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무소유 비즈니스
[이제구의 Moral Innovation]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이제구 economyinsight@hani.co.kr

이제구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 및 스페인 EADA 경영학과 교수

요즘 미국에서는 때아니게 ‘소유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이는 부동산 소유 논쟁에서 시작됐는데, 따지고 보면 아메리칸드림과 관계 있다. 아메리칸드림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미국 이민자들이 가족과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집과 출퇴근에 이용하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다. 곧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려면 단란한 가정 외에 집과 자동차를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소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다소 도발적인 기사가 실렸는데, 맨해튼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기보다 임대해서 사는 쪽을 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통계 수치를 제시하며 실제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임대하는 쪽을 택한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이었다. 엄청난 돈을 집에 묵혀두느니 매달 월세를 내면서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또한 맨해튼처럼 집값과 부동산세가 높은 동네에서는 집을 소유하면서 내야 하는 유지 비용이 임대료를 내는 것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최근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금융 공황 상태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부시 정부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겠다는 명목으로 ‘주택보유 장려정책’을 폈다. 이 정책은 미국 중산층은 물론 사회 소수자도 주택을 쉽게 보유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철저한 신용등급 조사 없이 주택을 담보로 부동산 구입자금을 대출해주도록 했다. 문제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부동산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2005∼2008년에 주택을 구입한 이들에게 주택 소유가 ‘저주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공동 소유’의 미덕 깨닫는 미국 사회
결과적으로 부시 정부의 정책은 주택 소유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굳이 말하면 ‘소유’가 더는 아메리칸드림의 필요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소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이 당연히 필요하겠다. 꼭 집을 소유해야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언가를 꼭 소유해야 할까?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여러 사람이 한 물건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붐을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공유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비디오나 DVD 대여업이다. 영화업계 종사자나 영화 전공자, 또는 영화광을 제외하고 모든 DVD를 사서 보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차례 보기 위해 DVD를 구매하지 않는다. 이 점을 이용한 것이 대여점이다. 대여업을 하는 회사들은 DVD 제작회사와 일정한 계약을 맺고 다량의 DVD를 확보해 원하는 이들에게 대여해준다. 이런 모델의 원류는 어린 시절 한창 인기 있던 ‘만화방’이라 할 수 있겠다.
대여업 모델은 기술 진보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벌어진 블록버스터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의 경쟁이 단적인 예다. 영화 대여업 분야에서 전통의 강호이던 블록버스터는 후발 주자인 넷플릭스의 도전에 맥없이 무너져 얼마 전 파산 신고를 했다. 블록버스터의 패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우편을 이용한 DVD 대여 모델을 선보인 넷플릭스 특유의 치밀한 물류 체계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한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을 재빨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넷플릭스도 여유롭지 않다.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영화나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여업에 막강한 강자들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아이튠을 이용한 애플과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한 아마존이다. 어쨌든 새로운 경쟁에 접어든 영화 대여업 덕분에 소비자는 이래저래 신난다.
새롭게 각광받는 공유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탈것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함께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행 중인데, 그 종류가 다양하다. 우선 여러 사람이 동일한 자동차를 필요한 시간에 따라 나눠 사용하는 ‘카셰어링’(Car-sharing) 방식이 있다. ‘집카’(Zipcar)가 대표적인 회사인데,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도 차를 단독으로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유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다.
출퇴근이나 등·하교 등 비슷한 시간대와 행선지인 사람들이 차량을 함께 타는 ‘라이드셰어링’(Ride-sharing)이 있다. 이미 많은 직장이나 동네에서 실시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대학에서도 교수나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과 행선지를 기록해놓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이를 통해 서로 차량을 같이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를 소유한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이웃에게 차를 대여해주는 ‘릴레이라이즈’(RelayRides) 같은 회사가 있다. ‘대인 간 차 대여’(Peer-to-peer Car Rental)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 차를 소유한 개인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유와 거리가 가장 먼 모델이다.

