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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식량의 종말
[경제와 책]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김화년 economyinsight@hani.co.kr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몇 개밖에 안 집었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난 1월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르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수급이 한파와 구제역 등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현재까지 나타나는 식량 가격 상승은 2008년 상반기의 상황과 무척 유사하다. 2008년에도 2011년 현재와 같이 식량 가격 상승이 외식이나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식량의 경제학>에서 언급하는 식량 가격 상승의 원인은 크게 수요 측면, 공급 측면, 금융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 신흥국 소득 향상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 수출 제한 등 주요 식량 생산국의 정책이 있다. △금융 요인으로는 달러화 약세나 투기적 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이 요인들은 2010·2011년 식량 가격 상승의 원인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정리한 식량 가격 변동 요인은 2012년 이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국제유가, 옥수수 그리고 식량 가격
특히 고유가가 지속돼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데 식량을 사용하는 일도 증가할 것이다. 국제 유가와 옥수수 가격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두 가격이 동시에 등락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상승할수록 생산비용이 증가해 옥수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식량의 주요 수입국은 중동 산유국들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를 팔아 식량을 수입한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곡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대부분의 식량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고, 산유국들은 식량을 사기 위해 유가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 식량 가격의 변동을 이해하는 데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변수들을 잘 연계해야 한다.
지난 2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가 2008년 최고 수준을 상회하는 등 현재 식량 가격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식량가격: 값싼 식량의 종말’(Food Prices: The End of Cheap Food)이라는 글에서 앞으로 식량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영국의 싱크탱크 ‘포어사이트’(Foresight)도 “더 이상 싼 가격에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식량 가격의 고공행진은 앞으로 40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식량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낮은 수준의 식량 가격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식량 가격 상승이 필연적이라면 가격이 상승할 때 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의 경제학>은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시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으로 나타날 높은 식량 가격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농민,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 원자재 시장 투자자, 식품회사의 구매 및 기획 담당, 정책 결정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식량 문제가 지속될수록 농업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이 더 이상 낮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천덕꾸러기 산업이 아니라 경제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농업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더욱 우리 삶을 유지시키는 생명산업이 될 것이다. <식량의 경제학>이 식량 문제의 중요성과 함께 농업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hnkim@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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