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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성장 사이, 균형 잡는 지휘봉
[주니어 경제]기준금리
[14호] 2011년 06월 01일 (수) 최진기 economyinsight@hani.co.kr

최진기 학원강사
 
신문에 나오는 경제 뉴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뉴스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뉴스가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딱 3가지 경우밖에 없거든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이런 간단한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느냐를 두고, 나라의 금융권 관계자를 비롯해 모든 경제 관련 종사자가 엄청난 관심을 기울입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월과 마찬가지로 2.75%로 동결했습니다. 언론에서 온갖 해석을 곁들여 보도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데도 모두 한마디씩 거듭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이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목매답니다.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
기준금리란 도대체 무엇이고,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기준금리란 한국은행이 다른 금융기관(대부분 은행입니다)에 자금을 빌려주는 등의 거래를 할 때 쓰는 이자율입니다. 즉, 한국은행이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 같은 일반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몇%의 이자에 빌려주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이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책적으로 정하는데, 금융통화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매달 회의를 열어 결정하게 됩니다.
기준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모든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리 ‘기준’ 금리로 불리는 게 아닙니다. 이 금리에 따라 은행은 예금받을 때 금리와 대출해줄 때 금리를 대략적으로 맞춰나가게 됩니다. 어떤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3%에 돈을 빌려왔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이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해준다면 3%보다 조금 높은 금리를 매기게 되겠지요. 마찬가지로 예금을 받을 때도 이 금리를 기준으로 적당한 수준에서 이자를 맞춰나갈 것입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같이 높아지고,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역시 같이 낮아지겠지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보통 한 번에 0.25% 정도를 올리거나 내립니다. 이보다 변동폭을 크게 하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1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면, 금리가 0.25% 더 높아짐에 따라 1년에 2500원 정도 이자를 더 내게 되겠군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나요?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본다면 이 이자도 무시 못합니다. 우리나라 예금은행의 총대출은 1천조원쯤 됩니다. 그럼 0.25% 이자가 오르게 되면 갚아야 할 이자 금액이 무려 2조5천억원 늘어나게 됩니다. 엄청나게 큰 액수로 느껴지겠지요?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은행에서 돈 빌린 사람들은 이자가 높아져 부담이 커질 것이고 얼른 돈을 갚아버리고 싶어질 것입니다. 반면 돈 가진 사람들은 이자수입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려고 하겠지요. 한마디로 금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돈을 주머니에 넣고 쓰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은행에 넣어두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현상이 벌어집니다.
먼저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별로 없으니 쓸 돈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물건을 조금이라도 덜 사게 되고, 기업들은 새로 공장을 짓거나 기계를 구입하는 등의 투자를 더 조심해서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경기가 침체되겠죠. 그래서 경제가 너무 좋아서 경기가 활활 타오를 때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높여 경기를 좀 식히려 합니다. 경기가 계속 뜨겁게 타오르면 경제에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물가입니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은 물건을 더 많이 사려 하고, 공장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물가가 너무 오르면 사는 게 많이 피곤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겠지요? 그래서 금리를 높이면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돈이 조금만 생기면 확 써버리기보다는 은행에 더 많이 예금하려고 하니, 물건 파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물건값을 내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자, 이제 금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감이 잡히세요?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식게 되고 물가도 따라서 내려갑니다. 반면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뜨거워지면서 물가도 함께 오릅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통해 경기와 물가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행은 경기와 물가 가운데 어느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까요? 경기를 살리라는 목소리도 언제나 드높고, 물가를 안정시키라는 요구도 언제나 드셉니다. 한국은행은 경기와 물가를 모두 고려하지만, 그래도 물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식게 되고 물가도 따라서 내려갑니다. 반면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뜨거워지면서 물가도 함께 오릅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통해 경기와 물가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물가안정, 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맞습니다. 한국은행은 경기를 좀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기관입니다. 물가가 조금 오르는 기미가 보이면 즉각 기준금리를 올려서 경기를 좀 죽이더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려 듭니다. 한국은행 처지에서는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난 5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75%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 결정은 경제계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었지요.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 오르는 중이었습니다. 물가는 4% 올랐는데 금리는 2.75%밖에 안 되니,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하기보다 물건을 사는 편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겠지요?
물가가 오르는데 한국은행이 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는지가 바로 지난 5월 기준금리 결정 때의 큰 논쟁거리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불만은 국민 사이에서 엄청나게 높습니다. 대통령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매번 장관들에게 호통을 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했을 것입니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금리 인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이런 간단한 사실을 몰라서 금리를 안 올린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또 다른 면을 걱정한 것입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특히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조금만 금리를 높이면 대출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많이 커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총대출금은 무려 1천조원입니다. 1년 국내총생산(GDP)이 약 1천조원이니 비슷한 수준이죠. 그간 부동산 활황 때문에 너나없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고, 이제 슬슬 그 대출금을 갚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런데 기대한 집값은 전혀 오르지 않았고, 대출이자는 점점 불어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것이 ‘하우스푸어’(House Poor) 현상입니다. 집은 가졌지만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가난한 것은 집 때문이죠. 1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7천만원의 빚을 냈는데, 집값이 7천만원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이 사람은 땡전 한 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이자만 매달 죽어라고 내야 하겠지요.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높이면 은행 대출금리도 당연히 따라서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어서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될 것입니다. 은행에 집을 담보로 잡힌 사람들은 그 집이 법원에 경매로 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쳐다봐야 합니다. 법원 경매로 더 많은 집이 쏟아져 나오면 집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하우스푸어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높아 국민이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었습니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이해되시겠지요?

한국은행의 사명은 물가 잡기
그래도 한국은행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쪽이 더 많습니다. 한국은행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차피 금리는 앞으로 올려야만 합니다. 물가가 4%를 넘어가는데 금리가 2%대라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라는 말입니다. 은행에 예금하는 일이 바보짓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상태는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계속 금리 인상을 미루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점점 키우게 됩니다.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대출은 대출대로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기준금리 결정 하나에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이 간단한 결정을 위해 수많은 연구와 조사를 거칩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 결정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satamjinki@hanmail.net


최진기는 한국방송 생활경제 정보 프로그램 <생존경제> 강사로 널리 알려졌다. 복잡하고 난해한 경제 이론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해 호평을 받았다. 저서로는 <지금 당장 경제공부 시작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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