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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 등락에 춤추는 ‘은’ 가격
[쏙속 경제]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홍춘욱 economyinsight@hani.co.kr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국제 상품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랠리를 지속하던 국제 은 가격이 폭락한 것은 3년째 지속되던 상품시장의 호황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금융시장의 눈이 은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은 가격 급등락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자.
 
1980년과 2011년, 은값 폭락의 닮은 점
2010년 초 온스당 16.9달러이던 국제 은 가격이 2011년 4월 말 48.4달러까지 급등한 뒤, 5월13일에는 35.4달러로 추락했다(고점 대비 26.9% 하락). 물론 금 가격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만 그 정도는 덜하다. 2010년 온스당 1097.3달러에서 2011년 1536.2달러까지 상승한 뒤, 5월13일에는 1495.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점 대비 2.7% 하락).
최근 국제 은 가격의 폭락 사태가 촉발된 원인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은에 대한 증거금 규제 때문이라는 점에서, 1980년 초 유명한 국제 은 가격 폭락 사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1970년 3월 1.9달러에 불과하던 국제 은 가격은 1980년 2월 말 온스당 무려 35.52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역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은 증거금 규제 이후 폭락해 1982년 6월 말 5.73달러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 은 가격 폭락 사태의 원인을 단지 시장 규제 강화에서 찾는 건 문제가 있다. 1980년 당시 국제적 은 가격 폭락 사태도 헌트 형제를 비롯한 일부 투기꾼의 몰락과 함께 중동 지역의 정세 안정이라는 배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국제 은 가격 폭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일단 먼저 지적할 것은 최근 은 가격의 폭등 및 폭락 사태가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천연가스와 커피, 그리고 은 시장은 상품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큰 대신, 가장 추세를 형성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제 은시장의 지난 30년간 추세를 살펴보면, 1980년과 2010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항상 3∼10달러 수준을 장기간 횡보해왔다. 특히 대표적 상품인 원유 가격의 변화와 비교해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국제 원자재 중에서도 은 가격이 추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장기간 횡보한 이유는 주요 상품 중에서 가장 ‘공급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원유나 구리 등의 원자재는 수요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어렵지만, 커피·원당·천연가스·은 같은 원자재는 상대적으로 공급 확대가 쉽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제품들의 공통점은 일별 변동성은 꽤 큰 편이지만, 장기적 가격 흐름은 안정적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공급 차질이 없는’ 상품까지 가격이 급등한다면?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이전의 시장 흐름을 바꿀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제 은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고 또 폭락한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그 답은 ‘달러화 가치’ 변화에 있다.
1980년과 2011년의 은 가격 급등(과 폭락) 사태의 배경을 이루는 것은 바로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반등)이다. 1970년 미국 달러 가치(교역 가중 가치)는 120.6포인트를 기록했으나, 1975년에는 103.5로 하락한 데 이어 1979년에는 85.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10년에 걸친 장기적 달러화 가치 하락은 상품시장 투자자에게 축복이었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 것은 미국 정책 당국이 방만한 통화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데 있었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가장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이 바로 상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가장 크게 상승한 상품은  ‘금’이었다. 그렇지만 금 가격이 1970년 이후 10년간 10.9배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못 오른 대체 상품(은)에 대한 투자가 불붙기 시작했다.
2011년도 마찬가지다. 2008년 발생한 경제위기를 계기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통화 공급을 늘리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초유의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시장에서 매입하니, 정부는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 없이 채권을 발행해 재정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어 좋고, 채권 보유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채권을 비싼 값에 인수해주는 연준 덕에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달러화 가치가 2009년 3월 89.1포인트에서 2011년 4월 말 72.9포인트로 급락함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

   
 
은값, 미 달러 정책 따라 다시 높아질 듯
그렇지만 가장 행복한 이는 상품시장에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세계 제1의 강대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금이 일제히 상품시장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은 시장이 주목받은 것은 원유와 금 등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품 가격이 일제히 폭등한 가운데, 금이 은의 80배 이상 수준에서 거래되자 투기자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을 매입하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1970년 이후의 금/은 비율 평균은 55배).
1980년과 2011년 은시장의 상황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유사하다. 1980년 은 투기 붕괴는 미국의 연준 의장 폴 볼커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2011년 5월의 폭락 사태는 6월로 연준이 시행한 양적 완화가 종료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1980년과 2011년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다름 아닌 미 연준의 의지다.
1980년 볼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적’이라고 판단하고 정책금리를 1980년 1월 14.0%에서 3월에는 20.0%까지 인상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취했고, 이는 상품시장의 폭락 사태로 연결됐다. 반면 현재 미 연준은 그런 단호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양적 완화를 오는 6월 말로 종료하는 대신, 이미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이를 다시 채권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통화 공급 확대 정책 기조를 중단할 뜻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최근 국제 은시장의 혼란은 ‘추세적 하락’의 시작보다는 양적 완화 종료를 계기로 차익 실현 매물이 증대한 데 따른 ‘일시적 하락’ 쪽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economists@economists.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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