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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과 현실경제, 그 비유의 압권
[경제와 책]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정명진 economyinsight@hani.co.kr

정명진 출판기획자
 
   
 
<달콤한 경제학>(<The Little Book of Economics>)의 국내 소개 여부를 놓고 고민할 때 힘을 실어준 글이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서울대 게시판에 쓴 추천의 글이었다. “<괴짜경제학>이나 <경제학 콘서트> 같은 책은… ‘아, 이건 경제학적으로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깨닫게 만들어주는 데 주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경제적 직관을 깨우쳐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말입니다. 반면에… 경제학적 지식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The Little Book of Economics>)은 거시정책의 기본을 알기 쉽게 풀어썼기 때문에 배울 게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특히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것과 보완적으로 활용하면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길게 인용하는 이유는 <달콤한 경제학>의 장단점을 다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경제이론과 현실경제의 행복한 만남’으로 옮긴 부제 ‘How the Economy Works in the Real World’ 그대로이다. 20년 동안 캐나다 일간지와 미국 <월스트리스저널>을 거쳐 지금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경제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현실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썼다. 어려운 경제용어는 철저히 배제했다. 곳곳에서 동원하는 비유가 압권이다.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내공을 엿보게 만든다.
그 예를 보자.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확인됐듯, 경제적 국경이 무너진 현상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지구촌은 하나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기계가 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중국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은 저축을 항공 마일리지에 넣어두는 것으로 설명된다. 중국의 자본통제 때문에 위안화를 보유하는 국가들은 위안화를 주로 중국과의 무역 결제에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경제위기가 일상화되고 미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저자 그레그 입은 일찍부터 생활 속에서 경제 교육을 받았다. 경제학자로 활동한 어머니가 경제학에서 배운 내용을 자녀 양육에 응용한 덕이다. 어머니에게서 매주 받는 용돈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오르내린 경우는 자신이 유일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세계경제는 아직 2008~2009년 금융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정 과정인 것이다. 이 사이에 통념을 깨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부채 위기가 스토커처럼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고 괴롭히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일어나고, 통화 공급과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경제 지식으로 알아온 것은 이미 지식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한국이 아닌 미국 경제를 다루고 있는 부분은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및 부정 인출, 금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부실 감독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강점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경우 금융감독기관이 비합리적이다 싶을 만큼 많다. 은행 홀딩컴퍼니와 주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들 중 연방준비제도의 회원 은행을 감독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을 감독하는 통화감독청(OCC), 저축기관을 감독하는 저축기관감독청(OTS)이 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의 회원이 아닌 주정부의 허가를 받은 은행을 감독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주 금융부가 있다. 물론 감독기관 수가 많다고 감독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어느 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돼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독기관 사이에 경쟁을 유도한다.
일이 터지기만 하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고 지적하는데, 그 ‘도덕’이 그냥 생기는 것일까? 도덕도 능력이다. 전반에 걸친 지식이 갖춰져야 한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 책 추천의 글에서 “폭넓고 종합적인 분석들은 구름 한 점 없는 3만 피트 상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00123k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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