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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도 표현의 자유?
[Focus]신용평가회사를 평가한다
[2호] 2010년 06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외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상드라 모아티 Sandra Moatti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부편집장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마땅히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투명성을 보장해야 할 시장의 무수한 기관과 기법·규칙이 거꾸로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단적인 사례로, 이들의 무지와 뒤를 이은 갑작스러운 입장 뒤집기는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채무자의 건전성에 대해 객관적 견해를 제공해야 할 신용평가기관은 때때로 심판관이면서 동시에 참여자다. 그런데도 이들은 시장의 안정을 뒤흔들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다.
 
   
2008년 10월 제롬 폰스 전 무디스 이사(맨 왼쪽)와 프랭크 라이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전 이사가 미 하원의 ‘신용평가기관과 금융위기 청문회’에서 증언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문자로 등급을 새기는 절대권력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 그리고 피치(Fitch)사와 같은 대형 신용평가기관은 금융권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브라질, 리옹시(市), 마이크로소프트, 소시에테제네랄 등에 이르기까지 문자 형태(AAA, AA-…)로 신용등급을 새긴다. 시장 참여자가 투자자로부터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평가기관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전세계 투자자에게 알려준다.
금융시장의 탈금융기관화 경향이 신용평가사로 하여금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만들었다. 기업이 유가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통해 직접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됐지만 유가증권을 구매할 수 있는 투자자는 은행이 고객의 신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증권 발행자의 건전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투자자는 자신이 어떤 모험을 하는지를 평가받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평가사는 정보의 대칭성에 기여하고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한다.
신용평가기관의 막대한 권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투자 위험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신용등급은 투자자가 요구하는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기업이든 국가든 자금조달 비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자금을 빌리려는 기관에 실로 참담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등급 강등이 해당 유가증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 사태 때 바로 이러한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2007년 봄, 신용평가기관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 증권이 전혀 위험이 없다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다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져나오자, 평가기관은 이 증권의 신용등급을 뒤늦게 강등시켰으며, 바로 이러한 조치가 이 상품의 가격 급락을 불렀던 것이다.
 
공공재를 독과점하는 민간 기업

신용평가의 영향력은 국제감독기구가 투자 위험도를 판단하는 데 이들의 견해를 신뢰하기 때문에 한층 더 힘을 얻는다. 금융권의 투자기관(은행, 보험회사, 연기금 등)은 그들이 보유하는 유가증권의 성격에 관해 특정한 규칙을 따르도록 돼있다. 경제학자 미셀 아글리에타(Michel Aglietta)는 “신용평가사는 보증기관이 되었습니다. 이들 기관은 공공재(公共財), 즉 보증된 정보를 생산합니다. 그러나 어떤 입찰 규정서도 따를 필요가 없는 민간 독과점 기업이 공공재를 생산한다는 것은 최악의 방법임이 틀림없지요”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민간기업인 신용평가기관의 수익 구조는 엄정한 평가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 우선 채무자의 신용도를 알아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쪽은 투자자가 아니라 채무자 자신이다. 채무자가 자신의 신용등급을 평가받기 위해 평가기관에 돈을 지불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 기관이 고객에게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한다는 것은 미묘한 일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2007년 4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금융파생상품 평가에 덜 타협적인 태도를 보인 무디스는 장사에 차질을 빚는다. 그 뒤에 발행된 새 유가증권들의 신용평가 의뢰 중 70%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무디스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첨단 금융상품에 대한 평가 업무에서 나왔다.
여기에 더해 신용평가사는 투자자에게 제시할 채무자의 금융상품 설계를 돕기 위해 조언자 역할마저 빈번하게 수행한다. 신용평가사는 자신의 견해가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엔론 사태가 그랬다. 파산하기 불과 수일 전까지도 엔론이 위험이 없는 투자처로 평가한 신용평가사에 분개한 일부 투자자가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패소했다. 신용평가사의 의견은 미국 헌법 제1조의 취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패소 이유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도 기자들과 동일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신뢰를 버려야
미국으로부터 유럽연합에 이르기까지, 감독 당국은 신용평가사에 대해 엄격한 공적 규제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에선 신용평가기관의 국유화마저 구상 중이다. 민간 참여자들은 전세계 증권 감독기구의 모임인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가 신용평가기관에 행동규범을 제안하도록 촉구했다. 금융감독기구는 이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행동규범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신용평가기관이 첨단 금융상품을 평가할 때는 채무자의 신용위험 외에 미래에 거래가 끊길지 모를 유동성 위험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규제로는 3대 신용평가기관의 수익 방식도, 업무 분리도, 독과점 상황도 해결하지 못한다. 아무리 훌륭한 규제 장치를 동원하더라도, 신용평가사는 결코 완벽해질 수 없을 것이다. 투자자가 이들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거둬들이는 수밖에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번역 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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