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바싸’처럼 경영하라
[이제구의 Moral Innovation]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이제구 economyinsight@hani.co.kr

이제구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 및 스페인 EADA 경영학과 교수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너른 운동장에서 공 차는 일도 즐겁지만,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아이들 축구팀을 뒷바라지하는 일도 즐겁다. 나는 또 축구를 연구한다. 몇 해 전 <한겨레21>에 기고한 글(‘박주영 신드롬은 위험하다’, 2005년 8월2일치 570호)에서 “패스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는 팀이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그런데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축구클럽 바르셀로나(바싸)가 내 주장을 명확하게 입증해주었다. 바싸는 볼 점유율에서 상대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압도했고, 정교한 패스 네트워크를 통해 말 그대로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었다.

축구클럽 그 이상인 FC 바르셀로나
이 경기에서 내가 바싸를 응원한 이유는 꼭 패스 네트워크를 잘 이용하는 팀이라서만은 아니다. ‘Més que un club’이라는 바싸 구단 슬로건이 말해주듯 ‘축구클럽 이상의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바싸 경영진의 의뢰로 바싸의 전략을 검토 및 연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바싸가 축구와 스포츠를 통해 사회혁신을 창출해왔고, 이런 바싸의 운영 철학이 기업에도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첫째, 바싸는 유소년 선수를 세계적 인재로 육성해 조직을 발전시켰다. 바싸의 주요 선수들은 바싸 유소년 축구교실인 ‘라 마시아’(La Masia) 출신이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지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 중 8명이 라 마시아 출신이다. 지난해 말에는 라 마시아 출신인 메시, 차비, 이니에스타가 국제축구연맹(FIFA) 골든볼 수상 후보에 올랐다.
바싸가 성장장애증후군에 걸린 13살의 메시를 바르셀로나로 이주시킨 뒤 보살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때문에 메시는 엄청난 연봉을 제시한 다른 팀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바싸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싸의 현 감독인 과르디올라도 라 마시아 출신이며 바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바싸의 이런 전략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가 유명 선수들을 엄청난 이적료를 내고 사오는 것과 종종 비교된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와 카카를 영입하기 위해 맨유와 AC 밀란에 각각 1억3천만달러와 9천만달러를 이적료로 지급했다. 만일 바싸가 메시·차비·이니에스타를 다른 팀에서 영입했다면 엄청난 이적료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바싸는 전세계 프로구단 중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팀이다. 지난해 말 바싸 선수들의 평균 개인 연봉은 790만달러로 미국과 유럽의 축구·야구·농구·미식축구 팀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 몇 년간 레알 마드리드는 바싸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싸는 최근 3년간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로 10개 넘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 여파로 바싸 경기 중계권료는 2009년 6천만달러에서 2010년 2억2천만달러로 뛰어올랐다. 이쯤 되면 누가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기업 처지에서 스타 경영인을 영입할 것인지, 조직 내부에서 자기계발을 통해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전자는,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만 하면 되고, 그때그때 필요한 인재를 언제든지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후자는, 조직 구성원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줘 인재를 양성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후자의 전략을 따르고 실천한 바싸는 조직 구성원에게 결속력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게 만들었다.
둘째, 바싸는 축구와 스포츠를 통해 팬들에게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바싸는 비영리조직이며 17만 명에 이르는 클럽 회원이 주주 역할을 한다. 5년마다 경영진이 바뀌었지만, 매년 클럽 회원 3천 명에게 바싸 활동에 대해 보고한다. 클럽 회원은 바르셀로나 주민, 또는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방 사람, 나아가 스페인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축구가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인 것처럼, 바싸의 회원도 점차 세계화되고 있다. 바싸의 활동은 점차 전세계에 퍼져 있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표적인 것이 ‘칙스’(XICS)와 ‘헤스’(JES)라는 활동이다.
칙스는 ‘연대센터 국제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Solidarity Centers)의 줄임말이다. 낙후된 지역의 아동들이 스포츠, 교육, 심리적 안정, 건강 증진 활동을 펼치게끔 도와준다. 바르셀로나와 카탈루냐 지방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 교육이나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각종 질병에 취약한 아동들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만들어준다.
바싸는 칙스를 지역 정부나 비영리단체와 함께 운영하기도 하는데, 그 나라의 교육 체제에 대한 보완재 기능을 하기 위해서다. 현재 바싸는 스페인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말라위·말리·모로코·세네갈, 남미의 멕시코·브라질·에콰도르, 인도에서 칙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지난 5월 29일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그라운드에 놓고 환호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동반성장’ 전략
헤스는 ‘스포츠와 연대를 위한 워크숍’(Sports and Solidarity Workshop)을 말한다.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많은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인성을 가르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파키스탄·인도·필리핀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바르셀로나의 라발 지구에서 펼친 활동을 보자. 이 지역 이민자들의 자녀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지역사회가 점차 슬럼화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지역에 종사하는 교육자 15명과 아동 120명을 대상으로 한 헤스 활동은 이민자를 스페인 사회에 통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현재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모로코, 세네갈, 온두라스의 지역사회에서도 헤스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칙스나 헤스 활동은 바싸가 클럽 회원이나 팬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생각하도록 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바싸가 스포츠클럽이라는 특성상 클럽 회원이나 팬들의 지지와 후원이 조직 생존을 위한 주된 요인이다. 바싸는 이런 이해관계자들과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요즘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어느 기업 조직이든 우수하고 믿을 만한 공급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자를 그저 일회성 계약자로 여기거나 단가를 후려칠 수 있는 ‘을’로만 여긴다면 장기적인 생존과 성과를 확신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바싸는 전세계 낙후 지역의 아동을 대상으로 유엔과 협력해 스포츠를 통한 사회혁신 활동을 하고 있다. 바싸는 유엔 ‘새천년개발계획’(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 매년 수익의 0.7%를 기부하겠다고 약정했다. 또한 유니세프(UNICEF), 유네스코(UNESCO), 유엔인권위원회(UNHRC)와 협력해 전세계 낙후된 지역의 아동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와는 인종차별과 약물사용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과 약물사용은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아동에게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바싸의 경험을 유네스코와 나눌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는 전세계 난민을 대상으로 스포츠와 교육을 통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싸는 난민캠프에 칙스나 헤스 활동을 도입하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기술적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르완다로 피신한 콩고 난민, 네팔에 자리한 부탄 난민, 에콰도르에 있는 콜롬비아 난민을 대상으로 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후천성면역결핍증(HIV/AIDS)에 노출된 아동을 위해 매년 약 210만달러를 유니세프에 후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와질란드에서는 아동 2천여 명의 AIDS 치료를 도왔고, 700여 개의 지역사회센터를 통해 AIDS 교육을 진행해왔다. 말라위에서는 12만5천 명에 이르는 5살 이하 아동들에게 음식과 기초 교육을 제공했다.

