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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시각으로 ‘미국 자본주의’ 해부
[경제와 책]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김영배 economyinsight@hani.co.kr

김영배 <한겨레> 기자

   
 
리오 휴버먼은 책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Man’s Worldly Goods·1936)로 국내에 이미 많이 알려진 저술가이다. 1950년 출간된 <휴버먼의 자본론>(원제: The Truth about Socialism)은 국내에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1987년 번역 출판되었다. 당시 번역은 영어 원서가 아닌 일본어로 옮긴 것을 토대로 삼았다.
이 책에서 휴버먼은  각종 자료와 증언을 통해 대공황 전후 미국 자본주의 경제의 실태를 사회주의자 시각으로 새롭게 조망한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경제사의 전반을 훑고 있다면, 이 책은 미국 자본주의 경제를 해부하면서 사회주의적 해법을 모색한다. 미국의 20세기 초 이른바 ‘강도귀족’ 시대 전후의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과 노동, 그리고 분배와 궁핍을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분석틀 속에서 명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미국 산업계·학계·정부관료들의 발언과 의회에 제출된 문서, 대통령 연두교서 등 곳곳에 인용되는 실증 자료를 통해 ‘오직 자본을 위한’ 미국 사회경제 시스템이 본질을 드러낸다. 그 본질은 궁핍과 불평등, 독점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펜실베이니아 뉴캐슬의 한 철강 노동자가 ‘임시 국가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생생하게 밝힌 증언에서는 자본주의 틀 안에서 위기와 공황이 거듭될 수밖에 없는 점을 설명한다.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 공권력이 동원되는 예도 생생하다. 미 해병대에서 33년 동안 복무한 뒤 소장으로 전역한 스메들리 D. 버틀러 장군이 중남미에 진출한 “미국 자본의 경호원 노릇을 했다”고 고백한 게 한 예다. 그 ‘자본’들 중 하나가 오늘날 미국의 유력한 은행 중 하나로 꼽히는 ‘브라운 브러더스-해리먼’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오늘의 현장은 어제의 역사와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계급은 정치적으로도 지배한다. 정부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대단한 갈채를 받은 높은 생활수준은 소수의 미국인들에게만 현실일 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한테는 미국의 최고 번영기였을 때조차 그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았다.” ‘한 줌밖에 안 되는 거대자본가들’이 실업을 퍼뜨리고 생산량을 줄여 독점 가격을 높이고, 지출에서의 사회적 낭비를 만들어낸다. 이런 강철군화 아래 놓인 노동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게 된다. ‘이윤을 위한 생산’이라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가 지배하는 미국 사회·경제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또 다른 측면은 공황과 전쟁이다.

양극화와 주기적 경제위기
미국인들이 대체로 부유하게 잘살고 있었다는 믿음은, 훨씬 열악한 다른 나라들에 견준 상대적인 의미일 뿐이며, 그것도 평균치에 지나지 않는다. 중간 아래쪽은 대공황 기간에는 물론이고, 그 이전 및 이후의 호황기 때도 비참한 수준의 생활을 면치 못하는 지독한 양극화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는 중·하위층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주기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학 교수가 2010년 펴낸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After Shock)에서 거듭되는 경제위기의 배경으로 “고소득자들이 중산층의 재산을 흡혈귀처럼 빨아들인 데 따라 소득 양극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게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휴버먼은 곳곳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목을 가미해 읽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의 시를 적소에 배치하고, 동화 속의 ‘마법의 장화’나 ‘달팽이 걸음’ 같은 표현을 통해 생산력과 구매력의 괴리를 뚜렷하게 각인시킨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낭비와 비효율 문제를 다룬 대목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의 한 장면을 따오고, 영국의 저술가 블래츠퍼드의 에세이집 <즐거운 영국>을 인용한다. 휴버먼은 폴 스위지와 함께 미국 좌파 잡지 <먼슬리 리뷰>를 공동 창간한 진보적 지식인이자 노동운동가이다.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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