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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Editor’s Letter]
[15호] 2011년 07월 01일 (금) 김보근 economyinsight@hani.co.kr

김보근 편집장·경제학박사  

“나는 왜 나일까?” 이번호 커버스토리 ‘클라우드 e-conomics’를 다루면서 문득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구름 위 저편에 모든 정보를 저장해놓고, 언제 어디서든 불러내 쓸 수 있게 하는’ 이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분명 많은 이들이 그곳에 자신의 정보를 저장해둘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아마 시시콜콜한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가족이 함께 찍은 동영상 파일을 그곳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그 자료들을 불러냈을 때, 어쩌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어, 나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군! 도대체 이게 언제 이야기지?”
나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억’일 것이다. 나는 내가 했던 이야기, 함께 지내온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사건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인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나보다 더 나에 대한 기억을 ‘구름 너머 저 어딘가’에 정확히 보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이에게 ‘현실에 존재하는 내가 진짜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만큼 큰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호 스페셜 리포트2 ‘닫힌 사회 막다른 골목은 계급인가’도 사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복지 축소’로 시끄러운 상황은 예전 ‘불안정 사회’에 대한 기억을 다시 불러온다. 불안정 사회는 당시 사람들에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삶을 강요했다. 산업자본주의 초기 그 참혹한 ‘불안정’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에 힘입어 사회 복지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그리스를 비롯해 포르투갈, 스페인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 이 복지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다시 ‘기억’해야 한다. 이 복지 시스템이 흔들린 다음 찾아올 불안정 사회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삶을 줄 것인지…. 이를 위해 불안정 사회와 관련한 유럽과 한국의 진단과 극복 시도들을 모았다.
또 다른 특집 ‘중국-인도의 날선 아프리카 구애’도 ‘신식민지’라는, 아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 속 단어’를 바탕으로 삼는다. 이 말은 30년 만에 미국 국무위원 자격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6월10일 잠비아에서 했다. 특히 아프리카는 오랜 시간 동안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의 식민지 체험을 했던 곳이기에, 클린턴의 이 단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한 이 단어는 오히려 ‘달아오르는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구실도 했다. 이번호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중국의 <신세기주간>과 인도 <비즈니스 투데이>의 생생한 현지 취재를 통해 ‘아프리카 투자 현황’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도, 어쩌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됐을지 모른다.
tree21@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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