   
미국에서 공유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집카’(왼쪽)와 ‘넷플릭스’의 인터넷 홈페이지. 집카는 자동차 대여업체이고, 넷플릭스는 DVD를 싼값에 빌려준다.

자동차 한 대로 20대에 맞먹는 효과
이 모델들은 서로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동차를 모두 소유할 필요 없고, 한 차량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카셰어링 모델의 대표 격인 집카는 차 한 대를 서로 나누는 것이 차량 5~20대를 이용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는 조사가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여 공기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여러 천연자원이나 원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자동차를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연대의식을 형성해 사회적 신뢰와 자본을 생성할 수 있다.
요즘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교과서를 공유하는 모델이다. 미국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무척 비싸다. 내 수업에 사용하는 교재들도 대부분 200달러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중고 교과서를 사용하거나, 출판사에서 좀더 싸게 편집해 내놓은 책을 쓰도록 장려한다. 미국 출판사들은 같은 교재라도 흑백으로 인쇄하거나, 제본을 좀 약하게 한 것은 싸게 팔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교과서 가격이 150달러에 육박한다. 게다가 중고 교과서나 새 교과서의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교과서를 일정 기간 대여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 들어 ‘체그’(Chegg)라는 회사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전역의 6400여 개에 이르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420만 권의 교과서를 대여해준다. 2008년 1천만달러에 이르던 매출이 2009년에는 2500만달러, 그리고 2010년에는 1억3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올해 들어 성장세는 더 가팔라져 가을쯤에는 순수익이 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체그가 빨리 성장한 데는 재고관리·배송·반송에 이르는 정교한 물류 체계와 적절한 소비자 지원이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대학생이라는 확실한 타깃 소비자가 절실히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요했다.
이 외에 자전거를 공유하거나, 유아용 장난감을 대여하는 모델이 있다. 자전거를 공유하는 모델은 이미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어떤 지자체에서는 이 모델을 비영리조직으로 만들어서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모델로는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중고장터, 그리고 벼룩시장의 인터넷판인 ‘크레이그스 리스트’(Craigs’s list)가 있다. 이 조직들 모두가 1회성 소비를 넘어 한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눠 소비하는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킨 사례다.
공유 비즈니스 모델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일단 물건을 사면 그 물건만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물건을 이용해볼 수 있으니 재미도 있다.
자동차를 대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장 보러 갈 때는 소형차, 가족과 나들이할 때는 중형차, 가구처럼 큰 물건을 나를 때는 트럭을 이용하는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공유 비즈니스 모델은 필요 없는 생산과 소비를 줄여 천연자원의 이용을 억제하고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학생들이 한 교과서를 10차례 공유하는 동안, 출판업자들은 같은 교과서를 5∼7차례 개정한다고 한다. 이는 필요 없는 개정이 지나치게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점이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환경친화적 소비’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공동체의 새로운 출현”이라고 표현했듯이,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하는 이웃끼리 공동체 의식을 새롭게 다질 수 있다. 이는 특히 현대사회에 점차 실종되고 있는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공유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그런데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 약속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공유에 대한 법적 장치가 미흡하다. 공유 비즈니스, 나아가 대여업이 성행하게 되면 소유권에 대한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몇 해 전 음악 공유 사이트에 대한 음반업계의 거센 반발과 법적 대응이 좋은 사례다. 최근 아마존이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법조계와 음반산업계가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발전해 다양한 공유 방식이 생기려면 이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공유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소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생산업자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소비자에게 법적 대응을 했다. 결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게 됐다. 예를 들어 한 대학이나 회사에 속한 구성원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사이트 라이선스’(Site License)가 그것이다. 하지만 공유 소비 방식이 생산을 업으로 하는 기존 산업자본과의 마찰을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공유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대여하는 것을 넘어서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 철학자가 말했듯이, 산업사회에서 소유란 필요불가결하다. 따라서 개인의 배타적 소유를 포기하고 타인과 나눠 소유한다는 일은 실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과연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떨쳐낼 수 있을까? 물건이나 재화를 배타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이를 지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권력관계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울까?
economyinsight@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구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