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장

“축구 경기에 붙는 광고는 2천만원이다. 하지만 야구는 한달 간 10억~15억원이다. 이러니 누가 축구 중계를 하려고 하겠나?”
한 케이블 텔레비전의 제작팀장 말처럼, 한 경기의 광고 수익으로 1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는 야구를 제쳐두고 그 수익의 50분의 1짜리 축구를 중계할 케이블은 없다. 축구의 굴욕이다.
하지만 야구와 축구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방송 중계를 많이 할수록 노출 효과는 커지고, 스폰서가 많아질수록 방송사는 투자 여력이 생긴다. MBC스포츠+는 야구 중계를 위해 볼과 스트라이크존을 구분해주는 비주얼 시스템을 도입했고, KBS N이나 SBS ESPN은 흥미진진한 장면 편집이나 하이라이트 재구성, 집중분석 등을 통해 팬 유인 효과를 높인다. 경기장엔 관중이 만원을 이루고, 뜨거운 관중 열기에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친다.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으로 프로야구는 사상 첫 600만 관중 돌파를 넘어 700만 명까지 노린다.

프로축구연맹은 뭐하나? 
충성스러운 축구팬 ‘축빠’는 야구광 ‘야빠’의 득세가 탐탁지 않다. 어쩌다 텔레비전 축구 중계를 할 때는 공중파의 야구 중계로 케이블 자리가 비어 있을 경우다. 간혹 전문 스포츠 채널이 아닌 드라마 케이블에서 인터넷 중계 화면을 받아 축구 중계를 할 때면 울화가 치민다. 화질과 해설이 수준 이하인데다, 화면이 잘려 있다. 이런 상황에 불만을 터뜨려봤자 쇠 귀에 경 읽기 식으로 무덤덤하게 대응하는 곳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이다. 아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게 옳은 말이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문학)는 “스포츠를 개화나 계몽, 국력의 연장선으로 봤던 1920년대 진보 성향의 잡지 <개벽>은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고 예찬했다”고 말한다. 이런 축구의 역사도 야구의 급팽창 앞에 무색할 뿐이다.
야구와 축구의 격차는 비즈니스 역량 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을 보면, 스포츠구단의 재정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중에는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 프로축구 16개 구단 중에는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를 비교해보자. 두산과 FC서울은 각각 두산중공업과 GS그룹이라는 모기업을 배경으로 한 기업구단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넥센과 인천은 일부 관계자나 시민이 주주로 참여한 시민구단으로 자력갱생해야 한다. 4개 프로팀의 손익계산표를 보면 야구와 축구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 드러난다.
입장료 항목을 보자. 야구 쪽에서는 일부 초대권을 제외하고는 공짜표가 없다. 공짜표가 없으니 좌석은 돈 내는 사람들만이 점유해 객단가(관중 1인당 입장 수입)가 7천~8천원이다.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정한 두산은 2010년 관중수입 75억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100억원이 목표다. 인기가 떨어지는 넥센도 지난해 입장수입으로 30억원을 올렸다. 축구단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액수다. 가령 50만 관중을 동원해 관중 수 1위를 기록한 FC서울의 지난해 관중수입은 22억원이다. 10억원 넘는 구단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야구단 최하위 입장수입을 기록한 한화(26억6천만원)보다 적다. 프로축구 인천의 지난해 관중수입은 1억2천만원이었다. 경기 수가 야구의 3분의 1 정도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허수와 무료 관중이 많고 관중 동원력이 떨어진 게 큰 요인이다. 객단가 1천원 미만의 축구단도 여럿이다.
두산의 지난해 매출은 관중수입(75억원)과 사업수입(182억원) 등을 합친 276억원이다. 선수단 운영비(148억원)와 판매·관리비(86억원), 구장임차비(18억5천만원) 등 각종 비용을 뺀 당기순이익은 12억원이었다. FC서울의 지난해 매출은 구단지원금(97억원)과 트레이드 수입(49억원), 광고수입(98억원), 사업수입(55억원), 입장수입(22억원) 등을 합쳐 325억원이다. 여기엔 여자배구단 매출 41억원이 포함돼 있는데, 선수단 운영비(238억원) 등 지출을 뺀 당기순이익은 -8100만원이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프로야구(왼쪽)와 파리만 날리는 프로축구 경기장의 대조적인 모습은 프로축구의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두 구단은 명목상 흑자이거나 흑자에 가깝지만 질이 다르다. 지출의 핵심인 선수단 경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선수단 경비는 대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들어가는 비용 일체를 말한다. 연봉과 수당, 계약금, 합숙·전지 훈련비, 용품값으로 구성된다. 크게 변화가 없는 경직성 경비여서 감축이 쉽지 않다. 그런데 프로야구 두산이나 넥센이 전체 매출의 절반 범위에서 선수단 경비를 쓰는 반면, 프로축구 FC서울은 전체 예산의 70%에 가까운 238억원을 선수단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축구는 야구와 농구를 포함한 3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선수단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통해 볼 때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인천은 더욱 심하다. 인천은 지난해 총매출 96억원 가운데 선수단 운영에 116억원을 털어넣어 매출의 110%를 선수단 운영비로 썼고, 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능력에다 도덕불감증까지 
프로축구 구단의 도덕불감증도 심한 편이다. 도민들의 푼돈을 모아 2008년 창단한 강원FC의 김원동 대표는 지난해까지 연봉으로 2억원을 받았다. 이 금액은 지난해 강원FC 매출액 84억원의 2.4%에 이르고, 강원FC의 정규직 7명과 계약직 14명 등 21명의 인건비(3억9500만원)의 절반을 넘는다. 시민구단 경남FC(9600만원), 대구FC(9200만원)의 임원 보수의 2배다. 뒤늦게 여론의 질타를 받자 올해부터 1억원으로 깎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한 시민축구단의 방만한 경영 실태의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창단된 광주FC의 박병모 단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됐고, 과거 인천구단의 안종복 단장은 선수 이적으로 올린 일시적 수입 증대를 반영한 장부상의 흑자를 빌미로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사기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축구 쪽에 위기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과 관중 동원에서 가장 앞선 FC서울의 김태주 홍보팀장은 “요즘 우리는 목숨을 걸고 영업한다. 연간 80억원 이상인 모기업의 지원금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축구와 야구의 문화 차이를 지적한다. 장환수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은 “야구의 경우 고 이종남씨나 천일평 <OSEN> 편집인 등 선배 기자들이 야구위원회와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자극을 주면서 좀더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형태로 야구경영 문화를 선진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축구는 언론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관계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경향이 있다. 단장 회의는 늘 이견으로 뜬구름만 잡는다. 연감에 실린 내용만 봐도 차이가 드러난다. 야구가 관중수입과 경기장 사용료 등 구단별 재정 상황을 공개하는 데 비해, 축구는 구단 살림과 관련해 어떤 자료나 통계도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 프로축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모든 구단의 재무 상태를 열람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전문과학대학원 교수는 “스포츠는 비즈니스인데, 한국의 프로축구 구단은 손익이나 수지를 따지지 않고 성적에만 목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 등 구단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가고 있다”며 “여력이 되는 기업 구단이 아니라면 성적보다는 구단 살림 규모에 맞게 손익계산부터 우선적으로 따지는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로축구가 이런 변화라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중계권료만으로 모든 팀의 재정을 흑자로 돌리겠다는 야심만만한 구상을 하는 야구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