키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고숙련노동자의 더 많은 공급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누리는 임금 프리미엄을 점차 감소시켜 자연스럽게 사교육 수요가 누그러질 수 있다. 물론 대학 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eunmimaryko@gmail.com


*이 글은 고은미(2011), ‘Changes in Wage Differentials among College Graduates in South Korea, 1999~2008’, <노동경제논집> 34권 1호에 기초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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