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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즐거운 '1박~ 2일'!
[Project]다시 돌아온 캠핑의 시절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이호석 economyinsight@hani.co.kr

이호석 <토마토TV> 산업부 기자

어릴 적에 부모님을 따라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터널 같은 텐트를 치고, ‘부르스타’ 위 코펠에 쌀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던 가족 여름 휴가. 손바닥만 한 텐트를 짊어지고 친구들과 함께 탄 심야 열차에서 밤새 라디오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객기 섞인 낭만을 즐긴 기억…. ‘캠핑’ 하면 떠오르는 기억들이다.
캠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30~40대인 경우 학창 시절 한두 번쯤 캠핑을 가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캠핑은 위에서 언급한 정도이다. 더욱이 직장인이 된 뒤로는 캠핑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고가의 캠핑용 차량을 이용한 오토캠핑이 유행하고 있다.

캠핑의 화려한 컴백
사람들에게 캠핑의 기억은 ‘소싯적’에 머물러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콘도·펜션만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캠핑은 사람들 기억에서 왜 사라졌을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공단이 1990년대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엔 지리산 세석평전이나 설악산 양폭포 옆에서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전국의 유명한 산과 계곡은 여름철만 되면 야영객으로 넘쳐났다. 등산로 옆 계곡가에 조그만 공간이라도 있으면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음식 찌꺼기와 각종 쓰레기를 버려, 자신이 여기에 왔다 간다는 흔적을 남기고 오는 게 다반사였다.
결국 공단은 국립공원 내 야영과 취사를 전면 금지하는 특단의 조처를 취하게 된다. 산림과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점차 공단의 조처가 안착되면서 ‘텐트’와 ‘캠핑’, ‘야영’ 등의 용어가 사라졌다.
캠핑 갈 곳이 없어지자 캠핑을 즐기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고, 관련 산업도 직격탄을 맞는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캠핑용품 사업을 접고 의류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게 된다. 국립공원 캠핑 금지 조처로 캠핑계에는 큰 ‘변혁’이 오게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캠핑계는 ‘암흑시대’가 계속된다.
캠핑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건 최근 2~3년이다. 그 전에도 캠핑 마니아들이 있었지만, 전 국민적 레저는 아니었다. 캠핑계에서는 이 열풍의 원인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와 ‘캠핑문화 변화론’을 꼽는다.
미국이나 일본 등 캠핑 역사가 깊은 나라들의 경우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캠핑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차량과 장비가 필수이니 이 정도 소득은 돼야 캠핑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도 최근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이 되자, 외국의 경우처럼 캠핑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의 캠핑 도구가 대거 등장해 이제 '불편한 캠핑'은 옛말이 됐다.

또한 예전처럼 텐트와 버너, 코펠을 바리바리 싸들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힘겹게 나서는 게 아니라, 넓은 스포츠실용차(SUV) 차량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싣고 우아하게 떠나는 것으로 ‘놀이 방식’이 바뀌면서, 소싯적에 즐기는 ‘객기 문화’가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기는 ‘레저’가 됐다는 게 ‘캠핑문화 변화론’이다.
‘야영’에서 ‘오토캠핑’으로 캠핑을 즐기는 방법이 바뀌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여유가 생겼으니 최근의 열풍은 아마 둘 다 이유인 듯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최근 취사와 야영이 가능한 정식 야영장을 늘리고, 산림청도 자연휴양림에 캠핑족을 위한 시설을 마련한 것도 캠핑 붐에 일조했다.
필자가 처음 캠핑에 관심 갖게 된 때는 2009년 봄이다. 이제 겨우 캠핑을 시작한 지 3년차에 불과하지만, 캠핑 나간 횟수로는 100번이 넘는다. 1년이 52주니까 1년간 주말에 ‘출격’할 수 있는 횟수가 52번이고 3년이면 156번이 되는데, 그 가운데 100번을 나간 셈이다.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지만, 캠핑계에는 사시사철 매주 나가는 ‘캠핑계 절대 고수’도 꽤 된다.
필자가 처음 캠핑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콘도나 펜션은 만날 가는 데만 가는 것 같아 새로워야 할 여행지가 너무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즈음, 캠핑을 테마로 하는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를 만나게 됐다. 많은 캠핑 후기를 보면서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장비를 준비해서 첫 캠핑을 나갔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캠핑의 큰 매력은 가족이 함께 힘을 합쳐 뭔가를 한다는 점이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우선 텐트부터 친다. 그다음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찌개를 끓인다. 가족마다 자기 역할이 있다. 각자 맡은 임무가 모두 끝나면 비로소 아늑한 텐트와 이부자리, 그리고 맛있을 것임이 틀림없는 점심 혹은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다.
저녁 때는 분위기 있는 랜턴을 켜놓고 장작불을 지피면서 가족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텐트에서 별을 보며 잠잔다. 푹 잔 뒤 아침에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깨어나면 ‘캠핑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캠핑에도 돈이 들어간다
못박아둘 것 한 가지. 캠핑은 싸게 즐기는 레저가 아니다. 텐트만 해도 쓸 만한 건 20만원 안팎이고, 몇백만원짜리 고가 텐트도 즐비하다. 여기에 테이블과 의자, 랜턴 등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는 데 아무리 아껴도 수십만원이 들어간다. ‘펜션 몇 번 가는 셈 치고 이 정도 비용은 써보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 나갈 때마다 드는 기름값과 식비도 매번 만만치 않다.
   