누적 적자 해소가 관건
지난 시즌까지 바싸 유니폼에는 유니세프 로고가 새겨 있었다. 지난 4월 말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싸에 패한 레알 마드리드 감독 조제 모리뉴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바싸가 달고 있는 유니세프 로고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가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노란색의 유니세프 로고가 바싸에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비롯한 팀스포츠 경기에 투입된 심판들은 홈팀 팬들의 열성적 응원에 영향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심판들은 선행을 베푸는 팀에도 끌리는 게 아닐까? 2009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싸와 다툰 팀은 다름 아닌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그때 맨유 유니폼에는 악명 높은 ‘A.I.G.’ 로고가 붙어 있었다. 당시에도 바싸가 맨유를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싸는 축구와 스포츠라는 한 우물을 파서 축구클럽으로서 성공했고, 전세계 팬들과 여러 지역사회의 아동을 상대로 뜻깊은 공동체 사업도 벌이고 있다. 그 덕분인지 2010년 초 현재 바싸 구단의 가치는 10억달러에 이른다. 바싸가 다른 축구클럽들과 달리 인재를 직접 길러냈고, 클럽 회원과 팬에게 사회적 의미를 창출했고, 전세계 낙후 지역에서 사회적 혁신을 일구면서 이런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얼마 전 한 기업책임 컨설팅 회사의 발표에 의하면, 성공하는 기업은 기업의 책임 있는 활동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 또 다른 예가 바싸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바싸의 성공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토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데 들어간 비용이 상당하다. 2009~2010년 시즌에 발생한 순손실이 1억800만달러에 이르고, 누적 적자가 5억7천만달러다. 지난해 6월 들어선 새로운 경영팀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서 2억1천만달러를 빌렸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정에 처한 바싸는 급기야 카타르재단에서 5년간 최소 2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기로 했다. 내가 만난 바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후원금이 없다면 우리는 바싸 선수들과 직원들을 해고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지만 현재 바싸는 경영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흔히 기업의 책임을 주장만 하지, 그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자가 자신의 기업 활동과 관련 없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업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싸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한 우물을 파는 경우도 그 결과가 늘 긍정적이지는 않다. 하물며 자신의 기업 활동과 관계없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기업은 그 성과가 어떻겠는가. 기업의 책임 있는 활동도 전문화와 합리적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economyinsight@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