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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 수도 놔둘 수도 없는 유로
[Special ReportⅡ]유로 붕괴하나 ④
[16호] 2011년 08월 01일 (월) 토마스 다른슈타트 외 economyinsight@hani.co.kr

토마스 다른슈타트 Thomas Darnstadt
만프레드 에르텔 Manfred Ertel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페터 뮐러 Peter Müller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크리스티안 라이어만 Christian Reiermann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그리스와 같은 경제적 취약국이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부채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대대적인 채권자들의 탕감 조치 없이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이 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7월12일 그리스 아테네 시내에 위치한 아테네 여신 동상과 그리스 국기 뒤로 달이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지금은 이른바 ‘헤어컷’이라 칭해지는 부채 할인을 실행할 수 없다. 반대자들은 금융시장이 아직 불안정하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그리스에 대한 부채 할인이 이뤄지면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뒤처럼 새로운 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독일은 경제위기 극복에 채권자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의 집권 연립정당인 기민·기사연합과 자유민주당(FDP)이 독일연방의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의회는 이후의 구제책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고 한다. 기민·기사연합의 수석총무 노베르트 바르틀레는 “우리가 더 오래 기다린다면 민간 채권자들의 손에 쥐어진 채권이 다 없어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독일의 납세자들이 그리스 구제에 드는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중 강제로 포기하는 사례 없어야
유럽중앙은행은 어느 투자자도 강제로 채권의 일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유로화 수호자’는 경고한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리스가 채권자들의 완벽한 동의를 받지 않고 채무이행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 그리스의 국가신용도를 가장 낮은 D로 낮춰야 한다. D는 ‘디폴트’(Default), 즉 채무불이행의 약자다. 만약 채무 상환 기간이 채권자들의 동의하에 연장되더라도 그리스의 신용평가는 ‘부분적 채무불이행’(SD·Selective Default) 단계로 낮춰지게 된다.
둘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국채를 더 이상 담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의 자금흐름에서 광범위하게 차단되고, 유동성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한다. 그리스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 대해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유럽중앙은행과 그 동료들에게 한 가지 협상안을 제안했다. 그리스 채권이 민간 투자자들이 부담에 참여함으로써 담보 가치를 잃게 되면 유럽중앙은행이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10명으로 구성된 독일 재무부의 ‘그리스 담당팀’이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그리스에 두 번째 구제금융으로 주어지는 900억~1200억유로의 새 자본 외에, 추가적으로 유럽 구제금융기금 EFSF에서도 차관을 주자고 제안했다. 이 차관을 최고 신용도인 AAA로 평가된 유가증권으로 그리스 은행에 넘겨줘서 이들이 이 유가 증권을 유럽중앙은행에서 받는 대출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안을 실행하게 되면 새 구제금융에 지금 계획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금융이 이 조치를 위해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려면 실제로 창립에 필요하다고 산출된 4400억유로를 동원할 수 있도록 재정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보증 범위를 두 배로 올려야 한다. 독일의 부담은 이제 1230억유로 대신 2460억유로로 늘어난다.
‘유로화 지킴이’들은 부수적으로 이른바 ‘파이낸셜 스태빌리티 펀드’(Financial Stability Fund)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초의 그리스 구제금융 때 만들어진 이 기금은 약 100억유로 규모다. 이 기금은 비상사태에 그리스 은행들의 자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지금까지 이 기금은 사용되지 않았다.

더 많은 지원이 사태 해결책이라고 믿는 사람 없어
수많은 방해와 요구 조건이 있음에도 그리스에 결국 돈이 흘러 들어갈 것이다. 이로써 유로존 국가의 부채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독일 정부 내에 한 명도 없다. 1년 이상 지속된 위기 상황 뒤 베를린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예측해보면서 그에 대비하려 한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산하에 있는 위기관리팀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보고 있다. 만일 한 국가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거나 회원국 중 하나가 통화동맹에서 탈퇴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공통 통화 구역의 경제적 불균형을 방지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근본적으로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위기 국가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다른 국가들이 손을 떼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이보다 좀더 현실적인 방법은 그들을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원하면서 상태가 호전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많은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이 실행될 것이다. 진척은 미미하고 경기 호전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으면, 유로 국가들은 그리스 지원을 포기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아테네로 많은 지원금을 보냈음에도 앞으로 계속 지원금을 쏟아붓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자금을 유입할 수 없게 된 그리스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채무불이행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스 신용기관들이 여전히 거대한 금액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리스 금융권이 초토화된다.
이런 결과는 다른 나라로 위기가 번져갈 위험이 있다. 그리스가 쓰러지면 투자자들은 다른 경제력이 약한 유로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쇄반응이 일어나 더 많은 은행이 파산을 걱정하게 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서 그리스는 통화동맹에서 탈퇴해 드라크마화를 다시 도입하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그리스 정부는 이 방법을 논의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이 방법을 추천했다. “유로화 포기는 차악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뮌헨의 민간경제연구소 IFO 소장 한스베르너 진의 말이다.
미국 뉴욕대학 경제학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도 같은 의견이다. “한 국가는 자국의 통화를 가지고 있어야 환율을 조정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는 3년 전에 이미 경제위기를 예측한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다. 루비니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경제위기에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절하하는 조처가 위기를 겪는 국가의 경제에 활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명백한 원리가 역사적으로 처음 결성된 유럽의 통화동맹에서는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통화동맹 탈퇴하면 더 심각한 문제 발생
   
