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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노동 위에 선 유럽 설탕의 달콤함
[Special Report Ⅰ]노예노동 만든 설탕 플랜테이션
[16호] 2011년 08월 01일 (월) 로랑 장노 economyinsight@hani.co.kr

로랑 장노 Laurent Jeanneau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서인도제도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을 다룬 18세기 프랑스 판화 작품.
누군가에겐 달콤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쓰디쓴 것. 바로 설탕에 관한 이야기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설탕을 넣지 않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커피 특유의 쓴맛을 좋아하는 유럽인은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커피 소비가 확대되면서, 설탕 수요가 덩달아 급증했다. 덕분에 설탕은 18세기 말 유럽 사회에서 일상적인 소비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같은 시기 노예무역도 절정에 달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설탕의 역사는 노예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한쪽 대륙 사람들이 누리는 달콤함은 건너편의 수백만 아프리카 노예들이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쏟은 피의 대가였다.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과학자들이 사탕무에서도 단맛을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설탕을 얻는 유일한 길은 사탕수수에 함유된 액체 상태의 자당(Sucrose)을 추출해 결정체로 만드는 것이었다. 기원전 1세기, 폴리네시아산 사탕수수가 처음으로 신대륙 땅에 들어왔다. 신대륙에서 사탕수수 가공 공정이 개발되는 한편, 대규모 노예노동력에 의존하는 이른바 ‘플랜테이션’ 방식이 탄생했다. 플랜테이션 생산 방식은 이란·이라크·이집트·모로코를 거치며 동에서 서로 널리 전파됐다. 급기야 유럽인은 카나리아제도의 마데이라섬과 브라질, 서인도제도에까지 플랜테이션 방식을 도입했다.
17세기 영국령 바베이도스섬에서 시작된 ‘설탕 경제’(Sugar Economy)는 자메이카, 생도맹그, 과들루프, 마르티니크, 쿠바 등 여러 섬으로 전파됐다. 과거 상업적인 목적으로 담배·면화·인디고 등을 재배하던 소규모 농장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수출용 설탕을 생산하는 외국자본 소유의 대형 플랜테이션 농장이 들어섰다. 바야흐로 설탕이 왕으로 대접받는 단일 특화 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리하여 1660년대 바베이도스섬 내 경작 가능한 땅은 모조리 사탕수수 재배에 동원되기에 이른다.
설탕 경제 ‘모델’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규모 노예노동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처음 설탕 생산에 동원됐던 식민지 원주민이 학살·전염병·알코올중독, 심지어 고된 노역으로 인해 씨가 마르게 되자, 노예제도와 노예무역이 그 뒤를 이을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사실상 플랜테이션 농장 일은 너무 고돼서, 노예의 수명은 기껏해야 7~10년을 넘기지 못했다. 만일 유럽인이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내지만 않았더라도 아마 오늘날 아프리카 인구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지 모른다.
설탕은 역사적으로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시에 무역 세계화가 남긴 가장 어두운 그늘을 상징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부가 다른 누군가의 착취를 통해 축적됐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와 같은 메커니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노예제도가 폐지(영국은 1833년, 프랑스는 1848년, 쿠바는 1886년)된 지 15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브라질이나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노동자의 삶은 거의 노예 생활과 다를 바 없다. 18세기에는 영국 노예해방운동의 일환으로 카리브산 상품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공정무역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관련 라벨 제도가 봇물처럼 쏟아지기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허보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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