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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손이 가는 ‘지적 새우깡’
[경제와 책]
[16호] 2011년 08월 01일 (월) 김봉현 economyinsight@hani.co.kr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제이지 스토리: 빈민가에서 제국을 꿈꾸다
“I’m not a businessman. I’m business, man.”(나는 비즈니스맨이 아냐. 내가 바로 비즈니스 그 자체지.)
‘겸손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런 말을 입에 담은 자는 대체 누굴까. 때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21세기 팝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 카니에 웨스트의 두 번째 앨범 <레이트 레지스트레이션>(Late Registration)을 한창 들을 때였다. 그리고 카니에 웨스트에게는 불행히도(?)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바로 앞에 써놓은 저 한 줄이다. 바로 ‘Diamonds from Sierra Leone(Remix)’(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에 초대받은 제이지(Jay-Z)의 가사였다. 치킨이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이듯, 영민한 구절은 누구에게나 인상 깊은가 보다. 제이지의 저 가사는 이 책에서도 저자에 의해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욘세의 남편’쯤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엄밀히 말해 그같은 대접은 제이지에게 굴욕(!)에 가깝다. 이를테면 꼭 맞는 비유는 아니겠으나 ‘비욘세의 제이지’가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의 느낌이라면, ‘제이지의 비욘세’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같은 느낌이다. 물론 비욘세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제이지의 대단함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제이지는 랩 실력으로 치자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독재자이고, 음악 경력으로 보자면 <블루프린트>(Blueprint)라는 클래식 앨범을 비롯해 여러 장의 명반을 남긴 뮤지션이다. 또한 사업적으로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 8번째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큰손이며, 스티브 포브스와 워런 버핏을 양옆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거물이기도 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규정짓는다는 건 내가 치킨을 끊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전기(傳記)이기도 하고, 음악서이기도 하며, 자기계발서인 동시에 경영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숀 카터(제이지의 본명)가 걸어온 일생의 발자취를 엿보는 동시에 그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어느 시기에 어떤 수완을 발휘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생생히 목도할 수 있다. 똑같이 앨범을 발매했는데 왜 다른 래퍼들보다 제이지가 돈을 훨씬 많이 벌었는지, 제이지의 의류사업은 어째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는지, 제이지가 싸구려 삼페인을 최고급으로 둔갑시킨 비법은 무엇인지, 레이블 데프 잼(Def Jam)의 사장으로서 제이지는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이 책은 구체적인 자료와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읽다 보면 자꾸만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지적 새우깡’이다.
그렇다고 거기 음악팬들, 성급하게 등 돌릴 필요 없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제이지인데 음악 이야기가 안 나올 리 없지 않나. 어쩌면 오히려 이 책은 일반 독자보다 음악팬들에게 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음악을 듣고 생각하고 평가하는 일은 CD만 구입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이지의 데뷔 앨범 <리즈너블 다우트>(Reasonable Doubt)를 녹음할 때 제이지의 마인드는 어떠했는지, 제이지와 전설적인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스튜디오에서 함께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루츠가 굳이 제이지가 사장으로 있던 데프 잼으로 이적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알 도리가 없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음악 이야기’ 또한 충실히 담고 있다. 힙합 팬들이라면 익숙할 이름, 예를 들어 디제이 클라크 켄트, 러셀 시먼스, 퀘스트러브 등의 목소리를 적재적소에 빌려옴은 물론이다. 거기에 책 속에 꽤 많은 분량의 제이지의 가사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에게는 쉽고 흥미로운 경영서 및 자기계발서이고, 힙합 리스너에게는 알고 싶은 음악 이야기가 가득 담긴 음악서다. 요즘 ‘나는 가수다’가 화제다. 임재범을 가리킨 ‘나만 가수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예언 비슷한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당신은 아마 이렇게 말하게 될지 모른다. ‘제이지만 래퍼다’, 혹은 ‘제이지만 사업가다’라고. 
twitter.com/kbh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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