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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실업수당 신청자 37만의 ‘마법’
[쏙쏙 경제]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홍춘욱 economyinsight@hani.co.kr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미국 경제지표 중 먼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그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증가해 37만 명 수준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다. 반대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감소해 37만 명 수준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감소할 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미국 소비자가 형편이 나아졌다고 느낄 때 한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고, 반대로 미국 소비자가 실업으로 고통받을 때 한국의 수출은 감소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런 현상은 ‘채찍효과’(Bullwhip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채찍효과란 채찍의 손잡이 부위를 몇cm만 움직여도 채찍의 끝 부분이 몇m 움직이듯,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맨 끝에 위치한 기업들이 큰 재고의 변화를 겪는 현상을 지칭한다. 채찍효과를 현재의 세계경제에 비유한다면, 채찍 손잡이는 거대 소비시장 미국이 되고, 채찍의 맨 끝은 중국과 러시아 등 원자재 및 부품 위주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나라일 것이다.
   
 
미국은 채찍 손잡이, 한국은 채찍의 끝
안타깝게도 한국은 채찍 손잡이보다 채찍 끝에 가깝다. 2010년 한국 수출에서 비중이 높은 1∼5위가 선박,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제품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 상위 품목에서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은 제품이 없고, 휴대전화가 주된 구성 요소인 무선통신기기조차 직판보다는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지닌 ‘공급사슬의 끝’에 위치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통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통계는 1967년 처음 발표됐지만, 금융시장에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다. 미국 노동부가 조사 방식을 개선하면서 노동시장 상황을 좀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인정받은데다, 2000년부터 시작된 정보기술(IT) 주식 거품 붕괴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노동시장 상황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활동에 강력한 ‘선행성’ 지녀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통계의 큰 장점은 신속성에 있다. 매주 목요일에 지난주 금요일의 통계가 발표되니, 주간 단위로 경제변화 상황을 체크한다는 장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지표의 최고 가치는 미래 경제활동에 대해 강력한 ‘선행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만약 직장을 잃고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사람의 수가 매주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점차 소비심리가 악화돼 가계 지출이 감소하고,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지표를 경기선행지수의 중요한 요소로 다루게 된다.
   
미국의 실업자들이 2010년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잡 페어'에 입장하기 위해 리오호텔 앞에 길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이 있다. 경제가 성장기에 있든 후퇴 국면에 있든 상관없이, 매일 누군가는 직업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기업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폐쇄하거나 경쟁회사에 인수하게 하며, 완전히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의 변화 방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의 절대적 수준이다.
이때 기억할 숫자가 ‘37’이다. 2000년 이후 미국 경제의 흐름, 특히 노동시장으로의 신규 진입 및 퇴출 인구 변화를 감안할 때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37만 명을 넘어서면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시기가 2001년 초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증가해 37만 명 수준을 상회하자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방아쇠’로 작용했다.
참고로 2001년 초 실업률은 4.2%였지만 2001년 말에는 5.7%, 2002년 말에는 6.0%까지 상승해 1980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다. 2001년 초 한국의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수준이었지만, 미국 실업률 상승을 계기로 뛰기 시작해 2001년 4월에는 1343.9원까지 올라갔다. 반대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37만 명 수준을 하회하는 등 노동시장의 지표가 개선될 때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된다. 2003년 여름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35만 명 수준까지 떨어지자 원-달러 환율도 급등세를 접고 점차 하향 안정됐고, 이후 2007년 말까지 약 4년6개월에 걸쳐 추세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을 경험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미국 경제지표, 그 가운데에서도 매주 금요일 아침 발표되는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 통계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꾸준히 증가할 때는 자산 포트폴리오가 공격적인 방향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하며, 반대로 신청자 수가 꾸준히 하락할 때는 적극적인 자산운용 전략에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의 절대적 수준이 37만 명을 꾸준히 넘어설 때는 경기가 그리 좋지 못하고, 정책 당국의 경기부양 노력이 나타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hong8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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