자국의 재정위기로 어두운 표정이 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
그리스가 통화동맹에서 탈퇴하더라도 그리스의 부채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부채는 여전히 유로화로 남게 되고 이 부채는 하룻밤 사이에 외환 부채가 된다. 드라크마를 평가절하하기 때문에 유로화 부채는 새로운 국가 통화 대비 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그리스는 채무 상환 의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리스는 물론 다른 유로존 국가의 은행들도 다시 압박을 받게 된다. 금융권을 위해 또다시 수많은 돈이 드는 구제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은 최종적으로 통화동맹을 통화가치가 높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그룹과 통화가치가 낮은 자국 통화를 가진 나라들의 그룹으로 분열시킬 수밖에 없다. 유로화 비판가인 전 연방은행 총재 빌헬름 뇔링은 이 해결책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유로화 도입에 반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금은 구제금융에 반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통화동맹 붕괴가 아닌 다른 대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통화동맹이 보증동맹으로 변화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구제책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보증동맹으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2013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계획된 상시 구제금융기금인 ESM으로 이 위험한 길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결과는 대략 이런 식이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북부 국가들이 적자 국가들에 장기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차관으로 계산되던 금액은 이자가 붙지도 않고 갚지 않아도 되는 순수한 재정 지원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 국가는 지속적으로 보조금 수혜자가 된다. 수혜국들은 이탈리아의 메조지오르노 지역이나 벨기에의 왈롱 지역처럼 경제강국인 이웃들의 기부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많은 경제·경영 전문 정치가들은 더 탄탄한 중앙정부를 가진 유럽 정치 연합을 빨리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유로존 국가들이 더욱 긴밀하게 결합하면 유럽 단위의 경제 시스템을 훨씬 더 잘 조정할 수 있고, 공통 통화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통해 수혜국에서 개혁이 실행되고 이 국가들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다. 얼마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장클로드 트리셰는 개별 회원국에 대한 조치 권한을 가진 유럽 재경부를 신설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많은 통합이 경제적 불균형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해서 그 어떤 나라보다 잘 아는 것이 독일이다. 독일은 약 20년 전 동독-서독 통화동맹을 통해 이미 이런 상황을 경험했다. 1990년 7월1일 D-마르크는 1 대 1의 환율로 과거 동독에서 사용되던 마르크와 교환됐고 석 달 뒤 옛 동독 지역들이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새로운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독일은 통일됐다. 이는 정치공동체가 동반된 통화공동체의 전형적인 사례다.

유로가 독일 통일에서 배워야 할 점
하지만 빠른 통일이 동독-서독 통화동맹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곧 인정해야 했다. 통일 독일의 경제적 불균형은 심화됐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생산성을 옛 서독 지역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실패한 수천 개의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했다.
실업률이 급증하고 동독과 서독 지역 간의 자금 이송은 곧 1조마르크를 넘어섰다. 오늘날까지 옛 동독 지역은 경제력과 생산성과 수입에서 옛 서독 지역에 뒤처져 있다.
독일 통일도 이를 변화시킬 수 없었다. 독일 통일은 단지 통화공동체의 부정적 결과를 재정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이다. 한마디로 새롭게 연방에 가입한 주들(옛 동독)은 유리한 조건으로 서독의 경제력과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지원받았고, 옛 동독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서독 사회보장 시스템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독일 통일은 유럽의 수뇌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잘못 조직된 통화공동체가 얼마나 빠르게 장기적인 보증동맹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이런 방식은 현재의 유럽 협약에 위배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협약이 만들어지고, 각국 의회에서 비준돼야 하고, 국민투표도 시행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유럽 국민과 그들의 대표는 그 전에 이미 아테네나 리스본에서 긴축재정 정책이 거리 시위대들의 저항에 막혀 실패하거나 베를린에서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채무보증을 실제로 감당해야 함으로써 통화동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지 모른다.
ⓒ Der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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