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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악화가 만든 ‘밀레니엄 불평등’
[Special Report Ⅱ]재림한 불안사회, 계급 논의 부활하나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신광영 economyinsight@hani.co.kr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경제성장 속도가 빨랐던 만큼 한국 사회는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이 1990년대 한국의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촉발했다면, 1997년 외환위기는 2000년대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촉발한 대사건이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경제개혁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고용체제와 분배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이 변화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인구·가족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밀레니엄을 불평등과 빈곤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한국의 불평등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심화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추진된 각종 경제적 자유화 정책과 노동조합운동의 약화로 인해 1994∼95년을 기점으로 분배구조가 다시 악화됐다. 1987∼94년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0.281에서 0.238로 크게 줄어들었고, 10분위 소득배율도 7.55에서 5.92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추세는 1994년 이후 반전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불평등 심화 추세는 더 가속화됐다.

2000년대 불평등, 다시 1980년대 초반 수준 넘어서
   
지난 6월12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1980년대 초반 수준을 넘어섰다. 2010년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가구소득 지니계수는 0.341로, 199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불평등이 가장 심한 미국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이 유색인종 차별이 심하고 도심 내에 대규모 슬럼이 형성돼 있어 빈부 격차가 극심한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2010년 한국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지표인 소득 격차도 크게 늘었다. 2003년부터 통계청이 수집한 전국 2명 이상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가구소득 통계에서 5분위 소득배율이 2003년 5.0에서 2010년 6.03으로 늘어났다. 도시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도시 2명 이상 가구소득 분위배율은 1990년 3.93배에서 2006년 5.39배로 늘어났다. 여러 가지 지표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소득 격차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의 불평등 심화는 사회 양극화를 불러왔다. 사회 양극화의 주된 원인은 계급 불평등 심화다. 계급 불평등 심화는 계급 간 불평등 심화와 계급 내 불평등 심화라는 두 가지 추세가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계급 간 불평등 심화는 계급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외환위기 이후 30대 재벌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산했지만, 나머지 재벌기업들은 이전보다 몸집을 더 크게 불릴 수 있었다. 계열사가 계속 확장되면서 계열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이른바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되살아나면서 재벌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더 커졌다.
일반적으로 서베이에서 대재벌은 포함되지 않는다. 서베이 가구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응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각종 서베이를 통해 나타나는 자본가계급은 중소자본가들이다. 소규모 자본가들의 월소득만 살펴보더라도 계급 간 격차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소규모 자본가의 월소득은 일반 사무직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았지만, 2007년에는 2.6배 정도 높아서 격차는 더욱 커졌다.
자영업자인 프티부르주아지와 화이트칼라 노동계급의 격차도 확대됐다. 프티부르주아지의 월평균 소득은 1998년 화이트칼라 노동자계급 월평균 소득의 75%에 불과했으나, 2007년 112%로 더 높아졌다. 자영농과 도시 소규모 자영업자를 주축으로 하는 프티부르주아지가 경기회복이 되면서 사무직과 도·소매 서비스직을 주축으로 하는 화이트칼라 노동계급과 소득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비소유 계급인 경영관리직과 전문직 피고용자인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의 격차는 줄어들었다. 경영관리직과 전문직 중간계급의 소득은 1998년 화이트칼라 노동계급에 비해 약 1.58배 더 높았으나, 2007년에는 1.44배 정도로 두 계급 간 격차는 약간 줄어들었다.
계급 간 평균소득 격차의 증가가 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요인이지만, 계급 내 불평등 심화도 불평등 심화의 요인이다. 이것은 <그림1>과 <그림2>의 비교를 통해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림1>은 외환위기 직후의 계급별 소득분포를 보여준다. 맨 오른쪽에 자본가의 소득분포가 있고, 그다음이 중간계급I(경영관리직과 전문직 피고용자)의 소득분포다. 맨 왼쪽에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소득분포가 있다. 이 그림이 보여주는 것은 동일한 계급 내에서도 소득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과, 대체로 여러 분포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로 나타난 것이 숙련노동자 계급이라는 점이다.

비정규직과 기업 합병, 계급 간·계급 내 불평등 높여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이 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가 됐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기업이 합병되면서 계급 간·계급 내 소득 불평등이 큰 변화를 보였다.
<그림2>는 2005년 계급별 소득분포를 보여준다. 자본가계급의 소득분포가 다른 계급의 소득분포와 중첩되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었고, 오른쪽으로 더 치우쳤다. 1998년과는 달리 화이트칼라 노동계급의 소득분포가 왼쪽으로 치우쳤고, 중간소득을 보여주는 가운데 봉우리가 사라졌다. 이것은 고소득인 오른쪽과 저소득인 왼쪽으로 소득이 치우쳐서 나타나는 소득 양극화를 보여준다.경제활동으로 얻어지는 소득의 불평등 심화는 소득에 한정되지 않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포함하는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고소득자는 부동산 구입이나 금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외환위기 이후 300% 정도 폭등하면서 2000년대 들어 주택이나 토지의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외환위기로 폭락한 주식시장도 700% 정도 급상승하면서 부동산과 주식투자는 소득이 높은 계급의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근로빈곤층이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소득자들은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수단인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 양극화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을 통한 재산 증식이 용이해지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됐다. 2010년 통계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2010년 소득 하위 20%의 전체 자산액은 1억965만원에 불과했으나, 소득 상위 20%의 전체 자산액은 6억2048만원으로 거의 6배 더 많았다. 이는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빚을 제외한 순자산 규모는 가계자산 상위 20%가 7억4863만원으로 하위 20%의 158만원에 비해 무려 474배 더 많았다. 자산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는 0.63에 달해, 소득 불평등 0.341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조손가정. 조손가정의 증가는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구실을 한다.
한국의 불평등 심화를 이해하는 데 계급에 기인하는 불평등 심화 문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불평등 심화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소득이 없거나 적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의 빈곤 문제는 전체 인구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전체 노인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빈곤층에 속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율은 전체 가구 대상 빈곤율보다 2배 정도 더 높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노후 소득 준비나 사회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전체적으로 불평등을 심화한다.
가족구조 변화도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이혼율 증가로 인해 여성가장 가구가 늘어나고, 조손가구가 늘어나면서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장 가구의 빈곤율은 2005년 56.1%로 나타나, 여성가장 가구의 증가가 전체 빈곤율의 증가를 낳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가장 가구의 증가는 대부분 이혼과 사별로 인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이혼율은 1990년대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혼이 더 이상 사회적 낙인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크게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혼율 증가로 나타나는 새로운 가족 유형은 조손가구다. 이혼 증가는 조부모와 손녀 혹은 손자로 이뤄진 가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재혼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유기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조손가구가 늘고 있다.
사교육 중심의 교육 현실에서 빈곤가구의 아이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능력과 각종 입시정보가 중요해진 교육 경쟁에서 빈곤층 아이들은 쉽게 낙오자가 된다. 중간계급이나 자본가계급에서 사교육뿐만 아니라 조기 유학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활용하고 있지만, 노동계급이나 프티부르주아지의 경우 경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상승이동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더구나 빈곤층은 교육 기회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사교육 중심의 교육체제에서 부와 빈곤은 세습되기 때문에 계급 불평등이 더욱 확고하게 구조화됐다.
한국의 불평등은 계급 불평등을 근본 축으로 하면서 고령화와 가족 변화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데 필수이다. 불평등 문제는 단순히 경제 수준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고용과 소비 더 나아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kyshin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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