경기도 가평읍에 위치한 자라섬 오토캠핑장 모습.

한 번도 캠핑을 나가보지 않은 초보자는 주변에 캠핑하는 지인이 있다면 ‘묻어가는 식으로’ 한번 나가보는 게 좋다. 지인이 없다면 그냥 캠핑장에 구경을 와도 된다. 비용은 들이지 말고 ‘도대체 캠핑이 어떤 것이기에’ 하는 마음으로 나가보고, 내 성격과 스타일에 캠핑이 맞는지 궁합을 먼저 보는 게 낭비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의 캠핑 후기를 뒤져보면 초보가 고수로 변해가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보인다.
묻어가는 식으로 캠핑을 나가서 제대로 ‘필’을 받은 사람은 집에 돌아오자마자(다음날부터가 아니다!), 각종 캠핑 사이트와 용품 판매 카페를 헤매고 다닌다. 나름대로 준비해서 뿌듯한 마음으로 나만의 첫 캠핑을 나가면 나보다 더 좋은 장비, 내게 꼭 필요한 장비가 눈에 띈다. ‘지름신’이 충만해 다시 집에 와서는 또 다른 장비와 액세서리를 찾아헤맨다.
캠핑을 몇 번 거치면 자신의 경제 사정을 뛰어넘는 초호화 장비로 무장하게 되고, 늘어난 장비에 차까지 바꿀 생각을 하면서 캠핑장에 나간다. 그리고 허접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장비를 보고는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면서 마치 자신이 캠핑의 고수가 된 듯 착각에 빠진다.
호화 캠핑을 한 해 정도 하면 카드요금 고지서를 받게 되는 어느 날, 문득 회의가 찾아온다. ‘내가 하는 캠핑이 제대로 된 캠핑일까. 그동안 장비에 너무 신경 쓰면서 다닌 것은 아닐까. 뭔가 놓친 게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캠핑은 계속 다니는데, 어느 날 눈에 띄는 이웃 사이트(텐트 자리)를 발견하게 된다. 고가 장비도 아니고 내가 가진 것 중에 없는 것도 많은데, 무언가 오래 캠핑한 사람처럼 최적화되고 베테랑 분위기가 묻어나는 장비로 자신만의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캠핑 주방도구 가운데 하나인 미니 터치오븐.
그런 이웃을 두어 번 만나게 되면 결국 캠핑은 장비가 아니라 분위기였고, 내가 애초 캠핑을 시작한 것도 장비를 사려고 한 게 아니라 캠핑 분위기가 좋아서였던 것임을 깨닫는다.
이 단계가 되면 이제 캠핑 고수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화려한 장비들은 점점 중고장터로 사라지고, 손때 묻고 애착이 가는 장비와 캠핑장의 넉넉한 자연만 남아서 나름대로 캠핑의 경지에 들어섰음을 은근히 알릴 수 있다. ‘화려함이 아니라 디테일에 강해야 고수’라는 걸 아는 데까지 드는 수업료는 대략 500만원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은 캠핑을 시작하게 되면 우선 본인이 쓸 수 있는 예산을 정해놓고 그 범위 안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들여야 한다. 예산을 넘었다면 다른 장비를 포기하는 등 어떻게든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 원칙을 어기면 당신도 500만원의 수업료를 내는 수가 있다.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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